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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I Mar 11. 2017

나홀로 도쿄 여행 - Day 2

아타미

이번 여행에서 깜박하고 못 챙긴 것이 있다. 분명히 집에서는 준비했었는데 급하게 나오면서 챙기지를 못했다. 심카드가 있고 카메라가 있고 킨들이 있으면 뭐하나. 돼지코가 없는데. 다행히 보조배터리를 여유 있게 가져 왔기에 어찌어찌 버텼지만 이제는 돼지코를 사야 할때다.

9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을 나선다. 이 동네에 100엔 샵이 있다고 한거 같은데… 걸어가면서 오늘 갈 곳을 정해본다. 어제 나왔던 후보는 다음과 같다.

'쿠사츠, 하코네, 가와고에시, 카마쿠라, 아타미 이토시'

이래저래 검색 좀 해보다 그냥 하코네 가기로 정해버린다. 땅땅! 뭐 딱히 이유는 없다. 온천이 있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것도 없다. 여기 오기 전에 페이스북에서 아는 선배가 댓글로 가보라고 한 것이 무의식에 자리 잡은 것 같기도 하고, 잠깐 검색했을때 나오는 풍경도 마음에 드는 것 같다. 이왕 가기로 한거면 더이상 찾아보지 않는다. 여행에도 스포가 있다. 여행기 다 찾아보고 가면 나만의 여행에 방해가 된다. 이동하는 길에 게스트하우스나 예약해야겠다.

찾고자 했던 100엔 샵은 결국 못 찾고 편의점에서 차라리 110V 아답터를 사버린다. 근데 이 거리에는 왜 이리 약국이 많을까? 약만 파는 것은 아니고 슈퍼 같은데 간판은 약국이다. 차라리 잡화를 팔면서 약을 파는 것이 낫지 않나? 이것도 선입견인가…

카페에서 커피 한잔과 가볍게 아침을 먹으며 잠시 글을 정리한다. 근데 일본은 실내에 들어오면 핸드폰이 잘 안터진다. 아무리 그래도 도쿄인데 너무한거 아니야? 내가 산 심카드가 싸구려인가… 어제 글을 올리려는데 와이파이도 안잡히고 3G는 과하게 느려서 포기한다. 하코네로 가서 올리지 뭐.


자, 이제 이동이다. 역시 아무것도 모르지만 구글 지도만 믿고 가본다. 구글느님 믿어서 손해보기 쉽지 않다. 일단 게스트하우스는 미리 예약해둔다. 하루에 2800엔, 일본에서 이 정도 가격이면 훌륭하다.

여전히 지하철은 어렵지만 희한하게 어떻게든 타게 된다. 뭐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조금씩 보이는 것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 미얀마, 인도에서도 살아남았는데 도쿄에서 미아가 된다는 것이 말이 되냐. 다 사람이 이용하라고 만든거니 자세히 보면 뭔가 실마리가 보이는 듯도 하다. 그래도 UX를 구성할때 무슨 퀴즈를 풀게 만든 일본의 지하철 시스템 설계자는 한번 만나보고 싶다. 어찌 보면 처음에 기획을 한 후 조금씩 곁다리가 붙으면서 이리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회사에서 마케팅일을 시작하고, 어쩌다 보니 Product Marketing Manager, 즉 제품 개발을 담당하게 된지도 6개월 가량 되었다. 최근에 느끼는 거지만 모든 일에는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초기에 기발하고 혁신적인 계획을 가지고 제품을 기획했어도 확고한 신념이 없으면 현실적인 요소들이 개입해 오면서 자꾸 곁다리가 붙게 된다. 그러다 보면 애초에 계획한 제품은 사라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모호한 애가 나와버린다.


그런데 또 이 확고한 신념은 뭘까? 그냥 대중의 트랜드 혹은 회사의 가치, 방향성일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요한건 개인의 신념이다. 아무리 단체에서 추구하는 큰 길이 있어도 그 길에서 스스로 방향성을 찾지 못하면 신념은 안생기고 일만 남게 된다. 실제 일을 수행하는 것, 싸우면서 쟁취하는 주체는 단체가 아닌 개인이다. 어찌 생각하면 개인의 신념은 단체의 방향성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신념이 모여서 단체의 방향성이 된다고도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어떤 단체에 들어갔는데 그 단체에 변화가 전혀 없다면 그건 어찌보면 무의미한 합류일 수도 있지 않을까?


