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chovy Dec 26. 2020

36. 당신 거식증 아냐?

요새 2학기 기말고사 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매일매일이 바빴다. 수업 내내 입이 잠시도 쉴 틈 없이 떠뜰어대야했고 연이은 수업에 식사를 챙겨 먹기도 힘들었다. 또한 코로나 2.5단계에 접어들며 학교를 안 가고 거기다 학원도 못 가다 보니 개인 수업은 더 늘어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오전부터 밤 11시까지 수업을 해야 했다.


날은 추운데 수업 중간에 들어가 쉴 곳도 없고(코로나 때문에 카페가 테이크아웃만 가능해지며 중간에 시간이 나도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쉴 수가 없었다.) 일이 몰리는데 몸 상태는 예전만 못하니 억지로  내 몸을 달래 가며 시험대비를 마쳤다.


그런데 딱,

수요일 시험대비를 마치고 그다음 날부터 속이 안 좋더니 음식을 다 토하기 시작했다. 열은 그다지 오르지 않는데 명치가 아프고 두통에 물만 먹어도 화장실 변기를 붙잡고 한참을 토해야 했다. 혹시 코로나가 아닌가 걱정했지만 발열도, 기침도, 오한도 없이 토하고 머리만 아팠다. 평소 체했을 때 증상이었다. 온갖 나라에서 판매되는 소화제를 구비하고 있으니 하나하나 그것들을 먹어보며 속을 달래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뭘 먹든 다 토해대니 입에 뭘 넣는 게 무서웠다. 결국 금요일 내내 굶고 잠만 자면서 속을 달랬다.


토요일 아침이 되니 속은 좀 나아진 느낌이었다. 다만 문제가 된 것은 너무 줄어든 체중이었다.


41.8kg.


내 나이와 비슷한 몸무게라니!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당신 거식증 아냐? 뭘 먹으면 토하는 걸 보니 이상해. 그리고 갈비뼈 좀 봐. 거기 멍든 건 보여?


진짜 갈비뼈도 훤히 드러나는 데다 온몸에 멍도 들어있었다. 지방이 부족해서 멍이 든 건지 엉덩이에도 퍼런 멍이 있었다. 누가 내 몸을 보면 거식증이라고 오해할 만큼 꼴이 우스울 정도였다.


물론 난 거식증이 아니다.

억지로 토하지도 않고 먹을 수 있을 때마다 잘 먹으려고 했으며 고단백, 고영양 음식과 영양제도 챙겨 먹었다. 내가 살이 빠지는 이유는 아마도 수술 후 약해진 몸 상태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는 다이어트가 필요 없는데 뭔 배부른 소리냐 싶겠지만 나이 40 넘는 아줌마가 비쩍 마른 게 예쁜 거겠냐? 내가 얼굴에 뭘 넣어서 빵빵한 것도 아닌데 얼굴도 퀭하고 몸도 초등학생 같은 몸뚱이인 거지 무슨 모델 같겠냐고? 자랑거리가 아니라 걱정거리일 뿐이다.


수술 후 3개월을 지나 4개월째를 바라보고 있지만 여전히 약해진 몸은 회복이 힘들다. 또 한 번 절감한다. 결코 수술을 가볍게 여기지 말 것, 충분히 쉬고 복귀할 것, 잘 먹고 잘 쉴 것. 이 모든 것을 잘 못 지킨 선배가 해주는 조언이니 잘 새겨들으시길. ㅜㅜ




매거진의 이전글 35. 올 겨울, 미니 스커트여 안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