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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하라 Jul 31. 2021

영화 모가디슈, 익숙하고 낯선 소말리아 내전 이야기

많이 덜어내 더욱 진해진 인류애



정말 징글징글하게 긴 코로나로 인해 개봉을 한없이 미루고 있는 영화들이 많다. 그래서 이 시기에 개봉하는 영화들이 고맙고 대견하다. 모가디슈 역시 1년이 미뤄졌다가 드디어 개봉했다. 가히 올여름 최고의 텐트폴 영화답다. 심지어 관객들을 겨냥한 상업 영화의 노골적인 신파나 러브라인, 뻔해 보이는 장치들을 싹 걷어내 담백한 액기스만 남은 아주 멋진 영화다.

때는 91년 한국이 아직 UN 회원국이 되지 않았던 시절, 투표권이 많았던 아프리카를 설득해서 지지를 얻고자 소말리아에서 파견 근무 중인 한국 대사 ‘김윤석’ 은 온갖 애를 쓴다. 하지만 그만큼의 노력을 함께 퍼붓고 있는 이들이 있었으니, 북한 대사인 ‘허준호’와 그의 참사관‘구교환’. 소말리아 대통령과의 약속을 앞두고 한국으로 요청한 자료를 참사관‘조인성’이 들고 와 서로 마주하며 불꽃이 튀는데 별안간 커다란 총격 소리가 들린다. 갑작스레 마주한 소말리아 내전으로 인해 꼼짝없이 갇히게 된 이들의 목적은 순식간에 ‘탈출’과 ‘생존’이 되어 버린다.




영화 ‘모가디슈’는 90년도 아프리카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기 위해 올로케이션으로 ‘모로코’에서 촬영하여 제작했다. 마치 90년대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또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아프리카’와 ‘내전’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점도 신선하다. 우리가 흔히 보던 ‘독립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이 섞였는데 다른 느낌이라, 뭐랄까 익숙한데 낯설고. 모르는데 아는 것 같은 느낌. 우리 역시 숱한 전쟁과 투쟁의 역사가 있었기에 피부색과 언어가 달라고 목숨이 달린 전쟁의 아픔이 오롯이 느껴진다. 특히 자기의 몸보다 큰 총을 든 아이들의 모습이 그렇게 낯설고 두렵게 느껴졌다. 전쟁이라는 것 자체가, 이런 아이러니와 불편함의 결합체 아니겠는가. 이해되지 않는 것들의 말도 안 되는 조합.




하지만 모든 것을 차치하고 가장 뛰어난 점으로 평하고 싶은 점은 역시나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신파를 걷어냈다는 점이다. 남북이 만났을 때 서로 웃으며 친해지게 되고, 그래서 헤어질 때 울게 되는 그 뻔한 장치들을 걷어내니 눈물은 안나도 멍울이 마음에 맺힌다. 아마도 개봉이 미뤄지는 시간 동안 덜어내는 작업을 많이 하신 것 같다. 그래서 영화가 정말 담백해졌다. 공과 사가 뚜렷하게 구별되니 마음이 편하다. 인류애를 오롯이 다루기엔, 여전히 우리들 마음엔 정치와 역사가 어지럽게 얽혀있어 어떤 색이라 할지라도 조금의 불편함은 나오기 마련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서로에게 옳은 일이다. 그 강단 있는 리더이자, 아빠이자, 가장의 모습을 ‘김윤석’과 ‘허준호’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지켜낸다.



그리고 역시나 가장 쌍심지를 켜고 손뼉 치고 싶은 배우 ‘구교환’ 정말 세상에 만상에 동네 사람들 구교환 보러 가세요. 그는 어느 장르에서도, 어떤 장면에서도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만다. 그러니 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짧거나 작아도 의미가 없다. 그는 아주 강렬하게 자신의 자리를 완벽하게 지켜낸다. 마치 화려한 수제 버거를 지탱하게 하는 것이 아주 얇고 작은 꼬치 하나인 것처럼. 김윤석과 허준호, 조인성이라는 굵직한 배우들의 균형을 잡는 키 역할을 구교환이 제대로 해낸다. 마지막까지 완벽했던 그의 역할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구교환 특집의 글을 쓰고 싶다(?)  올해 유독 많은 작품에서 얼굴을 보여줘서, 고맙고 사랑해요… 정말 많이 일 해주세요… 제가 다 볼게요…



마지막으로, 나는 이 영화를 4D로 봤다. 전쟁 신에서 몽둥이 같은 게 등 뒤에서 튀어올라 치는 바람에 담에 걸릴 뻔했다. 하도 흔들어대는 통에 카레이싱 장면에서는 교통사고 트라우마가 올라올 것 같았다. 너무 리얼해서 그랬는지, 전쟁이 무서워 그랬는지 몰라도 이제 그만 멈췄으면 하는 간절함에 눈물이 났다. 어떤 이유로든, 전쟁은 안된다. 어느 나라든. 누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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