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썸녀가 몸살 기운과 몸에서 열이 난다며 전화했을 때 나의 대답이었다. 코로나가 무섭지 않다는 저 말은 좋아하는 여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한 말이나 사실 진짜 갈 생각은 없었다.
2년이 다 되어가는 코로나에 이제 무뎌진 위기의식은 안전불감증으로 다가왔고 나도 코로나 밀접접촉자와 같이 여행을 갔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 선제적으로 자가격리를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짐을 싸고 추석 연휴라 비어있는 친구 자취방에 가서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짐을 다 쌓고 집을 나서려고 했을 때 엄마가 말했다.
가더라도 따뜻하게 국 데웠으니까 아침밥은 먹고 가
엄마는 백신을 맞아 괜찮다면서 아들이 혼자 격리되어 제대로 끼니를 챙겨 먹지 못할 것을 걱정하고 계셨다. 가족들에게 민폐이니 그냥 나가겠다고 신경질적으로 말하고서는 차에 타고 검사소로 갔다. 가는 내내 내일 검사 결과가 나올 때 까지 아프지는 않을지, 밥은 제대로 챙겨 먹을지 걱정하시는 엄마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걱정이 많으시던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코로나가 무섭지 않다고 30대의 사망률은 극히 낮고 아들은 아직 열도 안 나고 건강하다고 말했지만 검사소가 가까워질수록 무서웠다. 미각을 잃으면 어떻게 하지?, 직장, 밀접접촉자를 만나고 나서 만난 사람들은 어떻게 하지? 그 짧은 시간에 다양한 걱정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 걱정은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는 순간 모두 기우였다는 것을 느꼈다.
코로나가 무서워? 지금 달려갈게
라는 비장한 표정으로 추석 연휴임에도 방호복을 입고 안내하는 사람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저절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코로나에 걸릴 수 있다는 위험에도 그리고 추석 연휴임에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 희생하고 계신 자원봉사자와 의료진 그리고 첨단 워크 스루 검사(앱을 통한 개인정보 제출, QR코드 인증, 모션인식 자동문 등)에 안심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나라는 코로나 확진자일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연일 최다 확진자와 정부의 무능을 이야기하는 코로나 4단계에서 정치적인 견해를 밝히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기 코로나를 두려워하지 않고 추석 연휴에도 일하시고 계신 검사소의 자원봉사자 분들과 의료진에게 경외감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한다.
검사를 받을 때 아프다는 이유로 화내는 사람들을 보면 분노가 생긴다.
다행히 마음이 안정된 이후 도착한 친구 자취방에 가서 제일 먼저 주문한 음식은 순댓국이다. 어렸을 때 엄마는 나의 감기가 심하진 아니지 판별하기 위해 감기가 걸렸다고 하면 순댓국을 시켜주셨다. 감기가 심해 입맛이 없어 순댓국을 먹고 싶지 않다고 하면 그건 심한 감기이기에 동네 소아과에 가서 처방을 받았다. 순댓국을 먹고 싶다고 하면, 가벼운 감기이기에 병원을 데려가시지 않고 순댓국 한 그릇 먹이시고는 따뜻한 물에 목욕을 시키신 후 재워주셨다. 이제 나에게 코로나는 순댓국 한 그릇 먹으면 낫는 가벼운 감기라고 생각한다. 코로나에 확진되어 자가격리 기간 동안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동생, 썸녀에게 많은 위로를 건넸지만 이제는 따뜻한 순댓국 한 그릇을 보내주면서 말해주고 싶다. 걱정하지 말라고 따뜻한 국물 한 숟가락하고 자면 거짓말처럼 개운해질 거라고 말이다.
-홍보는 없고 요리를 통해 깨달았던 내용이나 스토리 있는 음식과 문화를 설명하는 밥 먹는 기획자-
ps. 좋아하시거나 사연이 있는 음식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10월 중에 3분의 글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