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가 생각나는 막걸리
서울에서 한강 남측에서 강변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김포가 나온다. 한강변 최남단에 위치한 전류리 포구라는 곳이 있다. 서울에 살면서도 이렇게 가까운 곳에 포구가 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했다. 이곳에서는 숭어가 많이 잡히는 모양이다. 숭어는 빨래를 두드리는 다듬이 방망이와 비슷하게 생긴 물고기다. 전류리 쪽에 가면 다른 물고기보다 숭어를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른 회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자연산 숭어만의 매력이 있다. 근처 식당에 가면 참나물 무침이 찬으로 나오는데, 숭어와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김포’라는 지명을 들으면 김포평야가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문수산이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난 김포 하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재직 중인 강병철 교수 생각이 난다. 하성면에서 나고 자란 강병철 교수는 15년 이상 인연을 맺고 지내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형이다. 그와 함께 문수산을 등산하고 자동차로 넓은 평야를 구경하며 마을 곳곳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한다. 북한과 가장 가까운 마을도 구경시켜 주고, 재두루미 서식지를 가보기도 했다. 그가 추천하는 막걸리는 김포 금쌀로 빚은 선호막걸리다. 청량감이 느껴지는 선호만의 깔끔한 맛은 하산주로 일품이다. 같은 양조장에서 두 가지 막걸리가 나오는데, 인공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것이 파란색 병의 선호막걸리이고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것이 초록색 병의 미생이란 이름의 막걸리다.
언젠가부터 술자리에서 안주를 먹는 사람을 관찰했다. 술을 먼저 마신 후 안주를 먹는지, 아니면 안주를 먼저 먹고 술을 마시는지. 신기하게도 약 80% 이상이 술을 마신 후 안주를 먹었다. 갈증이 날 때 마시는 첫 술잔은 대부분 안주 없이 마시는 경우가 많다. 갈증이 가신 이후라고 해도 안주를 먼저 먹는 사람보다는 술을 먼저 마시는 사람이 많았다. 처음 술을 접할 무렵 내가 마시던 소주의 알코올 함량은 25%였다. 그땐 소주를 마시고 안주를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쓴 맛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안주가 없으면 물이라도 마셔야 할 정도였다. 막걸리를 마실 때엔 첫 잔은 막걸리 먼저, 다음 잔은 음식을 먹은 후 막걸리를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선호 막걸리는 안주 없이 마셔도 맛이 좋다. 와인처럼 음식과의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을 찾기 어렵지 않고 대부분의 안주와 궁합이 잘 맞는다. 김치를 먹은 후 레드 와인을 마셔본 사람은 둘의 조합이 그리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치의 강한 맛이 와인의 향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우리가 즐겨 먹는 거의 모든 음식과 잘 어울린다. 김치는 말할 것도 없고, 고기류나 회에도 더할 나위 없는 맛을 선사한다.
김포에서 선호 막걸리와 함께 먹는 숭어회는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성춘호라는 식당에 가서 주로 먹는데, 숭어회엔 깻잎이 잘 어울린다. 이곳의 숭어는 직접 잡은 자연산이라고 한다. 자연산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아마도 그곳에서 가장 잘 잡히는 어종이라 그런 것 같다. 날씨가 좋은 날엔 자전거를 타러 나온 라이더들로 식당이 꽉 찰 때도 있다. 그런 날이면, 숭어회를 포장해서 현지네 오리농장으로 이동한다. 이곳은 다른 식당과는 조금 다른 외관과 내부가 특징이다. 논두렁 사이에 위치한 식당은 임시로 만들어 놓은 강당 같은 외관이다. 내부에 들어서면 막걸리나 농산물을 담는 노란색 플라스틱 용기를 이용해서 만든 식탁이 눈에 띈다. 선호 막걸리는 숭어회뿐 아니라, 오리주물럭 요리와 함께 마셔도 맛이 좋다.
운동을 좋아하는 나는 선호막걸리를 즐겨 마신다. 김포에 갈 때마다 몇 병씩 사 오는 것으로 부족해서 양조장에 20병을 주문해서 냉장고에 채워두는 것을 좋아한다. 동네의 친한 사람에게 몇 병씩 선물로 주기도 한다. 그 덕에 선호막걸리 마니아가 점점 늘고 있다. 인공감미료가 섞인 막걸리를 주로 마셔온 사람에게 깔끔하고 신선한 맛으로 다가간 모양이다. 선호막걸리를 마실 때면 김포의 넓은 평야처럼 넓은 마음을 가진 강병철 교수와 친한 친구가 생각난다. 오랜 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마시기 좋은 막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