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의 느낌을 결정짓는 요소는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아름다운 풍경일 수도, 다채로운 음식일 수도, 활발한 도시의 분위기일 수도 있다. 내게는 사람이 그렇다. 어떤 사람을 만났느냐에 따라 여행지를 아름답게 추억하기도, 별다른 즐거움이 없었던 곳으로 여기기도 한다. 평소 사람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여행지에서의 크고 작은 인연이 모두 소중하다.
7년 만에 홀로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점은, 혼자됨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번 캐나다 여행에서도 매일 크고 작은 인연이 스쳐 지나갔다. 밴쿠버 공항에서 호텔 바우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한국 이민자, 몬트리올 거리에서 갑자기 내게 길을 묻던 현지인, 퀘벡 비아 레일에서 일하는 조, 퀘벡에서의 마지막 날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 인연이 된 엘렌, 그리고 몬트리올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만나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한국 분까지. 8일간의 여행이었는데도 알차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이번 캐나다 여행을 의미 있게 해 주는 또 하나의 이유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자신이 없었던 7년 전.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도 나에 대해 다시 한번 확신을 품고 돌아간다. 쉽게 말하면 ‘나 아직 안 죽었네’ 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배우자와 잠시 떨어져 있으면서 애틋함도 느꼈다. 내게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람을 더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 가까울수록 때로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
짧게나마 둘러본 캐나다는 내게 순한 인상을 주었다. 무표정으로 다니다가도 언제든 주머니에서 친절함을 꺼내어 줄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새벽 세 시에 혼자 버스를 기다려도 위험한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들만의 전통이라 내세울 것이 별로 없다 보니, 그만큼 더 오래된 것을 소중히 여기는 곳이 캐나다라고 한다. 사실 여행 내내 ‘캐나다스럽다’ 혹은 ‘캐나다 같다’라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었다. 이민자들이 많고 역사가 짧다 보니 어쩔 수 없다. 캐나다스러운 게 없는 점이 캐나다의 매력이라고 부르고 싶다.
문득 출근길에 ‘아, 여기는 한국이지’라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 때가 있다. 짧았지만 알차게 걸어 다닌 캐나다의 거리가 생각 나서다. 이 지구상에 다음을 기약하고 싶은 장소가 또 하나 추가되었음에 기쁜 발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