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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병천 May 17. 2024

비아 막걸리

여백을 찾아서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지방에 거래처가 많아서 출장을 자주 다닌다. 고속열차가 생긴 이후로 지방출장에 여유가 생겼다. 경상도나 전라도의 출장도 큰 무리 없이 당일에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버스나 자가운전의 경우 전라도 광주까지 당일로 다녀오는 것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무척 피곤한 일이었다. 이동 시간 단축으로 생긴 시간 여유 덕분에 기차역 근처의 맛집을 찾아 그 지방의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은 출장의 피로를 달래주기도 했다. 전국에서 생산하는 막걸리를 맛보는 취미를 가진 나는 김치의 고장 전라도 광주의 막걸리를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방문했던 식당에는 반찬 열한 가지가 기본으로 나왔고 김치가 세 종류나 있었다. 묵은지, 겉절이, 열무김치.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에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울 수 있을 정도였지만, 막걸리를 맛있게 마시기 위해 밥보다 막걸리를 주문했다. 많은 반찬 수에 비해 판매하는 막걸리의 종류가 적은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식당 주인에게 많이 팔리는 막걸리가 무엇인지 물었고 두 가지가 비슷하게 팔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반찬만으로도 훌륭한 안주가 되는 고장에서 주로 판매하는 막걸리의 종류가 두 가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주문한 막걸리 한 병을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에 마셨다. 달달하고 부드러운 맛의 막걸리라 전라도의 김치와 궁합과 잘 맞았다. 광주에서 처음으로 마셔본 막걸리는 ‘비아’라는 이름을 가진 막걸리였다. 광주에서 주로 판매하는 막걸리는 무등산 막걸리와 비아 막걸리다. 개인적으로 비아 막걸리를 더 좋아한다. 비아(飛鴉)는 까마귀가 날고 있는 모양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광주과학기술원에 방문했을 때 일을 마치고 지도를 검색했다. 광주과학기술원에서 도보로 20분 정도의 거리에 비아막걸리 양조장이 있었다. 비아막걸리에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어서 난 지체 없이 양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광주과학기술원에서 비아탁주 가는 길


오후 4시쯤 찾아갔던 양조장엔 인기척이 없었다.

"아무도 안 계세요?"

큰 소리로 여러 번 부르자 남성 한 분이 마당으로 나왔다. 서울에서 광주과기원에 출장 왔고, 올라가기 전에 막걸리를 사려고 들렀다고 이야기했다. 몇 병이 필요하냐고 해서 2~3병 정도라고 이야기하자 그 정도로 되겠냐며 10병을 가지고 나오셨다. 멀리서 왔다고 가격도 도매로 판매하는 금액보다 싸게 해 주셨다. 가방에 다 넣을 수 없어서 봉투에 담아 왔다. 서울에서 지인들과 나누어 맛있게 나누어 마셨다. 몇 개월 후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일을 마친 후 미리 연락을 한 후 다시 양조장을 찾았다. 막걸리를 잘 마셨다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준비해 간 선물을 드렸다. 자신을 양관열 전무라고 소개했고, 이후에는 근처에 갈 일이 없어서 찾아가지 못했지만, 광주에 내려갈 일이 있으면 전화로 안부를 묻곤 한다. 


비아막걸리. 이미지출처 : 비아탁주 www.biamaggoli.com


세계김치연구소에 출장을 갔던 날 광주송정역의 떡갈비집을 소개받아 방문했다. 연구소에 근무하는 박사의 친척이 운영하는 광주송정역 근처의 '송정떡갈비 1호점'이란 곳이었다. 그곳에도 반가운 비아막걸리를 만날 수 있었다. 기본 반찬과 서비스로 나오는 갈비탕에 막걸리 병이 하나둘 비어갔다. 



광주송정역 근처 송정떡갈비 1호점


얼마 전에 조선대학교에 방문했을 때에도 후배와 함께 송정떡갈비를 찾았다. 비아막걸리를 마시며, 양관열 전무에게 전화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의 말이 인상적이라 메모를 남겨놨다.


"98%의 견고함 속에 잊어버리고 있는 2%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양전무는 여백이라고 말했다. 우리 인생에서 진정으로 찾아야 할 것이 그런 여백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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