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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병천 Apr 30. 2024

국순당 생막걸리

크림막걸리로 변신


때론 우연한 상황에서 새로움을 발견한다. 생막걸리의 경우 유산균이 살아있기 때문에 밀폐 용기에 담으면 부풀어 오르거나 터질 수 있다. 미생물의 힘이 그렇게 강하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한다. 생막걸리 병에는 공기가 통할 수 있는 홈이 파여있다. 막걸리 병을 세워서 보관해야 하는 이유이다. 보냉을 위해 텀블러에 막걸리를 담았다가 가방에 막걸리가 새어 나온 경험을 한 적도 있다. 냉장고에 병을 눕혀서 보관했다가 냉장고에 막걸리가 흘러나온 적도 있다. 집에 사둔 국순당에서 제조한 대박 막걸리를 눕혀서 보관했다가 5분의 1 정도가  줄어든 막걸리를 마시기 위해 식탁으로 가져왔다. 평소 막걸리를 세차게 흔들어서 마시는 편이다. 윗부분이 비어 있어서 그런지 막걸리는 더욱 세차게 흔들렸다. 평소처럼 뚜껑을 열어 컵에 따랐다. 신기하게 누르스름한 막걸리 위에 하얀색 거품이 생겼다. 다른 막걸리에서는 볼 수 없던 거품이었다. 막걸리 병을 눕혀 놓아서 이상이 생긴 걸까? 조심스럽게 막걸리 잔을 입에 가져왔다. 거품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 눈이 동그래질 정도로 놀라운 맛이 느껴졌다. 막걸리에서 크림 맛이 났다. 오랫동안 막걸리를 마셔왔지만, 처음 느껴보는 맛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자주 마셨던 막걸리라 더욱 놀랐던 것 같다. ‘대박 막걸리에서 이런 맛이 났던가? 가끔 누린내가 났던 적이 있었는데, 크림 맛이라니.’ 5분이 채 안 되어서 거품이 사라졌다. 거품이 사라진 후 다시 마셔본 막걸리에서는 크림맛이 전혀 나지 않았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막걸리의 맛으로 돌아왔다. 병뚜껑을 닫고 다시 세차게 흔들어봤지만, 처음처럼 거품이 생기진 않았다. 크림 맛을 잊지 못해서 다른 브랜드의 막걸리도 같은 시도를 해봤지만, 흰색 거품이 생기지도 않았고, 크림 맛도 나지 않았다. 이후 국순당에서 제조한 막걸리로 같은 시도를 해봤다. 우국생, 국순당 생막걸리(2023년 현재 녹색 포장용기)가 강하게 흔들었을 때 흰색거품이 생겼고 크림 맛이 났다. 개인적으로는 대박 막걸리보다 국순당 생막걸리의 맛이 훨씬 좋았다.


국순당 생막걸리 (이미지출처 : 국순당 웹사이트 www.ksdb.co.kr)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자주 가는 소문난 빈대떡마을에 어느 날 국순당 막걸리가 들어왔다. 다른 브랜드의 막걸리 두 종이 판매되고 있었는데, 그다지 좋아하는 막걸리가 아니었던 터라 무척 반가웠다. 함께 간 사람들에게 크림 막걸리를 소개했다. 막걸리가 다 거기서 거기 아니냐는 사람조차 흰색 거품과 크림 맛에 놀라는 눈치였다. 그날 이후 함께 갔던 사람들은 국순당 막걸리를 세차게 흔들어 거품을 내서 마신다. 가까이 지내던 사람의 다른 모습을 우연히 발견하는 것처럼 자주 마시던 막걸리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


망원동 소문난 빈대떡마을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정희네라는 술집이 나온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다. 망원동에 사는 나는 이곳이 꼭 정희네처럼 느껴진다. 두세 명이 모여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보면 지나가다 친한 사람들이 합류하는 식이다. 친한 이웃들과 담소를 나누며 크림막걸리를 마시는 시간은 무척 소중하게 느껴진다. 사장님께 시 한 편을 지어 드렸는데, 액자를 만들어 벽에 걸어 두셨다. 막걸리와 함께 소중한 벗을 만들길 바란다.


소문난 막걸리 -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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