8:0. 도쿄 지하철에서 들은 우리나라에서 길이길이 남을 역사적인 숫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만장일치로 가결되자 한국에서 갑자기 연락이 마구 오기 시작한다. 우리 대통령도 결국 신념이 없거나 약했고, 또 국민의 신념이 국가의 신념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상황까지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역사적인 순간을 도쿄 지하철에서 맞이하는 기분도 의외로 나쁘지 않다.

도쿄역에 도착해서는 신칸센으로 갈아타기 위해 길을 찾는다. 일본은 정말 외국인에게 친절하지 않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구글 지도와의 연계가 정말 잘 되어 있다. 지도 한번 안보고 여행책자 한번 안본 여행이지만 어떻게든 길을 찾아가서 표까지 구입한다.


그런데 나 하코네 가는거 아니었나? 아고다에서 예약한 게스트하우스로 구글 검색을 하니 아타마라는 역에서 내리라고 한다. 같은 동네인가? 사실 뭐 하코네나 아타마나 뭐하는 동네인지 모르는건 매한가지다. 한번 가보지 뭐.

그건 그거고, 아니 왜 표에 기차번호, 타는 칸 등이 하나도 안 써 있는걸까. 돈을 조금 아끼려고 자유석을 사긴 했지만 그래도 뭐라도 구분자가 있어야지 찾을 수 있을 것 아녀.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 이러다 진짜 이상한 곳으로 가게 될까 무서워서 근처에 물어볼 사람을 물색한다. 어디선가 양복 입은 사람은 그래도 영어를 좀 한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에… 스미마센. 에고 데끼마스까?" (죄송하지만 영어 가능하신가요?)

"노노~" (휘리릭)


뒤도 안보고 도망가버린다. 영어로 물어보면 괴물로 보이나… 정말 꽤 많은 나라를 다녔다고 자부하지만 일본만큼 영어를 못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외부의 문명을 빨리 흡수한 나라치고 세계 공통어에 이리 무심한 것도 참 특이한 일이다. 보통 영어를 잘 못하는 나라는 자기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프랑스가 그렇고 중국도 그렇다. 일본은 그 나라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문화 자부심이 강해보이기도 하면서 또 수용에도 너그러운 느낌이다.

뭐 그렇지만 나에게는 구글 지도가 있다! 한번 지금 상황에서 다시 검색을 해보니 구글느님이 아예 기차 번호까지 쫙 알려준다. 이놈 없었으면 어떻게 했을지 정말 모르겠다. 한 20분 멍하니 멘붕와서 헤맨거는 싹 잊어버리고 당당히 기차에 오른다. 자유석이라 자리가 없으면 어쩌지 했는데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아주 널널하다. 500엔 저렴하게 자유석 사기를 정말 잘했다.

이번 여행에서 읽을 책으로는 Paypal 창업자가 쓴 'Zero to One'을 선택했다. 이전에 산 책인데 못 보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보려고 한다. 아직 앞부분만 봤지만 핵심 내용은 사실 익숙한 내용이긴 하다. 0에서 1을 만드라는 것, 카테고리를 창출하고 독점하라는 것, 블루오션을 개척하라는 것, 경영서에서 빠지지 않는 내용이긴 하다. 그래도 풀어내는 방식이 모두 다르니 한번 흥미롭게 볼 생각이다.


가치 창출, 참 많이들 얘기하지만 쉽지 않은 얘기다. 이게 쉬운 얘기였다면 모두가 위인이 되고 벼락 부자가 되었겠지. 그럼에도 이 생애에 한번 태어난 만큼 어떤 누군가에게는 가치를 창출하는 무엇인가는 남기고 싶다. 그게 종교적이든, 비즈니스적이든, 아니면 가족적이든 무엇이든 사실 상관은 없다. 하긴 또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는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어떻게든 하고 있지 싶다. 누군가는 사업을 하며 사회에 약간이라도 변화를 주고 있고, 누군가는 회사에서 내부적인 변화를 꿈꾸고, 또 혹자는 가족을 중요시하며 그 안에서 육아라는 커다란 가치를 창출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승자인 셈인가. 좀 더 승리하고 싶은데.

기차는 40분이 안걸려서 아타미역에 도착한다. 신칸센은 KTX보다도 빠른 느낌이다. 비싸서 탈이지만 이 기차 때문에 이동은 확실히 편하다. 너무 빠르니 사색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느껴지긴 하지만 배부른 소리겠지.


