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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고 Mar 13. 2022

얼집 입소가 이렇게 슬프면 입영은 어쩔라구그래

10개월 아기의 어린이집 입소

10개월전에 아기가 태어났다. 말 그대로 고사리 같은 손, 휴대용 등긁개처럼 작아서 오무라진 모양새까지 마음을 아리게 하는 손을 가진 아이가.


처음 아이는 자는 법을 몰랐다. 2시간 마다 일어났다.

먹는 법도 몰랐다. 분유를 안먹어 애를 태웠다.

그리고 얘는 우는 법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아기가 울어대면 엄마아빠 멘탈이 가을날의 산 나무처럼 바싹 말라 작은 스파크에도 위태로워 지는데 감사하게도 방긋방긋 잘 웃어주는 아기였다.


그래서 이뻤다.

새벽에 일어나 분유를 먹일 때면 깜깜한 방에 흐르는 시간을 너와 나의 힘으로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꼬물꼬물 뭐가 그렇게 바쁜지 움직여대는 너를 보면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게 있다고? 싶어 피곤해도 억울하지 않았다.


물론 나도 사람이라 일 순간에 세상이 다 바뀌는 건 힘들었다. 나는 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여름이면 바다로 강으로 스쿠버 다이빙이며 원스키를 하러 다녔고 금요일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이태원에서 광란의 밤을 보냈다. 남편과 술 마시고 꽐라가 되기도 하고 여행도 남부럽지 않게 많이 다녔다.


근데 그 모든 걸 다 내려놓고 하루종일 내가 아니면 큰일이 나는 아기만을 봐야하는 일이었다. 그게 엄마의 일이었다. 너무 급진적인 변화라 조금 무섭고 때론 불안했다. 남편이 든든하게 곁에 있어주고, 밤낮으로 혹여나 육아우울증이 올까 '나갔다와라', '놀다와라', '좀 더 자라' 해주어 이겨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매일 매일이 행복하고 귀여웠다. 그 날에 그 시간에 딱 그때 만들었기를(?) 너무 잘했다고 오빠랑 몇번이나 이야기했다. 웃어도 이쁘고 바닥에 똥을 싸도, 심지어 오빠 손에 똥을 싸도 귀엽기만 했다.


아무튼 그렇게 귀하게 태어나 10개월을 자란 아기가 3월 첫번째 주에 어린이집에 입소했다.


입소 전에 한동안 마음이 안 좋았다. 아기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사를 한 탓에 원하는 어린이집은 커녕 겨우겨우 입소할 수 있는 어린이집이 생겼는데, 그 어린이집이 원래 보내고 싶던 어린이집에 비해 열악해보여 속이 상했고, 어차피 태어난 이상 이 아이도 사회생활을 하고 집 밖으로 나가야 하는걸 알면서도 거친 세상에 아이를 내어놓는 것이 어쩐지 짠했다.


하루종일 너와 나 둘이 보내던 세월이 벌써 끝이 난건가, 좀 더 재밌게 놀아주고 좀 더 웃어줄 걸 그러지 못한 시간이 미안하고 아쉬웠다. 가만히 누워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면 눈물이 후둑 후둑 떨어지기를 일쑤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육아휴직을 끝나고 복귀하면 어느 샌가 엄마의 빈 시간을 알아차리고 나를 찾으며 울지는 않을지, 저 작은 어린이집에서 답답해하지 않을지, 아플때는 또 마음껏 곁에 있어주지 못해서 얼마나 마음이 아플지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이 몇번이나 눈시울을 뜨겁게 데웠다.


어린이집을 보내면 애보다 엄마가 더 운다더니 내가 또 그 꼴이네.


그러나 다행히 아이는 사람을 좋아하는 엄마아빠를 닮아 어린이집 생활에 소질을 보이고 있다. 가자마자 낯도 안가리고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가 관심을 보였다. 선생님이 이틀만에 아이를 두고 집에 한 시간 있다 오라고 하셔서 돌아가는 길, 나를 부러워하는 같은반 아이 엄마 눈빛이 어쩐지 날 으쓱하게 했다.


부디 지금까지 우리에게 보여준 사랑스러움으로 사회생활도 잘 해나가는 꼬마가 되려무나. 엄마가 언제나 너의 뒤에서 넘어질때마다 다치지 않게 잡아줄테니까 걱정일랑 말어. 그나저나 어린이집 보내는게 이렇게 힘든데 군대는 또 어찌 보내나- 아기가 생기니 안보이던 것이 보이고 다른 엄마들의 마음이 읽어지기 시작한다.


우리집 꼬맹이 다음주도 출근잘하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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