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사람들은 신(神)이 푹신한 구름 속 어딘가
천사의 합창을 끼고 우리를 굽어본다 생각하지만
나는 이따금 그분이 칠흑의 우물 바닥
아니 대양(大洋) 해구 어디쯤 계시다고 생각해.
정전(停電) 때야 찾게 되는 양초 한 자루는
이미 아득하게 사라진 태양보다 소중하고
박쥐들조차 길을 잃는 두려운 동굴 속에서야
랜턴 하나에 미미한 피조물의 안전을 걸어야 하는 법.
차갑고 시퍼런 물속으로 더 깊게 침잠해야
부유물이 사라진 절대 고요가 나타나고
모든 생명과 인공물이 바스러지는 수압(水壓)을 견뎌야만
그 자태를 우리에게 슬며시 드러내신다고 생각해.
모든 존재가 매 순간 죽어갈 때 바치게 되는 기도 같은 존재
그분이 내리는 가장 신성한 세례는 아마 고독
가장 낮은 침묵과 고뇌에 임하시며
그 외로움의 심연 속에서 사랑은 천상까지 솟아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