시골은 아니구나. 아타마에서 느낀 첫 인상이다. 그리고 또 하나, 하코네하고는 완전 다른 곳이구나. 난 왜 하코네를 가려고 하다 이곳에 온걸까? 연금술사, 시크릿 같은 책을 싫어하지만 그런 개념을 빌리자면 우주의 큰 기운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고 봐도 될려나? 그럼 이곳에서 로맨스라도…?

구글 지도를 켜고 게스트하우스까지의 길을 보니 대략 15분 정도 거리라고 한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 정도는 여유 있게 갈만한 곳이다. 항상 걷는 것을 대비하다 보니 가방은 최소한으로 싸서 온다. 특히 안가져오는 것이 옷이다. 패션쇼도 안할건데 잘 입을 필요가 뭐 있나. 이번 여행에서도 옷은 지금 입고 있는 상하의가 전부다. 그래도 양심상 속옷은 두세개 챙겼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거다.

일본의 거리는 참 아기자기하고 어떤 면에서는 애니의 한 장면을 보는 느낌도 든다. 폰트, 아이콘는 귀엽다는 마저 든다. 일본 여자에게 예쁘다는 표현보다, '카와이' 귀엽다는 표현을 자주 하는 것 보면 일본은 진짜 귀여움에 집착이 심하게 느껴진다. 왜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아직은 지식이 미천하니 알 수가 없다. 내가 전모 여사처럼 일본 관련 책 써서 출세할것도 아니니 궁금함을 일단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또 하나 일본에 오자마자 바로 느껴지는 것이 있다. 이경규가 양심냉장고를 일본에서 했으면 바로 패망했을거다. 정지선을 안 지키는 차가 없으며 신호등을 위반하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길이라 하더라도 횡단보도가 있는 곳은 여지 없이 신호등이 있고 모두가 그것을 지킨다. 신호등이 너무 안바껴서 그냥 건너가고 싶은데 앞에 할머니가 안가셔서 눈치를 보며 같이 기다려본다. 너무 안바뀌는데? 할머니가 아차 하는 소리를 내더니 어떤 버튼을 누르신다. 그리고 나서야 신호등이 바뀐다. 우리나라에도 있는 시스템이긴 할텐데 여기서 보니 색다르다. 좋게 말하면 원칙을 중요시하는 일본인을 보는 것 같고, 나쁘게 말하면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일본인의 한면을 본 느낌이다.

바다다! 내가 가는 곳이 바다였나? 새삼 일본이 섬나라라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한국에서는 바다를 보기 쉽지 않아서인지 갑자기 나타난 바다에 마음이 살짝 들뜬다. 게다가 오늘은 날씨가 정말 미치도록 아름답다. 춥지만 않았으면 들어가서 수영이라도 한번 하고 싶은 날씨다. 길에서 보이는 이색적인 일본 특유의 전경들을 감상하며 계속 길을 천천히 걸어가본다.

한 20분 걸은 것 같은데 어디까지 가야 하는거지? 길이 좀 복잡해서 중간에 헤매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행히 길을 잃지는 않은 것 같다. 헌데 평탄하던 길이 갑자기 등산이 되어버린다. 내가 등산 좋아한다고 이런 곳에 자리를 잡은건가?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근처에 오니 그 흔한 편의점 하나가 안보인다. 생각해보니 나 오늘 점심은 어찌하지? 뭐 방법이 있겠지.

드디어 발견! 그런데 이 험한 길을 내가 다시 갈 수 있을까? 이거 그냥 아고다에서 여기를 잘못 찍는 바람에 생고생하는 것 아닌지 살짝 걱정된다. 내일은 바로 다른 곳으로 가버릴까 싶은 유혹을 일단 버티며 게스트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본다. 그래, 그래도 열린 마음으로 너를 한번 안아줘보겠어!

'Khaosan Atami Onsen Ryokan & Hostel'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이번 게스트하우스에서 느껴지는 첫 인상은 깔끔함이다. 인테리어도 그렇고 스탭도 그렇고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냉소적인 까탈스러움은 안 느껴진다. 일단 체크인을 하기 위해 물어보니 3시부터 체크인이라 좀 기다리라고 한다. 그럼 혹시 편의점이나 주변에 먹을 곳은 없냐고 하니 역으로 가야만 먹을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한다. 나보고 거기까지 다시 돌아가라고? 내 표정을 읽었는지 2층 가면 냉동 음식이나 자판기가 있다고 눈치를 보며 슬쩍 얘기해준다. 하… 그래 일단 요기는 떼우고 보자.

