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준호 Jul 16. 2018

15화. 1 + 0 = ?

(언어의 논리 편)

수학과 재학 중일 때였다. 집합론(Set Theory)이라는 수업 개강일에 아직 안면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교수님으로부터 우리는 '1+0 은 얼마지?'라는 다소 황당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당연히 답은 1이었다. 교수님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그럼 다시 질문을 해보자 1+0 = 1+0+0+0+0+.... 과 같이 0이 무한대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 역시 우리에겐 당연했다. 그리고 수수께끼 같은 질문이 한번 더 이어졌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을 하나 더 해보자 0 = (1-1)일까?" 우리가 아는 산수의 범위에서는 이 역시 맞지만, 머릿속은 점점 더 복잡해져만 갔다. '도대체 저런 질문을 우리에게 왜 하시지?' 라거나 '내게 증명을 시키시는 것은 아니지?'와 같은 불안이 엄습했다.


"그럼 이제 증명을 해보자 과연 1+0 = 1인지. 위에서 확인한 세 가지 질문을 가지고 다음과 같이 전개해 보겠다." 교수님은 어안이 벙벙하거나 때론 눈을 번뜩이며 교수님 질문과 대답 중 허점을 찾으려는 학생들 사이에서 싱글벙글하시며 아래와 같이 증명을 해 나가셨다.


첫 번째) 너희들의 말대로 1+0 = 1+0+0+0+0+0+0... = 1+(1-1)+(1-1)+(1-1)+(1-1)+(1-1)+(1-1)+...  과 같이 전개되겠지?

두 번째) 실수의 공리에서 결합 법칙( a+(b+c)= (a+b)+c)을 이용하면,  1+(1-1)+(1-1)+(1-1)+(1-1)+(1-1)+(1-1)+...  = (1+1)+(-1+1)+(-1+1)+(-1+1)+(-1+1)+(-1+1)+(-1+1)+.. = (2)+0+0+0+0+0+... = 2 + 0 = 2

세 번째) 결국 1+0 = 2라는 답이 나왔다.


"자~ 이제 내 말에 반박을 해 볼 사람 손들어봐!"


이게 뭐지? 물론 답은 1이 맞지만, 답이 2라고 주장을 하고 있는데도 모두 잠시 멍하고 칠판만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물론 이 답은 잘못되었음이 얼마 안 되어 학생들에 의해 증명되었지만, 수학을 전공하거나 정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고는 논리적인 반박이 어렵게 된다. 언어도 그렇다. 분명히 잘못된 것을 알긴 하지만, 논리적 반박이 어려운 경우들이 생기는데, 누군가 답을 내고자 하는 값으로 '반박할 수 없는 거짓 논리'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언어의 논리란 무엇일까요?

노력하면 누구나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요?


어려서부터 '논리적으로 말해라, 언어는 논리가 중요하다.' 등 그냥 평소에 하고 사는 말에 왜 그 어려운 논리라는 말을 자주 붙여 괴롭히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언어가 논리적이지 못하면 우리가 살면서 직면하는 수많은 면접, 발표, 질의응답, 일반적인 설명 등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기도 한다고도 생각한다. 한 번은 아들이 "아빠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면 어때요?"라고 질문을 했다. 좀 엉뚱한 친구지만, 재미있는 질문이었다. "아들, 너는 학교에서 제일 어려운 과목이 뭐지?"  "영어와 수학이요."  "서윤아! 대학에서 수학과를 가면 수학을 영어로 배운단다." 그 말에 아들은 웃으며, "절대 가면 안 되겠네요."라는 것이 아닌가. 좀 엇나간 예였지만, 언어학도 어렵고 논리학도 어려운데, 언어의 논리니 그냥 두 단어의 조합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우선 논리(論理)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우리 조상들은 우주 자체에도 어떤 이치(理致)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보편적인 이치를 천리(天理)라 했고, 땅의 이치는 지리(地理), 물질 운동의 이치는 물리(物理) 그리고 마음 움직임의 이치를 심리(心理)라 했다. 한때 조선을 지배했던 사상인 성리학(性理學)에서는 인간의 본성에는 어떤 일정한 이치(理致) 또는 논리(論理)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여기서 논리(論理)란 논(論)함의 이치(理致)이며, 논(論)이라는 글자를 분리해 보면 '말(言)'과 '생각하다(侖)'의 합성으로 '말하다', '생각하다', '의논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논리라는 말을 그대로 풀어보면, '말함의 이치', '생각함의 이치', '의논함의 이치'가 담겨있는 것이다.


이러한 많은 의미를 '논리'라는 단어에 담고 있다 보니, '언어의 논리'를 그대로 영어로 풀어쓴 'Linguistic logic' 이라는 영어 단어 속 ‘Logic’으로만 우리가 말하는 '논리'라는 단어를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언어의 논리 이야기를 조금 길게 풀었지만, 쉽게 말해 언어의 논리란 ‘생각하며 말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듣고, 생각하고, 말한다는 구성 단계만 생각한다면 누구나 쉽게 논리적 언어 구성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언어의 논리는 생각하며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언어의 논리 구성은 상대의 말을 잘 듣고, 생각하고, 신중하게 말하는 절차만으로 이룰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