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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Oct 09. 2015

친구나 가족에게 우울증이 찾아온다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과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2014년 전 세계의 자살률 감소해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다시 한 번 기록했다는 뉴스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 평균 자살률의 3배 이상, 특히 노인인구의 자살률은 5배 이상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지옥불반도', '헬조선'이라는 끔찍한 말들이 유행처럼 번질 만큼 우리 사회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많은 문제들 속에서도 사람들의 자살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우울증'이라는 병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 청소년 자살률이 전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여전히 사망 원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살의 70~90%가 정신건강질환 특히 우울증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유인즉슨 우울증이 자존감 저하, 절망감, 자살행동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

 -대한우울조울병학회-

대한민국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우울증으로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듯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는 심각한 질환인 '우울증'에 대해서 사람들은 대처 방법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정신적 측면에서의 병'은 쉽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까 사회에서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쉽게 터놓지 못합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속 깊은 이야기를 터놓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도 이렇듯 자기 속 마음을 툭 터놓고 이야기 못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울증 환자들이 주변 사람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린 친구나 가족, 지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 때문입니다. 




매튜퀵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데이비드 러셀 감독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는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남녀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극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사고를 쳐 버린 팻 솔라티노(브레들리 쿠퍼)와 남편의 죽음 이후 우울증에 빠져 섹스에 탐닉하게 된 티파니(제니퍼 로렌스)가 그들입니다. 팻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운동을 하며 긍정적인 마음을 먹기로 합니다. 자신이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떠나간 아내가 돌아올 것으로 믿습니다. 하지만 그런 팻의 희망은 갈수록 집착으로 변해가기만 합니다. 아내가 자신의 연락을 받지 않는 것이 실수나 우연에 의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접근금지명령이 내려진 아내에게 연락할 방법을 끊임없이 찾으며 아내의 지인들에게 자신의 연락을 전해달라 부탁합니다. 

이런 팻의 모습을 부모님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리고 팻을 이상한 사람을 보는 눈으로 대합니다. 팻의 생활 속 작은 부분까지도 통제하려 합니다. 그러나 사실 팻의 아버지 또한 팻과 같이 쉽게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며 어떤 것에 집착하는 작은 강박증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머니 또한 쉽게 눈물을 흘리는 감정이 과잉된 모습들을 보입니다. 또한 두 부모님은 팻을 잘 나가는 형과 항상 비교합니다.


친구의 소개로 만난 티파니는 이런 부모님과는 다르게 팻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습니다. 조금 과격하지만 솔직하게 팻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자신을 비정상이라 당당히 말합니다. 팻이 '나는 당신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티파니는 크게 분노하며 팻을 비난합니다. 팻은  그동안 팻의 부모님이 자신들도 가지고 있는 감정의 문제는 뒤로 하고 팻을 비정상처럼 대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스스로를 계속 '다 나았다'고 말하며 현실을 피하려 했던 이유도 '나도 남들과 다르지 않다'라는 생각 때문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티파니는 '나도 당신과 같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정상이 아니라 모두 약간은  비정상이다'라는 형태로 보여줍니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정신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고, 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티파니의 이런 행동을 통해 팻은 자기 자신을 직면하고 제대로 바라보게 됩니다. 



일러스트 만화가 '호소카와 텐텐'의 자전적 실화를 바탕으로 쓴 에세이 만화가 원작인 사사베 키요시 감독의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과 그 아내가 주인공입니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영화 내내 우울증에 걸린 남편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고민하는 아내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성실한 회사원 미키오(츠레)에게 갑자기 우울증이 찾아옵니다. 몸이 아파 찾아간 병원에서 츠레는 우울증에 걸려있으며 우울증은 그저 마음의 감기라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츠레는 계속 견디며 회사에 다녀보려 하지만 쉽게 낫지 않습니다. 우울증에 걸렸다는 츠레의 고백에 츠레의 상사는  '이런 바쁜 시기에 한가하게 우울증이라니..'라고 말합니다. 결국 츠레의 부인 하루코는 츠레에게 '당신에게 금이 가기 전에 그만두지 않으면  이혼!'이라고 말하며 회사를 그만두게 합니다. 그리고 하루코는 우울증에 대해 공부하며 츠레의 치료를 위해 노력합니다. 

츠레의 치료는 쉽지 않습니다. 우울증이라는 병에 대해서 너무나 잘 그려진 이 영화를 보면 우울증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쉽게 생각되어지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와 비슷한 환경의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에 이영화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울증이 어떤 병인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츠레에게 우울증에 걸린 이유가 작은 일에 신경 쓰는 성격 때문이며, 힘을 내려고 생각하면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울증은 그런 이유에서 찾아오지 않으며 자기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마음의 병입니다. 츠레는 주변 사람들의 이런 말들로 인해 더욱  힘들어합니다. 

하루코의 노력으로 인해 츠레는 완치되지는 않지만 점점 나아집니다. 영화내내 많은 문제와 싸워온 것처럼 앞으로도 두 사람은 더 많은 문제와 직면하며 우울증이라는 재발 가능성이 큰 병과 싸워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계속 성장하며 이 병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끝날 무렵 하루코는 이혼으로 우울하다고 말하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는 힘 내지 않아도 괜찮아




세상에는 마음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영화 중 하루코의 어머니는 이런 말을 합니다 "요즘 마음에 대해 책을 읽고 공부하고 있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마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처음 생각해보는구나" 우리는 많은 공부를 하고, 육체적 건강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살아가는 걸까요? 두 영화를 보시고 한번 씩 우리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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