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을 막아준 먹성에게 박수를
아이를 갖기로 결심하고 첫번째 시도만에 임신한 까닭에 엽산을 미리 챙겨먹지 못했다. 혹여나 문제가 될까 염려해서 임신 초기에 엽산은 입덧약과 함께 괴로워도 꼬박꼬박 잘 챙겨먹었는데, 반대로 중기부터 먹는 철분은 그러지 못했다.
왜 철분을 먹지 않았는지 되짚어보면 중기에 여전히 입덧이 심했던지라 속이 안좋을수 있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을 듣는 순간 철분약이 이미 마음에서 멀어졌기 때문이기도 했고, 철분을 먹으려고만 하면 여지없이 변비기운이 찾아와 항문에서 피가 뚝뚝흘렀기 때문이기도 했던것 같다. (철분제는 변비와 친하다고 한다)
후기에 접어들어서는 그냥 습관이 안되어서 계속 안챙겨먹다가 얼마전 출산을 앞두고 의사선생님께 지금까지 철분제를 안먹었노라.. 대신 소고기와 선지국등 철분이 많이 함유돼있다는 음식을 많이 챙겨먹었노라 고백을 했다.
"어머! 왜? 막달 피검사에서 철분수치를 보고 부족하면 아주 강한 철분주사를 놔줄거야! 출산하고나서도 맞아야할수 있어요~ 엄마, 오늘부터라도 철분제 꼭 챙겨먹어요~" 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지.
하지만 선생님의 그 무서운 주사 협박에도 나는 구운소고기, 미역국에 미역만큼 들어간 소고기, 갈아서 소고기고추장볶음을 만든 소고기, 소피로 만든 선지 그리고 계란노른자 등등을 임꺽정처럼 먹어대던 지난 몇달이 주마등처럼 마음속에 지나보내며 왠지 모를 자신감을 직장인이 사직서 품듯 고이 품고 있었드랬다.
그리고 어제 마지막 검진에서 선생님 하신말씀은 어쩐지 조금 웃겼다.
"소고기 정말 많이먹었나봐~ 철분 수치가 12야, (주사는 안맞아도 되겠다는 말씀)"라고 하셨다.
철분제를 따로 안먹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철분을 나눠 챙기고도 내몸에 빈혈기가 없을만큼 소고기를 잘 먹었다니! 오랜만에 내 먹성이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어깨가 으쓱해졌다. 남들은 철분이 부족해 약도먹고 주사도 맞는다는데! 내 먹성이 자랑스러운게 이 얼마만인가!
후후~ 남은 기간동안에도 소고기를 다부지게 먹고자 오늘도 쿠팡 새벽배송에 소고기를 주문하고 잠든다.
아가야 너도 소고기가 좋지? 태어나서도 편식하지말고 소고기 맛있게 나눠먹자^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