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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Mar 27. 2021

140. 너의 불행은 나의 기회?

이번 주 내내 마음이 무겁다.

내 사적인 일은 아니지만 가르치는 학생 신변에 큰 문제가 생겼다. 평생 주홍글씨를 떠 앉고 살아야 할지 모르는 큰 일. 여기에 쓸 수는 없지만 생각도 못한 아주 대형 사고이다.


사실 이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듣기도 전에 다른 학부모를 통해 알아챌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수업 문의드려요.
일요일 o시부터 ㅇ시까지 시간 비신다고 들었는데 우리 아이 수업 좀 해주세요~~


엥? 이 시간에 수업이 있는데 시간이 빈다니? 뭔 이상한 얘기를 들으신 걸까? 분명 수업을 진행 중인 학생이 있다는 것과 다른 비는 시간이 없음을 정중히 알린 후 대기 순서에 따라 연락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전화통화를 종료했다.


그리고 다음 날. 처음 보는 번호로 온 문자 하나.


소개받고 연락드립니다~
일요일, 수업 가능하시다고 해서요.
수업 부탁드려도 될까요?
통화 가능 시간 알려주세요~


뭔가 단단히 오해가 생긴 모양.

갑자기 인기 선생이 됐나 싶었다. ^^


그런데 갑자기 받게 된 연락.

일요일 ㅇ시에 수업받던 학생이 당분간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유도 말하지 않고 그냥 동생을 주 2회 수업해주십사 부탁하는 힘없는 목소리. 뭔가 일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


결국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아이가 최소 6개월은 수업을 할 수 없는, 아니 아마도 영영 못 볼지도 모르는 상황인 것을 알게 되었다. 집안은 쑥대밭이 되었고 평소 이 학생 어머님과 친하게 지내던 지인들은 이 아이의 불행한 소식의 내막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시간 비었다고 날름 다른 엄마들에게 알려줬다고!  대단들 하시네...


평소 유명하다는 맛집 도장깨기를 함께 하고 생일 때마다 명품 선물을 나누고 SNS 서로의 미모를 칭찬하던  친절한 언니들은 어디 가시고 남에 집 아이 수업 못한다니 얼른 소개를 해주시는지... 나 부자 되기를 간절히 바라시나 보다.


그 빈자리에는 다른 아이를 감히 넣지 못했다. 당분간 내 마음이 안정되기까진 비워두기로 난 남에 불행을 이용하고 싶진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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