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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롱 Oct 29. 2022

ep6: 2차 항암치료, 그리고 복직

생각보다 버틸만한 리툭시맙 항암치료, 한달간의 휴직


시간이 참 빠르다.

내나이 31살, 혈액암 진단을 받고

어느덧 2차 항암을 진행했다.





이빨이 또 말썽이다.


1차 항암진행 전, 대구에 있는 (정확히는 하양) 이창근 쌤에게 다녀왔다.

3주차 피검사를 통해 호중구가 아직은 정상범위라는걸 확인 했으니까 급한데로 이빨이 썩은듯 하여 치과로.

이빨 3곳을 때웠다, 전일 급하게 말씀드렸는데 거리낌없이 받아주신 내평생 치과 명인 창근형에게 감사하며

2차항암에 대한 마음다짐을 가졌다.


항암전에 해야할일들을 다시 적어본다.

남자 기준이며, 생각보다 많다.


1.집청소(여기서 말하는 청소는 그냥청소를 넘어선다. 구석 구석 먼지, 닦아내고 그랬다) 

2.화분 정리(나는 집앞,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맡겼는데 너무감사하다, 화분이 안좋은 이유는 키우던 녀석을 계속 데리고 있으면 무관하지만 분갈이를 한다던지. 흙에 있는 바이러스세균이 몸에 좋지 않다)

3.정자/난자 동결(여자분들은 남자대비 힘든과정을 거친다.)

4.치과치료(잇몸이 가장 취약하다, 호중구가 조금이라도 높을때 치과치료를 마치는게 좋다. 특히 교정한 사람이라면 오래전 교정뒷자리에 충치가 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항암치료전 정검(정기검진)을 해보는게 좋다.

5.마음가짐(항암하면 힘들다. 그래 , 근데 힘들다고 누워만 있으면 더힘들다. 일상적인 일상생활도 하고 걷기도 하고 공기좋을때 이어폰 빼고 동네를 걷는것도 좋다.)




케모포트의 감사함에 몸둘바를 모르겠다.

사실 1차항암은 케모포트 준비가 너무 힘들었었다. 가슴을 열고 심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뚫는다는건데 조영술실에서 맨정신으로 가슴을 열고 뭘 쑥 넣었을때 그 기분을 잊을수가 없다. 1차 항암을 마치고 상처관리에 정말 온힘을 다했다. 심장으로 연결되어 있는 공간이 하루빨리 아물기를 바라며 무균실에 버금가는 소독을 1주일간 행했다. 케모포트 상처부위를 연결지었던 스템플러 철심을 뺐을때의 쾌감을 잊을수가 없..


유쾌하다못해, 최고였던 36? 병동 간호사님

"오 케모포트하셨네요?" 케모포트는 천하무적이라며 너무 겁먹지 말아달라고 사정사정하셨던 간호사님. 정말 유쾌하다못해 재미나서 지방에서 만나는 동네 이모만난 느낌이였다. 글을 적는 지금 심박은 86 비피엠 2차항암하면서 심박을 계속 볼수밖에 없었다. 설마 또 부작용이 올까 싶었지만 나에겐 심부전 약이 있는걸 :)


2차 항암은 조금 달랐다.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떤 약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코가 쌔해진다는 녀석도 잠잠하고, 기도가 좁아졌던 리툭시맙도 쑥쑥 너무 잘들어간다. 부작용이 왜 없지 싶을정도로 1차대비 무난하게 2차 항암을 마칠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아직까지는 병상배정이 잘되어서 대기없이 투약을 하고 있다. 아침9시에 시작하여서 이날은 오후1시쯤 끝났다. 점점 투약하는 시간이 줄어드는건진 모르겠지만. 



세상은 넓으면서도 좁다. 새로운 문화를 알아버렸다.

나이가 31살인데, 병원에서 약국가는 셔틀이 있는 병원은 처음이였다. 적응하는데 힘들었지만.. 택시도 잡아주고 셔틀이 타이밍이 맞으면 인근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준다.(그동안 택시비를 얼마나 날린거냐)


정말 비싼 아점을 먹었다.

항암에 있어서 금식은 없다. 다만 1차 케모포트삽입술로 인한 금식만 있었을뿐 2차에서는 없었다. 그래도 맘편히 가려고 굶었는데 덕분에 정말 맛있게 롯데타워에서 가장비싼 점심을 먹었다. 장어를 좋아하는데 독한 약을 잘 맞았다고 나에게 주는 작은 상이었다. 



리툭시맙도 머리카락이 빠진다.(남자)

2차 투약후 2일차, 머리를 감는데 뒷통수 맞은사람처럼 멍하니 샤워기만 틀어놓고 욕조를 쳐다보고있다.

머리가 낙엽떨어지듯을 넘어서서 폭포수처럼 빠진다.


울었다.


탈모가 있기 때문에 알고있다.

이게 탈모증상인지, 항암으로 인한 증상인지.


글을 적는 지금은 2일차 대비 덜빠지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민둥산은 아니다.

최대한 살살 털고, 잘때 머리 시원하게 해주는 방법뿐(항암제는 세포분열이 가장 빨리되는 곳을 먼저 공격)




한달 하고도 이주만의 복직

주변에서 많이 말리고 또 말렸지만, 복직했다.

첫날부터 일이 미친듯이 밀려왔지만 어떻게 어떻게 처리했고

야근하루이틀하니 일주일이 후루룩 지나갔다.

역시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




2차 항암 후 9일이 지났다. 

글을 적는 지금 드라마 슈룹을 기다리고 있다. 

맥박은 86비피엠 심장 이슈도 없다.


다가오는 11월 2주차, 3차 항암이 기다리고 있다.

수치상 다음주 화요일까지가 제일 고비다.(호중구가 낮은)


손저림현상이 점점 심해진다.

3차를 잘 할 수 있을까.

ㅎ 


매거진의 이전글 ep5: 죽음의 경계를 경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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