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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Jan 27. 2021

6. 5000만 원짜리 통장 만들어줘!

나 5000만 원짜리 통장 만들어줘. 우리 엄마가 그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데.


우리 집은 내가 경제권을 가지고 있다. 별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우리 뚜띠 아저씨는 돈을 펑펑 쓰는 것에는 탁월한 재능을 지녔으나 모으는 것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결혼 초부터 돈을 불리고 집을 사고파는 결정권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늘 자기 용돈 수준에 현금과 카드를 잘 긁어대던 우리 아저씨에게 왜, 갑자기 5000만 원짜리 통장이 필요한 걸까?


우리 시엄마에 생각으로는 자고로 남자란 한눈팔기 쉬운 동물인데 혹여나 바람이라도 피우다가 내게 걸리면 땡전 한 푼도 없이 쫓겨날 것에 대비를 해야 한다고 하셨단다. 그 돈이 고작 5000만 원이라니. 에휴, 어머님! 이 돈으로 월세 보증금도 못 내요. ㅎ

그리고 자기 아들이 바람피울까 걱정인 건지 아니면 표독스러운 며느리가 걱정이신 건지 웃음이 나왔다. 또 그걸 장난처럼 전달하는 저 아저씨. 아니, 설마 농담처럼 진담을 하는 건가? 어쩌면 시엄마 핑계를 대며 목돈이 든 통장을 갖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5000만 원 통장 사건 이후, 시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렸다. 그리고 은근히 우리 뚜띠 아저씨가 돈을 아낄 줄 모르고 펑펑 써대서 경제권을 줄 수 없음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우리 시엄마 왈.


걔가 쓰면 얼마를 쓰간디. 그냥 쓰게 내버려 둬라. 뭐 필요한 거에 돈 쓰는 거겠지. 안 그려?


그래서 대답해 드렸다.


쓸데없는데 많이 써요. 맨날 외식이나 좋아하고 물건 있는데도 또 사고. 비싼 거만 사려고 하고. 그래서 제가 돈을 안 주는 거예요. 손에 쥐어주면 있는 대로 다 써요. ^^ 이러다 저희 살림 거덜 나요.


뭐 거짓말 좀 보태서 시엄마께 5000만 원짜리 통장을 만들어 줄 수 없음을 인지시켜 드렸다. 죄송합니다. 어머님~ 아드님은 제가 잘 데리고 살게요. ㅎ


우리 뚜띠에게 시엄마와 통화했음을 얘기하며 앞으로도 목돈을 줄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당신이 바람피우면 나가 살 돈은 주고 내쫓을 테니 걱정 말라며! 그러자 우리 뚜띠가 얘기했다.


당신이 나 돈 주고 쫓아낸다고? 에이, 거짓말. 당신이 그런다고! 절대 아닐 걸


그래서 대답했다.


그래, 이놈아. fire egg 두 쪽만 차고 나가게 할 거다. 바람피우지 말고 내 옆에 붙어계셔! 잘 살게 해 줄 테니!


우리 뚜띠의 5000만 원 통장 소유 꿈은 이렇게 무산이 되었다는 슬픈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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