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노잼? 노잼!'
'나는 노잼 교사다' 연재를 마치며
이젠 제목만 봐도 가슴이 매여오는 '나의 아저씨' 중에 이런 장면이 있다.
박동훈(고 이선균)이 근무하는 회사 사무실에서 업무를 돕는 지안(이지은)이 복사기가 인쇄 중간에 멈추자 복사기 아랫부분을 발로 차서 다시 작동시키는 장면
사무실에서 근무해 본 사람이라면 무척 공감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인쇄 중 종이가 복사기 중간에 걸려 손으로 잡아당겨 꺼내다가 어정쩡하게 찢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감한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복사기에 'jam'이라는 에러메시지가 뜬다.
작년에 내가 딱 그랬다.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뒤로 물러서지도 못했다. 앞으로 나갈 열정은 이미 소진되었고, 과감히 뒤로 빠져줄 용기마저도 없었다. 그렇게 반년을 보내고 도피처를 찾아 떠난 두 번째 산티아고 순례길.
온전히 나아가고 물러섬의 결정을 스스로 해야 하는 곳. 중간에 주춤하거나 오버하면 전체적인 일정에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 이 모든 것을 타이밍에 맞게 잘해야 한다.
그런데 헝가리 친구 라시(Laci)와 함께 하면서 그 결정의 무게를 상당 부분 나눌 수 있었다. 특히 그의 배려로 신체 리듬을 최대한 유지하며 걸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가 안전하게 받쳐주는 든든함이 느껴져 힘든 일정을 아무런 사고 없이 아프지 않게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제 40일간의 유럽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기 위해 부다페스트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다시 '노잼(재미없다의 속어)'교사로 돌아가야 한다. 50여 인생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기 위해, 싫은 소리 듣지 않으려고 고집스럽게 세워둔 몇 가지 원칙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내가 '노잼'으로 비치나 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온전히 나인 것을.
하지만 이제 남은 인생은 'No jam'으로는 살고 싶다. 구태와 관습, 사회적인 시선에 걸려서 스스로를 구속하지 않는 그런 삶.
그게 '노잼'으로 보이더라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이제 노잼(No jam) 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