그래도 뷰 하나는 죽여준다. 2층의 휴게실에서 보이는 바다의 뷰는 부정적이던 마음을 조금 열어준다. 3만원에 이정도면 훌륭하지 뭐. 일단 자리를 잡고 자판기를 찾아서 컵라면을 하나 뽑는다. 이번 일본 여행에서의 내 첫 혼밥은 컵라면이 되는 셈인가. 슬프지 않다. 그래도 이게 일본 컵라면이야! 근데 컵라면도 은근 나쁘지 않다. 생각보다 맛있네? 역시 뭐 난 뭘 먹어도 잘 먹는다.

라면을 먹으며 스탭에서 혹시 역으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냐고 하니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지도를 하나 준다. 그리고 혹시 바닷길로 왔냐고 조심스레 묻길래 그렇다고 하니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그 길은 보통 다니는 길이 아니라고 한다. 아 믿었던 구글신에게 배신을 당한건가. 뒤쪽으로 가면 10분이면 편하게 갈 수 있다고 한다. 일단은 그래도 다행이다. 저녁은 어떻게 먹나 고민했는데 그 정도면 나가볼만하겠다.

2층에 앉아서 글을 쓰며 잠시 앉아 있다 보니 갑자기 이곳에 정이 들기 시작한다. 뷰는 정말 멋지고, 스탭들은 친절하고, 온천 별도로 있고, 지도를 보니 역 근처에 먹을 만한 곳도 꽤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조용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이곳에서 이틀을 머물러 버릴까? 절대로 방금 들어온 일본인 미녀 2명 때문이 아니다.

지도를 보니 주변에 갈만한 명소도 몇개 보인다. 오늘은 이곳에서 온천을 좀 하고, 내일은 아침에 여유롭게 나가서 몇군데를 둘러보며 하루 더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싶다. 사람 많고 시끄러운 곳 가봤자 어차피 다 보지도 못한다. 일단 오늘 저녁에 스시를 먹으면서 생각해봐야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난 하코네를 가려고 했는데 왜 갑자기 아타미에 정착한거지? 이곳은 듣도보도 못한 곳인데. 뭐 일단은 그냥 즐기자.

3시 지나서 체크인을 한다. 체크인 하는데 뒤에서 어떤 일본인 아저씨가 뭐 여긴 티비도 없냐고 자꾸 횡포를 부린다. 정확하게는 못 알아듣겠지만 대충 그런 말이 맞는 것 같다. 아니 없는걸 어쩌라고. 참 세상에는 어딜가나 진상들이 있다. 병신 보존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어느 조직이든 일정수의 진상은 있어서, 혹여 그 진상이 나가도 또 같은 퍼센트의 진상이 생겨난다는 법칙.


체크인을 하고 내 방으로 향한다. 도미토리로 들어갈때는 항상 살짝 떨린다. 안에 누가 있으면 어쩌지? 뭐라고 인사하지? 이제는 익숙해질법도 하건만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설레이고 두근거리는 일이다. 원래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런 짧은 여행은 사실 그냥 혼자 있는 것도 좋다. 이틀 동안 인연을 만들려고 하는 것보다 내 안에 있는 내 자신과의 인연을 더욱 견고히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문을 열어보니 잠겨 있다. 아무도 없나? 열쇠를 돌려 열고 들어가보니 아무도 없다. 살짝 긴장한 것이 풀리면서 또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일본 전통식 도미토리는 처음이다. 꽤나 매력적인데? 이런 구조를 타다미라고 하던가? 아님 말고. 뭔가 이국적이면서도 모던한 이 느낌이 좋다.

오늘은 조금 쉬다가 이곳의 온천을 한번 즐겨봐야겠다. 이불을 펴니 일본 전통 옷이 같이 놓여져 있다. 유카타라고 하던가? 이걸 어쩌라는거지? 아… 온천 갈때 입고 가라는건가? 그럼 속옷도 벗고 저것만 있는건가? 아니 뭐 설명서라도 놔두지. 나 같이 초보인 사람들은 어쩌라고. 이러다 한국에서 온 캐변태로 인식되면 안되는데…

혹시나 해서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물어보는데 아는 사람이 없다. 다들 여행도 안 다니고 뭐했담. 어쩔 수 없지. 이상한 변태로 취급 받느니 한번 카운터에 물어보거나 온천에 살짝 가봐야겠다. 저 유카타를 보는 순간 살짝 기분이 업되었다. 애니에서 보던 그런 장면에 내가 들어온 느낌이라고나 할까.

