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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Nov 26. 2020

33. 자궁적출 후유증?

지난주부터 계속 담이 걸려 고생 중이다. 병원 가기가 싫어 약국에서 근육이완제도 사 먹어보고 뜨거운 물주머니에 일회용 핫팩, 뜨거운 방바닥에 지져보기도 했건만 도저히 나아지질 않아 엊그제는 한의원에 찾아갔다.


아픈 부위는 오른쪽 어깨, 쇄골, 등이라고 얘기하니 여러 가지 문진을 하다 자궁적출과 오른쪽 난소 제거 얘기까지 나오게 되었다.


양방에서는 아무 관계없다지만 한방에서는 담이 걸리고 허리가 아픈 건 분명 자궁적출이나 난소 제거와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어요. 일단 물리치료도 받으시고 침도 맞읍시다.


이 침이 맞기 싫어서 안 오려던 건데. ㅜㅜ  


한의원 침대에 누워 공기압 다리 마사지 기구에 핫팩 찜질, 물리치료, 약침, 부항, 온열치료를 받고 나오니 1시간 반이나 시간이 지나 있었다. 이렇게나 오래 대접을 받고 나왔는데도 14000원이 나오지 않았다. 진짜 오랜만에 돈 쓰고 기분 좋았달까. 치료에 소요된 시간이나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어찌나 몸이 노곤 노곤하고 편한지 시간만 허락한다면 계속 받고 싶을 정도였다.


이렇게 치료를 받고 나니 바닥에 등도 데고 잘 수 없었던 심한 통증은 사라졌다. 덕분에 잠을 잘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건만,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오른쪽 엉치뼈가 아프기 시작했다. 수술 후 아픈 부위가 죄다 오른쪽이라는 게 어이없고 신기할 정도다.


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신체 균형이 무너진 것이 확실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호르몬 불균형이니 뭐니 하는 어려운 말을 쓸 것 없이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자궁도 없어지고 좌우 대칭이던 난소 하나가 사라졌으니 몸의 균형이 안 맞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저질체력이 된 몸에 보약이라도 먹여주고 싶건만 양방에서는 수술 후 한약 먹는 것에 회의적인 편이다. 하다 못해 홍삼도 피하는 게 좋다고 얘기했다. 나처럼 수술이나 큰 병치레를 하고 나면 3개월까진 보약도 먹어서는 안 된다는데 그럼 도대체 허약해진 몸을 불끈하게 할 묘약이라도 알려주던지! 수술이나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여러 종류의 약이 간에 무리를 준 상태이니 한약은 피하라는 말이 이해가 되면서도 다른 대안 없이 식사나 잘 챙겨 드시라는 말은 참 책임감 없는 답변인 것 같다. 아니 입맛도 없고 소화력도 떨어져 영양소 흡수도 안 돼서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은커녕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도 힘든데 어쩌란 거냐고!


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온갖 약 선물이 들어왔었다. 자궁 적출했다니 갱년기 여성(?)이 된 나를 위한 석류즙도 있었고 비타민, 오메가 3, 유산균 등등. 세상에 먹어야 할 영양제가 이리도 많다니! 하루에 한 주먹은 먹어야 건강할 것 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 그래, 이거 먹고 건강해지면 다행 아니냐.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이러기 위해서 내가 밥 먹듯 영양제 먹어주마!


결국 한 주먹 영양제와 커피에 의지해 하루를 견디고 있는 나. 언제쯤 깨 발랄 활력 있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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