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눈에 들어오는 자동차 광고가 있다.
자동차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 자동차의 이전 모델을 그녀가 타고 다녔기 때문이다.
카톡에 저장된 번호의 친구 생일을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
평소 그걸 꼼꼼히 챙겨 지인들께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편이 아니라 그냥 '이런 기능이 있구나!' 정도만 생각하고 살았는데 그날따라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2월에 어떤 분들이 생일인가?' 하고 들여다본 적이 있다.
그중에 그녀의 생일이 있었다.
그녀가 잠시 학교에 들렀다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방학 중이라 근무 중인 몇 분만 봤다고 했다.
그런데 혼자 차를 운전할 수가 없어 친구가 그녀의 차를 운전해 와 학교에 남아 있던 짐을 모두 챙겨 갔단다.
처음 병가를 냈을 때는 한참 지나서라도 카톡으로 근황을 알려주기는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교감선생님을 통해서 아주 드문드문 그녀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러다 모학교의 교감선생님으로부터 "그녀가 자신의 조카인데 지금 상황이 몹시 안 좋아 걱정이라며 완쾌되기를 같이 기도해 달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 소식을 접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던 거 같은데...
6월 25일.
분단의 아픔을 직접 겪지 않은 우리도 절대 잊을 수 없는 바로 그날, 그녀는 우리에게 진한 슬픔을 남기며 1년 여의 투병 끝에 먼 곳으로 떠나버렸다.
같이 근무하는 동안 그리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다.
사람의 좋고 나쁨을 떠나 나하고는 결이 다른 느낌이랄까.
같은 교무실, 멀지 않은 곳에 서로 앉았는데도 몇 번 배드민턴을 같이 하거나 운동에 관해 얘기할 때 빼고는 크게 접점이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그렇게 떠나고 난 뒤에 그녀가 타던 차가 보이거나 평소 그녀가 즐겨했던 풋살 영상을 보게 되면 불쑥 생각이 난다.
그녀가 떠나고 며칠 되지 않은 어느 날, 학교 복도에 새가 들어온 적이 있었다. 학교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만약에 아이들이 있는 시간에 그런 일이 생기면 아이들은 소리치고 난리가 났을 텐데 이른 아침이라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소리 나는 쪽으로 갔다.
작은 새 한 마리가 밖으로 나가려고 이리 쾅 저리 쾅하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평소에 자주 보던 참새가 아니라 깃털이 아주 예쁜 새였다. 서둘러 다가가 그쪽 창문을 모조리 열었더니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가서 부딪히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러다 나가기도 전에 죽겠다.'
급히 뛰어가 그쪽도 열었다. 그랬더니 나를 피해 처음 있던 곳으로 가 열린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휴~ 다행이다.
그런데 바로 저 멀리 날아가 버리는 게 아니라 학교를 휘 둘러보듯이 건물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사라졌다.
『졸업식이 시작되자 새떼가 학교로 날아와 주변을 비행하다 단원고 옥상에 내려앉았다. 새들은 학생들이 졸업식을 마치고 다 돌아갈 때까지 단원고를 지키다 흩어졌다.』
순간 몇 년 전에 봤던 신문 기사가 오버랩되며 '그녀가 마지막으로 학교에 들렀다 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감정이 한꺼번에 차올라 세미나실에서 한참을 울었다.
카톡에서 알려준 그녀의 생일이 곧 다가온다.
그녀를 수목장 한 곳이 멀지 않으니 이 겨울이 가기 전에 몇몇 샘들과 꼭 한 번 들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