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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Jan 09. 2016

모든 인생은 사랑으로 귀결된다

퐁네프의 연인들

지금까지 두 시간 인생이라는 글에서는 항상 두 가지의 작품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한 작품만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저에게 많은 추억이 있는 작품입니다.


돈이나 명예를 인생의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지 않는 많은 불쌍한 사람들은 사랑이 없다면 인생은 아무 가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 있어서 아름다운 시나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는 음악들이나 좋아하는 사람들의 미소와 같은 것들이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쉽게 우울해지고 고독해집니다. 돈과 명예는 노력에 의하면 최고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지만 세상에서 노력으로 얻을 수 없는 것 단 한 가지는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랑에 실패했을 때, 쉽게 자신의 한계를 정하게 되고 쉽게 포기하게 되고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저 역시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이며 그럴 때마다 이 영화를 다시 한번 보게 됩니다.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주인공인 알렉스(드니 라방)는 퐁네프 다리에서 살아가며 곡예로 돈을 버는 걸인입니다. 알렉스는 우연히 화가였으나 시력을 잃어가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미셀(줄리엣 비노쉬)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둘은 불꽃같이 사랑하게 되고 결국 행복하게 끝난다는 것이 영화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첫 장면에서 알렉스는 아무런 표정 없이 어두움이 스산히 깔린 도로를 걸어갑니다. 누구에게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한 사람의 걸인일 뿐인 그가 쓰러졌을 때, 우연히 미셀이 그를 발견하고 노숙인들의 보호소로 그를 옮기게 됩니다.  그곳에서 많은 상처 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다큐멘터리와 같은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집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었던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든지 결국 모두 다 고독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천천히 보여줍니다. 이 중에서 사연이 없는 사람은 존재할까요? 모두 다 사랑하는 사람들 속에서 태어나 사랑받으며 살아왔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 사람들은 이렇게 힘겹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갈까요?


보호소에서 만난 사람은 알렉스에게 이곳을 벗어나 삶을 선택하자 우리도 사람이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지만 알렉스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그는 떠나자는 그 사람의 제안에 다시 원래의 자리(다리 위)로 돌아가겠다 말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알렉스는 자리자리에서 잠들어 있는 '미셀'을 발견합니다.


알렉스에게 항상 수면제를 챙겨 주는 한스는 알렉스에게 어서 미셀을 떠나보내라고 말합니다. 알렉스는 미셀이 아프다며 한스에게 그녀를 이 곳에 있도록 해 달라고 말합니다. 세상이라는 것에  아무것도 관심이 없고 희망도 없던 알렉스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알렉스가 어떠한 희망을 갖게 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처음 경험해보는 어떤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 아닐까요?


그리고 모든 영화의 장면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인 퐁네프 다리 위에서의 불꽃놀이 장면이 찾아옵니다. 사랑에 실패한 미셀과 그녀를 좋아하는 알렉스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불꽃처럼 폭발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을 찍기 위해 제작사에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재정적으로 문제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장시간을 센 강에서 엄청난 규모로 촬영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탄생한 이 명장면을 통해 우리는 사랑의 환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늘은 하얗고 구름은 검다" 이 감동을 빼앗고 싶지 않습니다.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고 세상과 사랑 아무것도 믿지 못하고 살아가던 알렉스는 드디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살아가게 됩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었고 먹고사는 것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주고 기쁨을 주는 것에 대한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알렉스의 고독한 얼굴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혼자서 길을 걸어갈 때,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 ,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았을 때 그럴 때마다 희망도 즐거움도 없이 살아가는 알렉스의 모습과 나의 모습이 다를 게 없다고 느껴집니다. 좋은 옷과 좋은 신발을 신었을 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똑같다고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알렉스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눈은 고쳐질 가능성이 있었고, 그녀의 집에서는 그녀를 애타게 찾고 있었습니다. 알렉스는 그녀를 찾는 홍보물들을 모두 찾아내어 다 태워버리고 그 과정에서 실수로 사람을 해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알렉스는 그 죄로 감옥에 갇히게 되는 신세가 됩니다.


알렉스가 그녀를 찾는 포스터를 발견하고 불태울 때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사랑이라는 걸 꿈꿔보지도 않던 나에게 드디어 행복이 찾아왔는데 그 행복은 결국 자신을 떠나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의 두려움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을 옥죄어 옵니다. 저는 이 장면도 정말 좋아합니다. 나 같은 사람을 누가 좋아해주겠어라고 생각하며 살아오던 사람이 희망을 가졌을 때, 그리고 그 희망이 연기처럼 사라질 거란 느낌이 들었을 때의 감정이 너무나 잘 표현된 이 장면은 저 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도 좋은 영화이기 때문에 결말은 영화를 보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수 많은 연애에 대한 글들과 사랑에 대한 글들이 있지만 저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너무나 힘들고 고독하고 외롭고 물질과 명예 등 수 많은 유혹에 둘러싸여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가치들로 고독과 외로움을 채우려 합니다. 사랑은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나에게만 찾아오지 않는 슬픈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났으며 살아가는 동안 또 희망을 품고 살아갈 것입니다. 그 희망에 실패했을 때, 가슴이 너무나도 아플 때 이 영화를 보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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