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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주적 사회주의자 Nov 29. 2019

철학 없는 공정성정책은 교육의 황폐화를 가져올 뿐이다.

교육부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방안' 비판

어제(11월 28일) 교육부는 예고했던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하였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일관된 교육 철학 없이 여론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리는 한국 교육정책의 비극을 재생산하는 방안이며, ‘공정성’이라고 포장되어있을 뿐 실상 공정과는 아무 상관없는 무한 경쟁의 확대를 주창하는 방안이다.     


 '2022학년도(현 고1)부터 적용되는 서울 주요 대학 16 곳의 정시확대 권고(40% 이상)'를 통해 교육부가 '대입3년예고제'의 원칙을 허물었다. 이는 이미 빈번한 대입 제도 변화에 지쳐있는 학생, 학부모들의 혼란을 초래함은 물론이고 차후 어떤 정권이든 여론에 맞춰 최소한의 유예기간 없는 대입 제도 변화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비판 받아 마땅하다.     


 또한 지방 소재 대학은 건들지 않으면서 서울 소재 16개 대학의 입시만을 교육부가 콕 집어 발표함으로써 사교육계에서나 통용되던 대학 서열화를 공식화한 것에 다름 없다는 비판에 직면하였다. 소위 상위권 대학의 정시 확대 권고를 통해 수능 문제 풀이를 위한 사교육계의 공포 마케팅이 지역을 막론하고 더욱 성황을 이룰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2022학년도(현 고1)부터 학종에서 교사추천서 폐지', '2024학년도(현 중2)부터 자기소개서 폐지' 등의 항목을 통해 사실상 '학생부종합전형'의 무력화를 선언한 것이다. 사회적 신뢰가 낮은 학생부종합전형의 개선과 보완책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수능 문제 풀이식 수업이 아닌 다면적 평가를 위한 교육 현장의 변화를 이끌었고 대입 결과에 있어 지역적, 계층적 형평성을 확보한 학생부종합전형의 일방적 무력화는, 스스로 방향성을 무너뜨린 교육부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는 것이며 내신, 수능 점수에 집착하는 교실로의 과거회귀적 퇴행이다.     


 더군다나 '2024학년도(현 중2)부터 독서활동 대입 미반영' 항목은 이런 퇴행적 방향에 아주 쐐기를 박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육부가 나서서 '독서' 대신 '시험 풀이'에 매진하라고 속삭이는 꼴이다. 수능 대비 문제 풀이만 강조하는 교실의 모습, 선생님의 수업 대신 EBS 인강만 보고 있는 교실의 모습, 이 내용은 학원에서 배웠을 테니 넘어가겠다고 말하는 그 모습들을, 우리가 끔찍하게 생각하여 탈출하고자 했던 그 모습을 우리는 다시금 교육 현장에서 만나야만 한다.     


 교육부에 촉구한다. 교육 현장의 황폐화를 가지고 올 현 개선 방안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극한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우리 사회가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 교육의 방향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학생들 간에, 학부모들 간에 개별적인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평등을 위해 복무하는 공교육의 그림을 그려야만 한다. 지금 이 나라의 교육에야말로 공동체 구성원들의 연대를 강조하는 사회주의적 가치관이 절실하다. 교육이 개별 구성원의 이익을 위한 상품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공공재라는 신념이 자리잡아야만, '공정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신자유주의적 무한 경쟁의 이념을 교육에서 쫓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교육은 언제나 미래에 대한 우리의 희망을 향해야만 한다.     


2019.11.29.     

정의당 의견그룹 <민주적 사회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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