3층에 있는 온천으로 한번 스윽 답사를 가본다. 근데 여기 손님 너무 없는거 아니야? 스탭은 꽤 보이는데 투숙객은 아까 보인 그 일본 미녀 2명(지금은 어디갔는지 보이지도 않음) 말고는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장사가 되나. 빌딩도 꽤 큰데. 뭐 알아서 하겠지. 또 오바질이다.

온천에 들어가보니 이미 누가 한명 있는지 옷이 놓여져 있다. 옷을 유심히 보니 유카타다. 아 입고 다니는 것이 맞나보군. 온천 안에도 볼겸 싶어서 문을 열고 살짝 보니 왠 서양 남성 한명이 혼자 있다. 눈이 마주쳐서 '헬로'라고 짧게 인사하고 돌아선다. 일단은 조금 더 쉬다 와볼까? 절대 비교 당하거나 그럴까봐가 아니라 아직 시간이 좀 이른거 같아서다.


이제 슬슬 유카타를 걸쳐 본다. 이렇게 입는거 맞는걸까? 근데 생각해보면 어차피 입고 가서 거기서 벗을건데 유카타든 그냥 옷을 입고 가든 뭔 차이인가 싶기도 하다. 그냥 기분이 다른거 뿐인가 싶기도 하다. 실제로 유카타를 걸치고 나니 확실히 들뜨는 기분이 든다.

온천 안에는 일본인 한분이 앉아 있다. 이 아저씨 자세히 보니 아까 체크인할때 티비 없다고 진상 부리던 아저씨다. 하필이면… 온천에 들어가기 전에 씻는데 아저씨가 먼저 말을 건다. 뭐라뭐라 하는데 경험상 이럴때는 빨리 난 일본인이 아니라는 얘기를 해줘야 한다. 한국인이라고 선빵을 날리는데 그래도 꿋꿋하게 일본어로 얘기하신다. 그런데 또 내가 대충 알아듣겠다. 어쩔 수 없지. 대화를 좀 나눠보자.


아저씨가 물어본다.

"혼자 여행 왔나요?"


"네. 혼자 왔어요. 아저씨는요?"


"아 전 부인하고 같이 왔어요." 아 결혼하셨구나. 왠지 결혼했다는 말이 낯선게 나도 참 한순간으로 사람을 많이 판단해버렸다.


아저씨가 혼자 여행 다니는 내가 이상한지 물어본다.

"학생이에요?"


"저... 마흔살이에요." 라고 대답하고 수줍게 웃어준다.

아 그래도 학생이냐는 말은 정말 오랜만에 듣는다. 혹시 나는 옷을 다 벗고 있어야 더 동안인 그런 체질인가? 저 한마디에 갑자기 이 아저씨한테 가지고 있던 모든 선입견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그래 간사한거 안다.


이 아저씨 그래도 영어를 찔끔찔끔하신다. 직장인이고 하더니 그래서 그런가보다. 자기는 술을 좋아해서 부인이 운전하고 왔다고 한다.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고 할까? 살짝 고민하지만 패스한다. 오늘은 혼자서 저녁을 즐기고 싶다. 늙은 아저씨라서 그런거 절대 아니다.


그래도 얘기를 나누다 보니 확실히 마음이 열린다. 티비가 없어서 당황했다는 얘기를 또 하시는데 들어보니 또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직장인이 부인하고 하루 휴가 내서 왔고 자기는 술을 좋아하는데 방에 돌아와서 2차로 가볍게 더 먹고 싶을때 티비가 없으니 외로워서 그런가보다 라고 혼자 시나리오를 써본다. 이 아저씨가 떠나고 나서 잠시 생각을 한다. 내 가장 안좋은 버릇 중 하나가 사람을 한번에 판단하고 그 틀을 쉽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스로 알고 있는 문제이고 안그래야지 마음을 자주 먹지만 본능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아저씨가 가고 나니 온천에 나 혼자다. 그래, 이런 평온함을 원했다. 혼자서 얼굴도 담궈보고, 앉아서 요즘 배우고 있는 접영 발차기도 살살 연습해보고, 일어나서 창문으로 가서 바깥도 한번 쳐다본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간단히 씻고 나온다. 온천을 한 이후에는 비누로 싹 다 씻겨내기 보다는 물로 행군다는 생각으로 씻어야 한다고 저번에 배웠던 기억이 난다.


