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사회복지의 미래
새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다. 직권남용, 직무유기, 뇌물죄 등 국민을 상대로 한 국정농단 사건으로 끝까지 완주하지 못한 채 쓸쓸히 막을 내린 전 정부의 반사효과로 촛불광장의 시민들과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현 정부에 거는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전 정부의 정책과 사람들을 고스란히 떠안고 인수위 기간도 없이 시작한 새 정부의 50일은 참으로 숨가쁘게 지나온 것 같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이번 정부도 이전 정부의 흔적지우기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적폐'라고 규정했던 내용을 포함해서 박근혜 전 정부의 주요 정책과 방향을 발 빠르게 손을 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전 정부의 정책과 사업이라고 무조건 폐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국정기획위에 따르면 전 정부에서 추진했다고 모든 정책을 다 폐기하는 것은 아니고, 사업별로 필요성과 성과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유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예가 박근혜 정부의 핵심 부서로 여겨졌던 미래창조과학부의 유지다.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기획재정부가 가지고 있던 R&D 예비타당성조사 권한을 가져오면서 기능이 더 확대된다고 하니 미래를 준비해나가는 측면에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말이 좋지 않았지만 전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은 미래를 준비해 나간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공공영역에서 '정부3.0'으로 구현되는 행정서비스 정책은 공공 정보를 개방·공유하고,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소통·협력하여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동시에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정부 운영 패러다임으로 다분히 미래지향적인 정책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의 환경변화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것은 전 정부와 현 정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대의 변화에 대처하는 지극히 당연하고 본능적인 자세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차원의 미래지향적인 정책변화의 노력에 비해 아직까지 민간영역에서의 변화는 IT업계를 제외하고는 시대에 많이 뒤쳐진 느낌이다. 필자는 10년 넘게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데, 그나마 공공영역에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 같은 사회복지 영역의 환경변화는 3.0은 고사하고 아직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정부의 정책변화 맞게 공생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업무를 맡고 있는 실무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아직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정부3.0과 같은 대국민서비스정책의 변화가 비단 기술혁신에 따른 외형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의 변화로 인해 서비스의 제공자와 수요자의 관계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데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요즘과 같이 개인 모바일(mobile)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 환경에서는 정부와 국민의 관계가 일방향 관계에서 협력관계로 변화하고, 이러한 협력관계 안에서 지식과 기술의 융·복합이 일어나 다양한 정책이 생산되고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행정서비스 개편과 마찬가지로 사회복지제도와 같은 대국민 사회서비스 분야에도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 변화의 첫걸음으로 사회복지 업무환경부터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업무환경의 변화가 바로 플랫폼의 변화를 의미한다. 플랫폼이 변화하면 관계가 변화하게 되고, 관계가 변하면 정책과 제도는 자연스럽게 변화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복지 플랫폼의 변화 노력이 제주도에서 진행 중에 있다. 지난해 8월 개관한 제주스마트복지관은 지금까지의 사회복지관의 전형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청사건물 없이 사회복지관 사업을 운영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사회복지관의 플랫폼의 변화는 내부적인 업무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근본적으로 주민과의 관계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 고무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의 변화는 가까운 미래의 정책의 변화까지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 속의 인간(person in environment)’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개인과 타인,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 사이에서 서로 영향을 받고 적응해 나간다는 의미다. 다시 말하면 환경이 변하면 인간도 변한다는 의미도 된다. 이미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은 변하고 있다. 사회복지는 정부와 국민들 사이에서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분야다. 사회적 환경이 변화하는 만큼 사회복지현장의 물리적 환경도 함께 변했으면 좋겠다.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는 새 정부의 노력이 부디 성공적으로 진행되길 기대해 본다.
-알쓸복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