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더위를 많이 탄다.
아니 탔었다. 확실히 2020년 올여름까지도 더위를 못 참아 에어컨을 안 틀어주면 수업을 중단할 정도였다. 비쩍 마른 주제에 땀도 주룩주룩 흘리는 데다 온몸이 열기를 내뿜는, 수족냉증 있게 생긴 외모를 배신하듯 나는 무진장 더위를 탔다.
더위를 많이 타는 반면 추위에는 강한 편이었다. 겨울에도 레깅스나 스타킹만 신어도 별 추위를 느끼지 않았다. 그러니 미니 스커트도 꽤나 자주 입고 다녔다. 진짜 다리가 춥다는 느낌을 전혀 받아 본 적이 없으니 겨울에도 날씬하게 옷을 입을 수 있었던, 나름 좋은 체질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라니.
이번 겨울은 다리가 시리다!
결코 신지 않던 수면양말에 털이 부숭부숭한 털부츠를 신고 긴 바지까지 입었는데도 추위가 느껴졌다. 이건 도저히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온몸에 한기가 느껴졌다. 혹시 코로나 19라도 걸린 게 아닌가 싶어 체온계로 열 체크를 해보니 35.5도. 정상 체온보다도 낮은 온도였다. 결국 나도 추위에 굴복하게 된 것이다! 으악~~~
열이 많아 홍삼도 못 먹던 내가, 추운 겨울에도 맨다리를 내놓고 다니던 내가 추위를 타게 된 데는 이번 자궁 수술과 요관 재문합술의 영향이 클 것이다.(늙어서일지도 모른다. 하하하. ) 수술 후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 뜨뜻한 방바닥에서 등을 지진다는 의미를 진정 깨닫게 되는 요즘, 별달리 아픈 데가 없어도 어른들이 여기저기 쑤시고 힘들다고 하시던 말이 크게 공감이 되었다. 나도 요새 등이 방바닥에 쉽게 떨어지지 않으니 말이다. 11월부터는 난방을 꺼본 적이 없을 정도로 추위가 느껴졌다. 체지방이 줄어든 것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보며 문득 몸 좋은 보디 빌더들도 추위는 많이 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옷장 속에서 겨울에 입을 옷을 꺼내고 손질하며 20벌은 족히 되는 미니 스커트들을 바라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이걸 작년까지, 아니 올 초에도 입었단 말이지. 아직 젊었었네. 요 짧고 얇기까지 한 걸 입고 어찌 추운 길바닥을 다녔는지. 차도 안 가지고 다니는 뚜벅이가 참 건강했었나 보다. 추위를 타지 않던 활력 넘치고 싱그럽던 그때로 돌아갈 순 없겠지만 뭐 어때? 혹 덩어리 떼어내고 건강한 내가 되었는 걸!(물론 혹만 뗀 건 아니지만.^^;)
미니 스커트여,
미안하지만 올해는 내가 못 입어 주겠네. 내년에는 내가 건강 관리 빡세게 해서 시도는 해볼게.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