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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시 May 21. 2021

산만한 아재의 산만한 산문 쓰기

말장난 지금 나랑 하냐

브런치 작가가 된 지도 벌써 1년이 돼간다. 그동안 써온 글이 무려 63개.


응? 잠깐만.. 63개나 된다고? 나같은 게으름뱅이가?


그렇다. 나같이 게으른 놈도 63개나 되는 글을 써서 공개적인 플랫폼에 게재했다.

글의 퀄리티나 길이는 중요하지 않다. 그만큼 꾸준히 써왔다는 게 중요하다.

남의 글이 아닌 내 글, 남의 생각이 아닌 내 생각, 그리고 경험을 나의 필체로 담아냈다.


그동안 생각이 참 많았다. 생각없이 약속된 날동안 글을 써제낀(?) 날도 많았지만, 그 외의 날들은 항상 생각에 잠겼다. '대체 무슨 글을 써야 하나', '어떻게 써야 인기가 있을까', '무슨 책을 읽고 써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 '얼마나 써야 실력이 늘까', 등등의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점점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만 늘려갔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몇달째 내 소중한 브런치를 방치하는 꼴을 냈다.


바보같은 놈.. 그냥 쓰라구 좀..


책을 열심히 읽었었다. 왜 슬프게 과거형이냐고? 아니지, 과거완료형인가? 아무튼 책을 꾸준히 읽던 나는 머릿속에 들어온 지식을 정리하고 싶었고 그래서 블로그든 브런치든 글로 옮겼다. 그런데 쓰면 쓸수록 욕심이 났다. 잘 쓰고 싶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연하다. 35년 가까이 책도 거의 안읽고 글도 안쓰던 놈이 갑자기 몇달 만에 명작가가 된다는 건, 비트코인 떡상보다 어려운 일이다. 


글의 퀄리티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가져왔고, 이는 곧 독서에 대한 흥미를 잃기까지 이르렀다. 언뜻 보면 연관이 없어보이지만, 독서와 글쓰기는 매우 긴밀한 관계이기에 하나가 싫어지면 다른 하나도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 머리에 든 게 있어야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뭐라도 쑤셔넣어야 안에서 지지고 볶은 다음 맛 좀 보라고 접시에 내어놓을 거 아닌가. 


그렇게 부담스러워진 독서에 대한 거리감을 요즘 다시 극복중이다. 그냥,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하루 한 두 장이라도 읽는다. 그리고 그걸 꼭 글로 연결시키지 않는다. 글은 앞으로, 생각나는 모든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쓸 예정이다. 읽은 것 = 쓰는 것으로 연결하는 공식을, 오늘부터 적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생각나는 것 = 쓰는 것


이것이 내 글쓰기 공식이다. 아니, 공식이 아니라 그냥 쓸 거다.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글쓰기는 끊고 싶지 않은 '재미있는 놀이'니까,
남 눈치 보지 말고 내 눈치도 보지 말고 그냥 하자. ㅇㅋ?


속이 후련하다. 역시 생각은 뱉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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