숙소로 올라오니 그새 다른 한분이 방에 와 있다. 오늘 혼자 쓰기에는 그른거 같지만 뭐 괜찮다. 이 큰방에서 혼자 자는 것도 나름 심심한 일이다. 인사를 간단히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휴게실에 잠시 온다. 이제 오늘 저녁을 먹으러 가야 할때다. 아까 스탭이 준 지도를 보고 천천히 걸어서 한번 가봐야겠다. 물론 올때의 길이 아니라 스탭이 알려준 다른 길로 말이다.

이거 근데 더 빠른 길 맞어? 두번 걸어가니 대략 어떤 길인지는 감이 잡히는데 그래도 매한가지다. 그리고 먼 것보다 중요한 것이 오르막길이 너무 많다. 아무래도 위치 때문에 내일 옮기지 않으려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한번 걸어본 길이라 그런지 확실히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다.

오늘 식사는 어디서 하지? 기차역 근처에 쇼핑 거리가 있길래 한바퀴 둘러보지만 사실 오픈한 곳이 그다지 없다. 비수기인가? 도데체 일본은 성수기가 언제다냐. 그래도 스시집이 보여서 혹시나 하고 트립어드바이져에서 검색해보니 나름 순위 2위 집이다. 한바퀴 더 둘러보지만 역시 갈 곳이 없다. 그냥 여기로 가야겠다.

들어가서 영어 메뉴판이 있냐고 물어보니 또 이 서빙하는 언니 완전 긴장하셨다. 알았어요, 알아서 시킬께요. 메뉴를 뚫어지게 쳐다보지만 한문을 못 읽으니 아무 의미가 없다. 에라 모르겠다. 점심도 컵라면으로 저렴하게 먹었으니 그냥 제일 비싼거 시켜보자. 2만원 정도면 그래도 먹을만하지 않겠어. 스시와 함께 사케도 한잔 시킨다.

스시가 패스트 푸드인가? 뭐 시키자마자 5분도 안되서 나온다. 맛있는거 맞겠지? 일단 비쥬얼은 꽤나 괜찮다. 내가 좋아하는 달걀말이부터 먹어본다. 나도 이거 연습해서 이정도는 만들 수 있는데 어디 내가 만든것 보다 얼마나 더 맛있는지 보겠어. 그런데 사케는 왜 물 속에 잠겨서 나오는거지? 차가움을 유지하는건가?

계란말이는 일단 어느 정도 합격. 그 다음에는 혼자 디비 누운 새우초밥을 지목한다. 쟤 혼자 누운게 수상하다. 그 다음에는 장어스시. 한점 먹고 사케로 입을 한번씩 리셋해준다. 솔직히 내가 먹어본 스시 중에 최고라고는 못하겠지만 이정도면 훌륭하다. 그런데 먹다보니 나 혼자다. 지금 7시면 피크 시간 아니야? 주방장 두명에 홀 한명인데 진짜 이래도 되는걸까?

사케를 다 마시고 맥주 한잔을 시킨다. 그래 역시 나마비루가 최고지! 매장에 네명이 있는데 손님은 나 혼자니 뭔가 묘한 침묵이 감돈다. 그래도 난 혼술을 즐긴다. 일본에서 제일 좋은 것 중 하나가 혼술이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혼자 이자카야 가서 2차도 해버릴까?


그러고 보면 요즘 혼자가 너무 익숙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뭐 언제나 사랑을 추구하고 사랑을 찾아 떠나는 로맨티스트(?)이지만 또 혼자만의 시간도 즐기게 되었다. 혼자 사는 옥탑방에 영화관과 각종 게임을 만들어놓고 사물인터넷을 통하여 말로 모든 것을 제어하게 만들고 혼자 영화 보며 술 한잔 하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헌데 뭐 이렇게 해놓으면 즐겁지 않을 남자가 또 있을까?


