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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시 Aug 12. 2021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

글 쓰고 싶은 열망이 들 때, 주저말고 엉덩이를 붙여라

 글쓰기에 재미가 들어 매일같이 글을 쓰고, 조회 수가 올라가는 걸 흐뭇하게 지켜보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진짜 흐뭇할 정도로 조회 수가 올라갔던 글은 매우 적었지만 소소한 좋아요와 구독조차 초보 작가(라고 하긴 좀 민망하지만)인 나에게는 꽤 큰 즐거움이었다. 


 36년 게으르게 살아왔던 나에게 꾸준함이란 능력은 낯설면서도 매우 매력적인 능력이었고, 한번 맛을 보고 나니 결코 놓고 싶지 않던 '무형의 자산'이었다. 어린 시절 멋모르고 쓰던 영어 문장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가 나의 좌우명이라고 말하고 다녔던 건 어쩌면 나에게서 가장 부족한 걸 갈구하던 심리의 반영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꾸준함의 맛에 취해 나를 채찍질하던 시기가 조금 오래 지속되자, 내 맘속에선 다시 편안함을 찾으려 하는 마음이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그렇다. 게으름 신이 강림하신 것이다. '싫어병'에 걸린 어린아이처럼 "아무것도 하기 싫어!"를 외치며 피 같은 자유시간을 허공에 날려버리기 시작했다. 아니, '피 같이 소중한 시간'이라는 표현조차 마음에 안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도 소중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자기합리화였을 뿐이지만 말이다.


 열심히 쓰던 <하루 기록>과 <일기>도 접어둔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뭔가 동력을 잃어버린 탓도 있지만, 진짜 지쳐버린 느낌이었다. 게으름의 대명사였던 나조차도 꾸준한 사람이라는 탈을 잠깐 쓰게 해준 빡빡한 환경설정이, 다시 나에게 독이 되어 스스로를 공격하는 것 같았다. 다 필요 없고, 그냥 쉬고 싶었던 거다. '이만하면 열심히 했다'라는 일종의 자기 격려도 하고 싶었던 거다.


 허나, 계속 이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애초에 왜 꾸준함을 갈구했는지를, 나는 잊지 않았다. 꾸준함이 없이는 이룰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었기에, 나는 언젠가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올 거라 믿고 있었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가 내가 돌아올 곳이라고. 브런치 또한 내가 꾸준함을 익히던 시기에 함께 했던 소중한 곳이기에.


 스스로 읽기에 부끄러울까 봐 쓰지 않던 시간들이 많았다. 내가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니고, 유명 인사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남의 시선이 두려워 주저하곤 했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인간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두려운 존재다. 그렇기에 글을 꾸준히 썼을 때 들을 수 있는 칭찬보다, 무관심과 지적하는 댓글들이 날 괴롭힐까 무서워 노트북 앞에 앉지 못했다. 이젠 그러지 말자. 


 내 생각을 기록하는 일, 감상을 전하는 일,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 그것만큼 나를 성장시키는 데 도움 되는 일은 없다. 혼자 일기장에 쓰면 되지 않냐고? 다들 알지 않나.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장을 쓰는 것만큼 지루하고 오래가지 못하는 일이 없다는 걸. (나만 그런가?) 오늘도 스치우는 에어컨 바람에 감사함을 느끼며, 글을 적어본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던 과거의 나,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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