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정치 속 사회복지철학

(2) 대동사회와 민본주의 사상: 여민동락(與民同樂)

by 오아시스

맹자는 인의(仁義)의 가치에 기반을 둔 왕도정치를 통해 백성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이상을 추구하였다. 즉, 맹자가 꿈꾸었던 이상사회는 왕도정치를 실현하여 여민동락(與民同樂)이 완성된 사회였다. 왕도정치는 여민(與民)정치와 같은 말이다. 흔히 맹자의 철학을 위민(爲民)정치라고도 하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위민은 말 그대로 백성을 위한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관계의 수직성이 전제되어 있다. 통치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면서도 백성을 위한답시고 시혜를 베푸는 척하는 마음이 스며있다. 그러나 여민은 수평적 관계를 전제한다. 군림하거나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그 공동체가 겪는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는 말이다. 왕도정치는 덕(德)에 의한 정치이다. 이는 백성을 사랑하는 인(仁)에 기반 한 정치를 말한다. 맹자는 왕도정치를 통해서 백성과 함께 즐길 때 비로소 진정한 군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여민은 백성들의 마음을 얻어 왕도정치를 펴나가는데 있어 중요한 정치지도자의 자세이다.

제선왕(齊宣王)이 맹자를 보고서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투덜대면서 맹자에게 물었다. “문왕의 사냥터가 사방 70리였다는데, 지금 내 사냥터는 사방 40리밖에 안 되는데도 백성들이 넓다고 하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문왕은 사냥터가 사방 70리나 되었지만 그 사냥터를 백성과 함께 썼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백성들은 오히려 좁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왕께서는 사방 40리의 사냥터를 혼자서만 쓰면서 그 안에 들어와 사냥을 하거나 나무를 베면 벌을 줍니다. 이것은 나라 안에 사방 40리짜리 함정을 파 놓은 것과 같으니, 어찌 넓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맹자》「양혜왕」편

패도정치를 하더라도 통치자는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궁궐은 화려하고, 국력(군사력)은 강하며, 정부의 재정은 풍족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즐거움은 혼자만의 것이지 백성들과는 분리되어 있다. 통치자가 기뻐할수록 백성들은 침묵한다. 그런데 통치자는 백성들의 침묵을 사회의 안정으로 착각한다. 맹자는 이를 망국으로 가는 가장 위험한 신호로 보았다. 맹자는 왕과 백성이 함께 즐기고 함께 염려하는 국가를 바랐다. 왕과 백성이 하나 된 국가 즉 왕과 백성이 함께 어우러진 공동운명체로서의 국가를 인정(仁政)왕도의 실현으로 보았다. 인정(仁政)은 통치자가 자신의 사욕을 버리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仁)을 통해 정치를 펼치는 것을 말한다. 소극적으로는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백성들에게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적극적으로는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백성들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맹자는 여민동락이 완성된 사회를 정치적으로는 인정(仁政)이 실시되고, 경제적 측면에서는 정전제가 실시되며, 사회적으로는 도덕 공동체가 실현된 사회로 보았다. 이런 사회는 바로 공자가 추구했던 대동사회(大同社會)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대동사회는 혼란과 전쟁이 극에 달하고 질서가 붕괴된 춘추전국시대에서 유가(儒家)에서 대안으로 내놓은 이상사회이다. 유가의 사상가들은 수기안인(修己安人)의 방법으로 대동사회를 현실 속에 이루려 했다.

자로가 군자에 대하여 물으니 공자가 대답했다. “자기를 갈고 닦아서(修己) 맡은 바를 신중하고 차분하게 수행한다.”, 자로가 “이와 같을 뿐입니까?”하자, 공자가 “자기를 닦음으로써 남을 편안하게(安人안인) 한다.”고 말했다. 또 자로가 “이와 같을 뿐입니까?”하자, 공자가 “자기를 닦음으로써 백성을 편안하게(安百姓안백성) 하는 것이니, 자기를 닦음으로써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요순도 오히려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을) 병통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논어》「헌문」편

맹자가 생각하는 정치지도자는 선우후락(先憂後樂), 즉 백성의 삶을 먼저 근심하고 즐거움은 가장 뒤에 누리는 지도자를 말한다.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 한다는 말은 먼저 환난을 함께 하고 해결하는 것이 전제되었을 때 가능하다. 백성이 어려움을 겪을 때는 책임을 회피하고 좋은 일만 함께 하려한다면 백성들은 자기들의 군주를 외면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 때문에 맹자는 군주에게 더욱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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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호는 사천(沙泉), 윤동주와 쇼펜하우어를 동경하는 염세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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