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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Oct 01. 2015

운명의 상대가 있다고 믿으시나요?

세렌디피티와 미스터 히치

주변에 연애를 하지 않고 있는 사람에게 소개팅이나 한번 해보라고 권유할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반짝이며 '괜찮은 사람 있어?'라고 이야기 하지만 도도한 표정으로 '난 소개팅은 좀 그래 좀 더 자연스러운 만남이 좋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억지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찾아다니는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일상 속에서 운명과도 같이 사랑을 만나기를 원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운명적 만남을 원하는 것일까요?

사랑의 내부의 관점에서는 삶의 우연적 성격을 목적성이라는 베일 뒤로 감춘다. 구원의 연인을 만나는 일이 객관적으로는 우연이고 따라서 가능성이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늘에서 천천히 펼쳐지는 두루마리에는 이미 기록되어 있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운명이라는 것을 만들어낸다.    -알랭 드 보통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中 -

우리는 우리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우리의 사랑을 운명으로 만듭니다. 내가 단순히 '연애할 사람'이 필요해서 이 사람을 찾았다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나에게 운명같이 다가왔다는 것이 나의 사랑을 좀 더 특별하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때가 되었기 때문에 이 사람(특정하지 않은 사람)이 내 옆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특별한 사람)이 내 사랑의 시작이고 끝이길 바라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운명의 반대의 것, 우연에 대한 불안이 있기 때문에 운명을 받아들이려 합니다. 우리 삶의 얼마 안 되는 의미라는 것이 우리 자신이 만들어내는 자그맣고  보잘것없는 것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과 우리의 사랑을 보장해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운명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운명적인 사랑을 말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피터첼솜 감독의 영화 '세렌디피티'에서 조나단과 사라는 크리스마스 시즌 백화점에서 각자의 애인에게 줄 선물을 고르다가 마지막 남은 장갑을 동시에 잡으면서 첫 만남을 갖게 됩니다. 사라는 조나단에게 운명이라면 다시 만날 것이라 말하며 지폐에 그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게 하고 그 돈을 써버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는 책에 적어 중고 서점에 판매합니다. 

몇 년이 흘렀습니다. 조너던과 사라는 각자 다른 애인과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몇 년 전 짧은 시간을 함께했던 서로를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조나단은 틈만 나면 중고서점을 찾아다녔고 사라도 결혼할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에도 허전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상대방을 찾기 위해 뉴욕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곳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상대방을 찾으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지폐와 책을 찾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운명일까요 아니면 우연일까요? 



여기 운명보다는 '노력'을 믿는 영화가 있습니다. 앤디 테넌트 감독의 '미스터 히치'에서 주인공인 알렉스 히치는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데이트  코치입니다. 그는 연애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의상에서부터 식사, 대화, 춤 등 모든 것을 코치해주고 운명과 같은 상황을 '세팅'해 줍니다. 그는 매혹적인 상속녀 알레그라에게 반한 알버트를 도와줌과 동시에 자신의 연애를 시작합니다. 

완벽함을 자랑하던 그의 계획이 자신의 연애에서는 어쩐지 잘 먹히지 않습니다. 계획은 틀어지기만 하고 의도하지 않은 사건과 사고는 자꾸 일어납니다. 또한 자기가 코치해주던 알버트는 코치를 잘 따르지 못하고 번번이 사고만 칩니다. 이들의 사랑은 과연 실패로 끝날까요? 놀랍게도 이러한 의도치 않았던 사건과 사고들로 인해 알버트와 히치의 사랑은 좋은 쪽으로 이어집니다. 의도치 않은 상황이 좋은 쪽으로 흘러갈 때 이것을 우리는 운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운명을 믿는 사라는 결국 그 운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운명보다는 자신의 힘을 믿는 히치에게는 뜻 밖에도 운명과 같은 일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렇다면 둘 중 어느 사랑이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운명을 믿든 믿지 않았든 네 사람은 모두 노력했고 결국 운명과도 같은 사랑을 만났습니다. 두 영화는 모두 운명은 노력하는 사람에게 자연스레 찾아오는 것이라 말합니다.


의미를 발견하는 방법

그렇다면 우리는 이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나기 위해 평소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운명이 타인에게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라면 그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나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보편화된 사회에 살면서 획일적인 문화적, 사회적 취향을  강요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렇게 통일된 취향으로 인해 상대방에게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남들과 차별되는 '의미'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포인트를 '매력'이라고 받아들입니다. 남들 눈에도 멋진 사람을 나에게도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운명을 믿고 운명과 같은 사람을 만나길 원하시나요? 그렇다면 조금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물질적인 것이 아닌 것들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갖는 것이 어떨까요? 그러다 보면 나만이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운명과도 같은 것들을 타인에게서 발견하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호주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 만난 친구에게 자두맛 사탕을 나눠 주려 꺼냈을 때 상대방도 그걸 갖고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 먼 호주 땅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이 자두맛 사탕을 동시에 갖고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저에게도 또 다시 운명이 찾아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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