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롱 Aug 28. 2022

ep2:혈액암 진단 후 했던 일들

혈액암에 대한 흔한 오해들 그리고 거쳐온 검사과정들, 마음을 정리하다 

본 글은 의학적인 소견이 전혀 없습니다. 암환우로써 적어내려가는 투병기입니다.


인터넷은 정말 다양한 정보의 바다다.

핸드폰에서 검색 한번으로 모든 정보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인데

이런 정보의 바다가 때론 독약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암은 위암 폐암과 같이 익숙한 암들이다.

혈액암은 흔하지 않다. 


당장 네이버에 혈액암이라 검색하면 백혈병이 뜬다.

반절은 맞고 반절은 틀리다.


혈액암 = 림프종 o/ 혈액암 = 백혈병 o

백혈병 = 림프종 ? 


시작점이 다르다.


우리 피는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대표적인 요소들이 

백혈구

호중구

림프구 정도 되는데


어떤 세포가 시발점이 되어서, 문제가 됐는지를 보아야 한다.


혈액 속에 있는 백혈구가 문제가 생겼다면 = 백혈병으로 인한 혈액암

혈액 속에 있는 림프구가 문제가 생겼다면 = 림프종(악성)으로 인한 혈액암 





림프종의 진단은 아형에 따라 각각 상이하겠지만 아래 프로세스를 따라간다.


1. 최초진단(추정) : 피검사/ 유전자검사 진행 

2. 정밀검사(조직) : 세침검사/ 조직생검검사 

3. 병기검사 : 골수검사/ 펫시티 검사 






2022년 6월

생에 첫 골수검사를 했다. 


골수검사는 척수검사와 다르다. 

엎드린 체로 받는다면 골수검사, 새우처럼 등을 휜 채로 받는다면 요추천자(척수액검사)다.

의학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하였음에도 안타깝지만, 아직 뼈에 대한 마취가 안되는게 현실이다.

골수검사는 말 그대로 엎드려서 근육과 피부에 부분마취를 하고 송곳 같은 녀석으로

골반에 구멍을 내어 뼈 조직과 골수피를 뽑아내는 검사다. 

암환우 톡방에서도 골수검사를 한다고 하면 모두 힘들어 할 만큼 정말 기분나쁜 검사다. 


나는 체질적으로 마취가 정말 안된다.

정말 정말 안되는걸 알고 있고, 이에 따른 트라우마도 있어서 교수님에게 요청드렸다.

'제발 마취좀 강하게 해주세요'


마약성진통제를 2개나 놔주셨다. 그래도 아프긴 했는데

골수검사실에서 이렇게 쌘 진통제를 사용하는 경우는 성인에서는 처음본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이렇게 늦게 링거를 꼽고 엎드려서 시작전에 약을 넣길래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약을 넣고 나서 정신이 부분 부분 끊겼다. 혼미했지만 골수검사의 기분나쁨은 잊을수가 없었다.

토닥토닥 다독여준 간호사 선생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씀도 못드리고 나왔다. 


림프종 아형별로 골수부위가 다른데, 대부분 우측 골반 한곳에서 채취한다. 

2번 주사기로 채취했는데(앞에 구멍뚫고 들어가는건 기분이 너무 안좋았.) 주사기로 빨리는 순간 

어릴적 쭈쭈바 쫄아들듯 내몸 장기가 빨리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 마치고, 기억이 혼미했는데 어머니한테 전화를 했더라.

너무 힘들다고.


나중에 알았는데, 그 전화를 마치고 어머니가 먼저 끊었는데 택시에서 엄청 우셨다고 한다.

슬프게 해드리려고 한게 아니였는데 의도치 않게 힘들게 해드렸던거 같다. 






같은날 오전 10시, 펫시티를 찍었다.


펫시티는 골수검사 대비 난이도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무난한 검사다.

내 몸에 방사능을 넣고 1시간동안 퍼지도록 독방에서 누워 있다가 몸을 스캔하는건데.

사실, 이때 넣는 방사능의 양이 1년에 제한되어 있는 피폭량의 8배가 넘는다고 한다.


림프종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검사가 펫시티다.

전신을 찍어서 검은색으로 나오는 부분을 확인함으로써 암의 치료유무와 관해유무 

완치유무(5년뒤)까지 판단하는 아주 중요하면서도 정확하면서도 간편한 검사다. 피폭량이 높아서 문제일뿐 


펫시티는 힘들지는 않았는데, 내몸에 엄청난 방사능이 들어온다 생각하니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다.



위에서 말했듯, 림프종에서 가장 중요한 검사방법은 3가지다.


1. 혈액검사(유전자검사)

2. 조직검사(생검/세침)

3. 병기판정 검사(골수검사/ 펫시티)


나는 2번 조직검사의 경우 왼쪽 가슴에서 때어낸 

세침검사로 진단을 1차로 받았기에 15통에 달하는 피와 함께 골수검사와 펫시티를 받았다. 


그렇게 3주가 흘렀다.

정말 힘들고 힘들었던 3주였다.



다행히도 골수침윤은 없었다. 

정말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깨끗했다. 

골수침윤이 없다는건 두번다시 골수검사를 안해도 된다는것.

이보다 기쁜게 어디있으랴


안타깝게도 온몸 이곳 저곳 작은 사이즈의 림프종덩어리와 큰 림프종이 근육과 척추근육 등근육에 퍼져서

병기로 치면 4기 판정을 받았다. 


림프종에서 병기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아는 암들을 기준으로 잡자면 4기는 생존률이 낮지만

림프종에서의 4기는 생존률과 상관이 없다. 물론 공격적인 아형이라면 중요할 수도 있다.



2022년 7월 7일


"환자분이 결정하세요, 바로 항암치료 할건지 3개월 뒤에 볼건지"

"꼭 지금 항암하지 않아도 됩니다."


많은 고민을 했지만 우선 3개월 뒤로 미뤘다.

그리고 다른 대학병원을 내원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ep1:31살,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