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는 공공재인가?
요즘 제주도는 30년 만에 완전히 바뀐 버스노선 때문에 시끌시끌하다. 버스노선 바뀐 것이 별거냐 싶지만 거의 반평생을 오일장을 보러 갈 때 타고 다닌 시내버스 번호가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렸으니 제주도 할망들의 혼란과 원성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번 대중교통개편이 제주도의 인구증가와 관광객의 증가에 따른 교통체증 해소와 주차난 해결을 위한 생산적 투자라는 제주도지사의 말처럼 세상도 2번 이상 바뀌고도 남았을 지난 30년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시내버스노선이 이제서야 개편되는 것이 오히려 늦은 감이 들기도 한다.
직업이 사회복지사인 필자는 이번 제주도의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바라보면서 사실 좀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제주도 버스노선만큼이나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 사회복지전달체계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필자에게 그 동안에 사회복지전달체계가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런 소릴하느냐고 핀잔을 줄 수도 있겠다. 그 동안에 우리나라 사회복지전달체계는 공공영역을 중심으로 많은 변화와 시도가 있어왔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사회복지현장의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민간영역의 사회복지전달체계는 지난 수십 년간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 되묻고 싶다.
이번에 제주도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후로 나는 시내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있다. 노선도 다양해지고 편의시설도 많이 개선됐다. 가장 좋은 점은 운전을 하면서 출근할 때는 몰랐던 제주바다를 볼 수 있다는 점과 버스 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길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우리는 시내버스를 공공재(public goods)라고 생각한다. 공공재는 개인이 일정의 재화를 소비해도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동일한 재화의 소비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특성(비경합성)과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그 재화가 공급되는 특성(배제불가능성)을 갖는다. 그런데 시내버스는 버스가 복잡하면 다른 사람이 버스를 이용하는 것을 방해하는 경우도 생기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대가를 지불해야지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더군다나 시내버스는 민간운수회사가 운영하고 있지 않는가.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시내버스는 바다 위의 등대처럼 순수한 공공재라고는 말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고 정부주도 하에 서비스가 개편되고 운영되고 있는 시내버스를 공공재가 아니라고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회복지는 공공재일까? 보통사람이라면 누구나 사회복지는 당연히 공공재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사회복지도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서 소비를 제한할 수 없고,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공공재의 성격을 갖고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사회복지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혜택을 받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이렇게만 보면 사회복지는 공공재가 확실한 듯한 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원래 공공재란 그 공급을 시장의 메커니즘에 일임할 수 없는 서비스(경찰, 국방, 소방 등)를 수익자인 국민이 세금을 지불하고 그것을 중앙이나 지방정부가 대신 공급하는 형태다. 하지만 사회복지는 시내버스와는 또 다르게 수익자가 어느 정도 한정되고 서비스 공급을 정부뿐만 아니라 일부 서비스영역을 민간에게 위임하는 혼합재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공공재인 사회복지서비스가 민간이 위임받아 제공되는 경우에 완전히 사적재(private goods)의 서비스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인식도 그러한 듯하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공공영역의 사회복지서비스는 공공재로 인식하는데 민간에서 제공하는 사회복지서비스는 단순한 미덕으로 인식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부에서 위임받아 민간에서 제공하는 사회복지서비스도 공공재가 맞다. 우리 동네에 있는 사회복지관도 경찰서나 소방서처럼 똑같은 공공재로 인식되어야 한다. 소방서가 불을 끄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 아니듯이 사회복지관도 복지 프로그램을 하는 곳으로 인식되면 안 된다. 사회복지관도 시민들의 복지증진을 위한 역할과 기능을 하는 곳이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위해서는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가와 행정 공무원과 또한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정치가는 사회복지가 더 이상 정치적 이데올로기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로 인식해야 하고, 일선 공무원들과 사회복지사들도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각각의 사회복지분야에서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그간의 제주도 버스노선만큼이나 케케묵은 민간 사회복지전달체계를 현실수준에 맞게 정부차원에서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주도의 대중교통체계 개편도 지난 3년 동안 민간과의 끊임없는 논의과정을 거치고 최적의 노선마련을 위해 민관의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제주버스가 약간의 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안정을 찾을 것이라 믿는다. 사회복지도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공공의 서비스로 노선변경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본다. 그리고 그 혁신은 스마트복지관이 시작된 이 곳 제주도에서 출발했으면 좋겠다.
- 출퇴근길 버스 안에서 알쓸복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