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레네 May 22. 2022

결핍을 안는 법

알고 보면 우연한 기회였음을

사람은 누구나 결핍을 안고 산다. 그 결핍이 언제 어떻게 어떤 형태로 나오느냐가 중요하다. 지난 몇 년 간 내게 가장 큰 결핍은 신입 때 인정을 받지 못한 것, 그리고 지금 지부로 (내 의사와 상관없이) 발령이 난 것으로 인한 거였다.


그때의 기억은 주기적으로 튀어나와서 내 마음을 쿡쿡 건드린다. 지난주에 그 주기가 다시 찾아왔다. 내가 왜 발령을 가야만 했는지, 내가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있기는 한지, 내가 신입으로서 잘 하기는 했는지, 그리고 내가 정말 잘못한 건지. 아무도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홀로 의문만 가득 안고서 3년을 보내고 있다.


나 자신을 피해자 프레임에 가두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 결핍을 잘 다루고 싶다. 질문을 할 곳이 없으니 나 스스로가 풀어가야 한다.


그때의 경험이 억울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것이 우연한 기회였고, 지금 나는 성실함과 능력을 잘 발휘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곳으로 발령을 왔을 때 나는 간절하고 다급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여기에서도 잘 해내지 못하면 정말 내가 이상한 거야. 최선을 다했고, 완벽하게 해내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그 노력이 이곳에서는 빛을 보았다. 그런데도 왜 나는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


3년 동안의 근면함과 성실함을 그분은 보고 계시다. 그리고 그 시간을 사용하신다. 그 믿음으로 오늘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뿐이다. 어쩌면 그때의 일은 내게 결핍이 아닌, 생각지 못한 기회와 우연이었음을. 3년이 지난 지금, 그 기회로 인해 나는 더 발전할 수 있었음을 믿는다. 설명되지 않는 의문으로 가득 찼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함으로 지금의 자리를 지켜 온 나 자신에게 잠시 대견함을 느꼈다.


이 못난이를 눌러 집어 넣으려고만 했다. 이번에는 그대로 두고서 다른 색을 입혀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의 본캐는 운동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