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봄이 가고, 싱그러운 여름이 오길
유독 서글픈 봄이었습니다.
향긋한 풀 내음이 온지도 모른 채 서로의 입과 코를 마스크로 가려야 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말이 점점 작아지고 생각이 점점 커졌습니다. 생각은 꼬리를 물고 물어 나의 ‘이름’에 다다랐고 한없이 작아 보이는 제 이름이 문득 불쌍해 보였습니다.
평범한 취준생의 하루. 사실 작년과 별다른 건 없었습니다. 다만 새로운 해에 대한 희망과 열정은 흔적도 없이 사그라들었습니다. ‘하얀 쥐의 해, 경자년’ 올해는 저의 해라고, 모든 것이 잘 될 거라 염원했는데 차라리 한 살 늦게 태어나거나 한 살 빨리 태어났으면 싶었습니다.
제 이름을 반겨주는 곳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의미 없이 적힌 글자 너머의 나를 아무도 봐주지 않았습니다. 서글퍼 울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다른 사람들도 함께 울고 있었습니다. 눈물은 차올라 강이 되고 바다가 되어 저 너머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지금 바다엔 나 홀로 있지만, 외롭다기보단 행복합니다. 저 멀리 반짝이는 모래성, 몰래 기어가는 검은 벌레들, 이따금 나의 발등을 스치는 따스한 파도. 이렇게 서로 단절되어있는 건, 사실 우리가 다시 만나기 위함이었음을.
‘같이 힘내자’라는 영양가 없는 말을 늘어놓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유독 서글펐던 봄이 지나고 싱그러운 여름이 우리를 찾아오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