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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우는 배우 Aug 26. 2023

다양한 방식으로 한 우물만 파는 여자

"나는 이 길로만 다녀." "내가 뭘 모르는지는 정확히 알겠어."

박사 과정을 하는 동안 내 인생에 몇 년이라는 시간이 순삭 됐다. 그렇게 박사가 되었다. 끝나서 속 시원할 줄 알았지만 약간의 공허함이 따른다. 도대체 나는 뭘 위해 무언가를 이렇게나 열심히 했고, 내 젊은 날을 갈아넣었나.

새로운 시작은 여전히 불안하다. 이제야 본 게임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본 게임을 시작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애썼던가. 몇십 년을 살았는데 이제야 본 게임이라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오기도 잠깐. 실상 나는 매 순간이 본 게임이었다.


영상학 박사.

ph.D. (in Film and Visual Studies)


나는 영상학 박사다.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되고,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구나 하는 똑같은 고민을 하며 산다.


학문에서의 최고 학위로 독립된 연구자로 연구가 가능하며, 독립된 하나의 교육 기관이 될 수도 있으며

나의 영역의 전문가로 문제 해결 능력을 겸비하였고, 무언가를 증명해 낸 적도 있으나

여전히 살아내는데 쉬운 것이 하나도 없음은 마찬가지다.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콘텐츠에 흥미를 가지고 있으며

자꾸만 나를 궁금하게 하는 그것을 연구하고 그 현상을 보지만

실로 들여다볼 것은 그 안에 담기워진 정신 아닌가.


현란함으로 무장하여 인간을 마비시키는 그 무엇은 어떻게든 당신의 정신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현학적인 것과 텅 빈 것들을 가려낼 줄도 알아야 한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박사가 되어보니 어때? "


고민 없이 답할 수 있었다.


"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는 정확히 알겠어. "



학위수여식 가는 길에,


" 박사 공부하는 내내, 학교 가는 이 길이 나를 버티게 했어. 이 길 너무 예쁘지? 나는 무조건 이 길로만 다녀 "


우리 어머니 의아해서 하시는 말씀,


"... 그 정도는 아닌데? "


ㅋㅋㅋㅋㅋ 그랬나 보다. 학교를 안 갈 수는 없고 ㅋㅋ 가서 공부는 해야 하고 ㅋㅋ 세뇌하듯 어떻게든 만든 이유가 ㅋㅋ 이.. 길이었나..? ㅋㅋㅋ 이 예쁜 길을 보려면, 학교를 가야지.. 공부를 해야지... 뭐 그런.


다만 기쁜 것은, 과정을 통해 나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좀 더 생겼다.

나의 마음을 보듬고 정신을 지키는 나만의 방법을 터득했다.

삶의 곳곳에 숨겨진 어려운 시간을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무도 몰라도 나는 아니까.

홀로 있을 때의 나.


우리네 인생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며, 나를 증명해 내는 작업은 늘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증명해내고 싶다.

나와 비슷한 그대를 응원하고 싶다.

삶은 이미 녹록지 않기에, 우리는 이미 대단하다.


연기를 하고 싶은데, 어쩌다 보니 한동안 연구에만 매진했다.

내게 있어 끊임없는 공부의 원동력은 연기가 하고 싶은 그 간절함이다.

다음 카메라는 현장에서, 배우로 연기하면서 만나기를 기도한다.


[출처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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