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다는 것

사회복지와 사진, 그 교활한 이중성에 관하여

by 오아시스

현대인들은 하루 평균 10장의 사진을 찍고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하루에 50장 가량 본다고 한다. 페이스북 한 곳에만도 1초에 4,000장씩 매일 3억5,000만장 이상의 사진이 새롭게 업로드 된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 불과 몇 년 만에 우리의 삶은 매일 수많은 사진들로 둘러싸여 있다. 사람들은 기뻐도, 슬퍼도, 즐거워도, 우울해도 사진을 찍는다. 심지어 직장에서도 사진을 찍는 것은 업무의 일부분이다. 사진을 찍고 싶어서 찍는 사람, 찍고 싶지 않아도 찍어야 하는 사람, 그렇게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매일매일 사진을 찍고 또 찍는다.


필자도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면서 사진을 많이 찍는다. 프로그램을 할 때도 사진을 찍고 회의를 할 때도 사진을 찍는다. 마을 행사를 진행할 때도 사진을 찍고 물건을 기부 받을 때도 또 전달할 때도 사진을 찍는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왜 그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느냐고 물으면 나는 당연히 '홍보(PR)'라고 대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사진을 보고 각박하고 살기 힘든 세상이지만 사회복지라는 제도를 통해 따뜻하고 희망적인 면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궁색하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흔히 사회복지를 휴먼서비스(human services)라고 달리 말한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휴먼서비스는 어떠한 활동만 있지 눈에 보이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마치 쏟아진 물처럼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서비스의 결과를 증명할 수 없으면 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분명 과정은 있지만 눈으로 보이는 결과가 없으면 믿을 수 없는 이런 모호한 관계 속에서 사진은 가장 확실한 증명수단이 된다. 현실에서는 보이지 않는 삶의 질과 행복감을 한 장의 사진에 담긴 찰나의 순간이 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 보인다. 그래서 사회복지사들이 이토록 사진에 집착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사진을 통해 각박한 세상에서 한 줄기 희망을 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오히려 사진 때문에 삶이 더 각박해졌다.


사진은 작은 프레임 안에 세상을 가두는 틀이다. 프레임 바깥의 세상은 사진을 찍는 사람만이 아는 것이다. 사진의 이미지는 결국 자신이 보고자 하는 세상의 일부만 도려내는 것이기 때문에 눈으로 보는 세상과 사진으로 보는 세상은 다르다. 사람들은 사진이 인위적으로 조작되지 않고 중립적인 카메라가 만들어낸 진실된 이미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카메라를 쥔 이들의 가치철학과 그것이 놓인 현실적 맥락에 따라 사진의 정치적 의미는 꽤나 쉽게 변하고, 그 신뢰성은 끝없이 추락한다.


사회복지사가 홍보를 위해 사진을 찍는다는 말이 궁색해진 것도 이와 같은 사진의 교활한 이중성 때문이다. 사회복지사가 찍은 사진에는 개인의 사회복지에 대한 가치와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고백하건데 평소에 사진을 찍고 있는 내 모습에서 정치적이고 이중적인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나는 왜 사진을 찍는가? 목적은 무엇인가? 대상은 누구인가? 주민인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권력인가?...... 셔터를 누르기 전 짧은 순간에도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그동안 나는 어떤 의도로 사진을 찍고 있었던가.


제주도에 내려와 스마트복지관 시범사업을 운영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그 동안 스마트복지관이 궁금해서 수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찾아왔다. 사회복지 일을 하면서 기관방문은 흔한 일이지만 건물마저 없는 스마트복지관에 찾아오는 이들에게 달리 보여줄 건 역시 사진 밖에 없다. 그런데 스마트복지에 대한 큰 기대를 안고 마주한 스마트한(?) 사진은 여느 사회복지사의 사진과 다를 바가 없다. 사람들은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스마트복지란 무엇이냐고. 사실 나도 아직까지 확실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스마트복지는 신뢰다. 사진과 숫자에 집착하는 사회복지는 절대 스마트해 질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관계가 진정한 신뢰관계이고, 보여주지 않아도 모두가 공감하는 사회복지가 스마트 복지다.


19세기 초 프랑스의 다게르(1789~1851)가 사진을 발명하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삶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의 얼굴을 품속에 간직할 수 없었겠고, 수평선 너머 노을이 지는 풍경을 기억에 의존해 상상만 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사진은 인간에게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이다. 그런데 요즘은 사진에 너무 많은 의미를 담으려하고 한 장의 사진을 두고 수많은 이해관계들이 서로 얽혀 복잡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든 보는 사람이든 이것 한 가지는 알았으면 좋겠다. 정말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진에 대해 1도 모르면서 알쓸복잡


* 사진비평가 김현호님의 한국일보 연재칼럼 <거짓말을 읽어드립니다>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 요약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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