사실 나는 혼자인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여자친구도 항상 있었고 그래서 이번의 이년여가 홀로 있는 가장 긴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을 갈구하고 추구한다. 그런데 그와 다르게 쉽게 마음을 주지 못한다. 장기간의 연애 때문에 마음이 굳어 버린 것일까, 아니면 나이에서 오는 압박감일까. 나이는 아니라고 본다. 내가 언제 나이를 신경 썼으며 스스로 생각할때도 지금이나 10년전이나 어차피 같은 상황이라 여긴다. 여전히 연애할때는 결혼보다 사랑이 더 중요하다 생각하고 조건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생각하며 둘이 있는 그 순간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럼에도 마음이 쉽게 안 열린다는 것은 아직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얘기일까. 글쎄, 지난 사랑의 기억은 충분히 극복했다 스스로 생각한다. 그냥 날 잡고 마구 흔들어줄 분을 아직 못 만난거겠지.


에잇 모르겠다. 2차 가자!


혼술은 자고로 2차부터 시작인법. 이 동네는 8시면 문을 닫는지 찾기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이자카야 같은 곳을 하나 찾아 들어간다. 살짝 기분 좋게 알딸딸한 것이 아주 적당한 취기이다. 여기도 역시나 영어 메뉴판은 없지만 그새 일어 실력이 조금은 늘었는지 큰 무리 없이 주문을 한다.

맨날 아사히만 먹다 다른 맥주를 시켰는데 이거 꽤나 맛있다. 이름이 뭔가 궁금해서 다시 보니 '좃키' 맥주다. 이름은 좀 거시기하지만 맛있으면 된거지 뭐. 또 앉아서 키보드를 켜고 맥주를 한 두잔 마신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의 대화와도 같아서 혼자여도 혼자가 아닌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나는 혼자 여행 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여행을 하는 것이다.

대충 아무거나 시켰는데 꽤나 맛있다. 나는 여행 다닐때 여행책자를 믿지 않는다. 생각해봐라. 누군가 우리나라의 여행 책자 혹은 외국어로 된 블로그를 보고 관광 오면 맛집으로 어디를 가게 될까? 문득 떠오르는 곳은 종로의 그 곰탕 파는 집이나 이태원 즈음이 아닌가 싶다. 물론 진짜 맛집도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맛집을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하기에 난 보통 그냥 땡기는데를 들어간다. 여기만 해도 아무 생각 없이 들어왔는데도 생각보다 맛있다. 설사 맛이 부족하다 해도 내가 선택한 것이기에 누구를 탓할 수도, 탓할 필요도 없다. 자기의 선택으로 자기 인생을 산다면 그 길 자체를 즐기게 되기에 결과에 무엇이 있든 영향을 적게 받는다.


맥주 한잔을 비우고 한잔 더 시킨다. 여기 맥주 맛있네. 일본은 확실히 맥주가 맛있다. 사실 음식은 확실히 일본이 깊이가 있다. 그놈의 방사능만 아니었으면…

가게에서 손님이 다 나가고 또 다시 혼자다. 음악은 클래식이 은은하게 들리고 주방에서는 식기를 정리하는 소리가 울려온다. 앞에 있는 화분의 파란색 줄기는 은은한 바람에 살짝살짝 흔들린다. 평온하다. 이 평온함이 좋다. 티비도 없고 시끄러운 걸그룹의 노래도 없다. 옆에서 화내는 사람도 없고 내일까지 마쳐야 할 일도 없다. 그냥 이 순간에 내가 있고 그걸 즐길 줄 아는 나라는 사람이 있다. 이 느낌이 내가 왜 여행을 혼자 다니고 왜 이곳에 있는지에 대한 이유인 것 같다.


음악의 선율이 변하기 위해서는 멈춤이 있어야 하고, 그림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여백이 있어야 한다. 앞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삶이 더욱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그 삶을 돌아볼 줄 아는 쉼표가 중요하다. 멈춤이 있기에 시작이 있고, 고요함이 있기에 소리는 의미를 가진다. 앞만 보고 정신 없이 달리다보면 분명히 어느 순간 내가 있는 곳이 낯설고 의미 없음을 깨닫게 된다. 등산이 의미를 갖는 것은 내가 어떤 산을 오르는지 알고 있을때다.


그런데, 나는 어떤 산을 오르고 있는걸까? 아니, 어떤 산을 오르고 싶은걸까?


