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름으로 살 것인가
다 보고 나니까 내용 자체는 그렇게까지 신선하진 않고 흔한 내용인데 그걸 담는 그릇 자체가 굉장히 세련됐다. 누아르 영화나 액션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그걸 담는 연출이 뻔하고 익숙하다는 점이었는데, 마이네임은 내용이나 액션보다는 연출에 힘을 줬고 배우들이 그걸 훌륭히 소화한 덕분에 전혀 다른 음식처럼 느껴졌다. 뜬금없는 음악은 좀 아쉬웠다. 극의 분위기를 확 살리는 음악이 아니라 자 다음 장면 이거다! 하고 알려주는 듯한 음악이라 오히려 기대가 떨어졌다.
그래도! 어쨌거나 같은 작품을 해석하는 감독의 능력치가 뛰어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배우들의 역량이 훌륭했다. 박휘순 씨가 이 영화를 ‘한소희에 의한, 한소희를 위한’ 영화라 했던 평이 얼마나 탁월하고 겸손한지를 알 수 있다.
여성 누아르를 끌고 가는 그녀의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원톱으로 조금도 부족함이 없거니와 증량한 몸무게와 생얼이라 하는데도 이만한 미모라니 한소희는 단연, 내가 뽑는 20대 여배우 중 탑 1위다. 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다. 그녀는 연기로 표현해야 하는 선의 끝을 정확하게 알고 그 안에서 풍부하게 표현할 줄 아는 배우다. 선을 넘지 않고 최대치까지 끌어올릴 줄 안다. 배우는 연기를 잘할 때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안다. 척하지 않는 과감함과 대담함이 빛난다. ‘알고 있지만’으로 털털하고 매력적인 연기도 좋았는데, 이렇게 주먹 꽤나 쓰는 강한 연기도 너무 좋았다. 그녀가 어떤 옷을 입어도 맵시가 날 것이란 확신이 든다. 나는 앞으로 한소희의 작품은 믿고 본다! 뭐든!
그녀 외에도 눈에 띄는 배우들의 활약이 대단한데, 연륜이 그냥 생기는 게 아니란 것을 증명하는 묵직한 상남자 박휘순의 긴장감 넘치는 연기도 좋았다. 한소희와의 관계에서 보스와 남자 사이의 긴장감을 둘 다 줄 수 있었기에 극을 팽팽하게 만들어줬다. 왜 이제야 나에게 빠졌냐고, 진작에 빠지지 않았냐고 너스레를 떠는 그의 여유에 한 번 더 반한다. 앞으로 나올 작품에서의 캐릭터도 절로 궁금해진다.
이학주와 장률에겐 더 큰 도전을 해도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그 지점이 약해서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함이 깔린다. 둘에게 너무 많은 서사를 부여하면 피곤하겠지만, 그 성격을 더 보여줄 스토리는 몇 가지가 더 있어도 좋았을 텐데 메인 요리에 너무 신경 쓴 나머지 서브가 부실해진 느낌이다. 장률은 이번 역할을 통해서 여기저기에 강력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을 것 같은데 가진 매력이 100이라면 20까지 보여주고 싹 사라진 것 마냥 아쉽다. 조금 더 맛보고 싶은 배우. 이보다 더 센 악역을 맡을 순 없을 것 같은데, 다른 역할을 어떻게 소화할는지 걱정스러운 기대가 피어오른다. 그래도 난 기대해봐야지!
안보현은 역시나 타고난 피지컬이 사람을 매혹시키는데, 내가 연기 전문이 아니라서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집중하는 표정(?)을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다. 특유의 표현이 굉장히 진부해서 모든 장르를 순식간에 똑같이 만들어버린다. 잡고 있는 그 연기를 한 번 놔야 새롭게 태어날 것 같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훌륭하고 좋았다.
스위트홈 봤을 때는 이시영에게 반했는데,
마이네임 한소희를 보니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다.
내년에 나는…
킥복싱, 권투, 이종격투기, 주짓수 넷 중 하나를
시작할 예정이다. 진짜 못 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