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연호 Jul 15. 2023

침수 물난리에 우크라이나 간 대통령

국가 시스템 그리고 대통령의 역할

글을 쓰고 있는 15일 현재, 전국이 물난리를 겪고 있다. 오후 6시를 기준으로 중대본에서는 사망 22명, 실종 14명으로 인명피해를 잠정 집계하였는데 실로 참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불과 1년 전 기록적인 폭우와 그로 인한 침수로 '서초동 현자'를 비롯해 여러 이슈들이 생겼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앞으로도 이와 같은 일들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크다. 이번 폭우로 뜻하지 않은 변을 당한 많은 사람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그리고 같은 시각 윤석열 대통령은 극비리에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원래 2박 3일 동안 폴란드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기간을 연장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이다. 양국 대통령은 인도적 물품 지원과 안보, 재건에 대해서 논의하였고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된 기사들을 인터넷으로 살펴보다 보니 공통적으로 비슷한 내용의 댓글들이 무수히 달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핵심적인 내용을 옮겨 보면 대략 이와 같다. '나라에 물난리가 난 와중에 대통령은 남의 나라 전쟁통에서 여행이나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내가 평상시에 생각하던 '국가 시스템과 대통령의 역할'에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에 간략하게 정리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대통령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것에 앞서, 원론적으로 리더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이는 순전히 글을 쓰고 있는 나 개인의 의견이므로 혹시 이 글을 끝까지 읽고 비판적인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반가운 일이겠다.


나는 기본적으로 리더의 역할이라고 한다면, 적재적소에 알맞은 인력을 배분하고 큰 틀에서 나아갈 방향을 지정해 주는 일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리더는 모든 일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그 또한 사람이기에 모든 분야에 정통할 수 없고, 전문성을 가진 참모들을 필요로 한다. 즉 평상시에 끊임없이 참모들과 소통하고 시스템을 구축한다. 유사시에는 이미 구축된 시스템을 토대로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 의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를 대통령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국방 분야에서 대통령이 결정할 것은 강력한 힘을 통한 평화를 구현할 것인지 적과의 유화적인 소통을 통해서 상황을 관리할 것인지 뿐이다. 그것이 결정되고 난 후, 어떤 훈련을 언제 어떻게 진행하며 유사시 전투기를 몇 대 띄우고 어디에 미사일을 쏠 것인지는 국방부에서 할 일이다.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라고는 해도 군사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 모두 꿰고 있을 수가 없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과 같이 폭우, 침수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나 교통, 화재로 대규모 인명사고가 일어났을 때에 사실상 대통령이 실무적으로 할 일은 전무하다.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한 명의 사람이라도 더 빨리 구할 수 있도록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치워주는 것, 그리고 본인이 '걸리적거리지 않아 주는 것'이 국가정상이 할 일이다. 노란 조끼 입고 현장에 달려가 일하는 척하며 사진 찍히고, 카메라 들이대고 브리핑을 들으며 구조인력을 낭비하게끔 하는 것은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짓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현시점에 '해외에 나가 있는 것'을 가지고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이다. 대통령은 대통령이 할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와 별개로 작년에도 비로 인해 국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었는데 올해 또다시 이런 참사가 반복된 것에 대해서는 나 또한 비판적인 입장이다. 나는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 재난대비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대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이 한없이 무력하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1년간 재난 대비 시스템이 제대로 준비되고 있었는지대해서는 분명히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즉 '평상시에 폭우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데 있어서 부족한 점이 없었는가'에 대한 비판은 납득 가능하나 '난리통에 왜 해외에 나가 있었는가?'에 대한 지적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어쩌면 이것이 더 핵심적인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윤석열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냥 윤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사실상 그가 외국에 나가 있었는지 아닌지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었을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오늘 윤 대통령이 국내에 머무르고 있었거나 재난 현장에 직접 달려가 구조 지휘를 했다고 해도 어차피 욕은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대통령이 뭘 안다고 조끼 입고 가서 쇼하냐?'라고 말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반박할 수 있는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주어를 지우고 사안에 대해서 본인의 생각을 확고히 하는 연습을 해 보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재난 현장에 가서 구조지휘를 하는 것이 옳은가? 대통령이 누구인지에 따라서 답이 달라지지 않는가? 대통령이 우리 편 대통령인지 내가 반대하는 대통령인지에 따라서 여러 명제들에 대한 답이 달라진다면 그 사람을 객관적인 사람,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끝으로 이번 침수로 인한 인명피해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아울러 윤 대통령도 외교 일정을 마무리하고 돌아온 후에는 우리나라 재난 대비 시스템에 허점이 없었는지 꼼꼼하게 살피고 앞으로는 막을 수 있었던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 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필 대통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