내 첫번째 꿈은 내 자신의 행복이고, 두번째 꿈은 내 행복으로 인하여 다른 누군가가 행복해지는 것이며 세번째는 이 모든 것을 나로 시작되는 변화로 이루는 것이다. 사업도 그러한 이유로 시작하였고, 접은 것도 그러한 이유로 접었고, 지금 일도 그런 맥락 하에서 일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너무 이상적이다, 타협도 필요하다, 라는 많은 얘기를 극복하며 현재까지 살아온 내 인생에 불만은 없지만, 과연 내 종착역이 어딜지는 궁금하다. 많은 것을 이루고 싶다는 야망 아닌 야망이 내 안에서 꿈틀되는 것을 느끼면서 또 한편으로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머물고 싶다는 욕심도 든다.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후배들이 가끔 상담해 오면 나는 비교 당하지 않는 삶에 대해 얘기하고는 한다. 엄친아, 엄친딸, 우리가 자주 듣는 얘기다. 이 얘기의 핵심은 비교다. 누구는 어떤데, 너는 왜 이러냐, 왜 남들은 똑같은 환경에서 이런이런 것을 이루는데 너는 왜 항상 그 자리냐.


이런 압박에서 벗어나려면 비교 당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자기 자신만의 삶을 살면 비교 당할 수가 없게 된다. 남들이 'ABC'의 삶을 살때 나는 '가나다'의 삶을 산다면 단순 비교는 어려워진다. 아파트를 산다면 평수로 확연한 비교가 시작된다. 옥탑방을 살면 다른 영역이 되기에 확실한 비교가 어려워진다. 비즈니스에서만 카테고리의 창출, 0 to 1, 블루오션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도 하나의 브랜드이고 그러하기에 자기만의 색깔을 갖는다면 그 누가 잘나가고 안나가고 상관없이 그저 자신의 인생을 살면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에잇, 이제 술 주정 그만하고 일어나야겠다. 복귀하려면 또 다시 걸어서 언덕을 넘어 20분을 가야 한다. 내일은 아무래도 옮기는 것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가려고 하다 가지 못한 하코네나 함 가볼까?

평온함은 잠시 뒤로 하고 등산의 길에 오른다. 저녁이 되니 날씨가 꽤나 쌀쌀해진 느낌이다. 각오를 하고 길을 오르는데 생각보다 금방 오른다. 확실히 익숙해져서 그런가보다. 스탭들이 가깝다고 걱정말라고 할만하다.

보통 이렇게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것을 시간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할때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시간이 절대적이지 않다라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엄연히 다른 얘기다. 이렇게 같은 길을 갈때 시간은 원래대로 흐른다. 그냥 우리가 익숙하기에 '심리적으로' 짧게 느껴질 뿐이다. 반면 시간의 상대성 이론은, 속도, 정확하게는 중력이나 힘으로 인하여 시간의 절대적인 흐름 자체가 변화한다는 얘기다. 뭐 지금은 전혀 상관 없는 얘기지만…


숙소로 와서 2층 휴게실에 잠시 앉아서 글을 정리하는데 누군가 한국말로 말을 걸어온다. 어? 이런 곳까지 온 한국 사람이 있나? 자세히 들어보니 한국인은 아니고 일본 사람인데 한국말을 매우 잘한다. 단어 발음 하나하나는 어설픈게 있지만 발음이 정말 좋다. 얘기를 나눠보니 한국으로 여행을 많이 가봤다고 한다. 서울에서 부산, 제주도까지 여러번 가봤다고 한다.


잠시 앉아서 얘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여행 일정을 얘기한다. 오사카 출신인 이분도 이곳은 처음 온단다. 그러면서 여러 장소를 추천하는데 결국 하코네로 이어진다. 잠시 고민하다 마음 먹는다. 내일은 원래 목적지인 하코네로 가야겠다. 지도를 열고 위치를 보니 이곳은 도쿄에서 하코네보다 더 멀리 떨어진 곳이다. 어쩌다 이곳까지 오게 됐지. 거참.


얘기 나온 김에 하코네의 게스트하우스까지 예약을 해버린다. 거기도 숙박이 3만원 정도이다. 그분과는 얘기를 정리하고 이제 잘 준비를 한다. 이제 하루를 정리할때가 되었다. 일단 내일 점심은 하코네에서 먹는 것을 목표로 할까 싶다. 내일 하루를 기대하며 오늘은 이만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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