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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lized Mar 19. 2018

하늘

온전한 위로

답답하다. 아무래도 마음이 온전치 않은가 보다. 속상한 마음을 부여잡고 산책에 나선다. 좋아하는 집 앞 카페에서 콜드브루 한 잔을 사들고 나만 알고 있는 그 곳으로 위안을 받고자 열심히 걷는다.



우리 집 근처 사람들 손길이 닿지 않는 그 곳으로 가면 탁 트인 풍경이 내 앞에 펼쳐진다. 오만가지 감정으로 복잡하던 내 마음은 금세 진정된다. 마치 배가 고파 우는 아이에게 부드러운 계란찜 한 입을 먹이고 난 후랄까. 그렇게 노을빛이 스며든 하늘을 바라보면서 잡념을 하나 둘 정리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동승한 잔디 냄새는 나의 축구 DNA를 자극한다. 캘리포니아 유학 시절 늘 외로웠던 나에게 유일한 취미는 축구였다. 축구를 한 바탕 하고 나면 사람들은 다음 스케줄이 바빠 씻으러 집에 가기에 바쁘다. 하지만 나는 축구가 끝나면 다시 혼자다. 친한 형을 데리러 온 형의 여자친구가 인사를 한다. "상헌아 축구 잘 했어? 이제 끝나고 뭐해?" 나는 거짓말을 한다. "그냥 친구 보기로 했어요." 그리곤 집에 가는 척 차 트렁크에서 이것저것을 뒤적거린다. 사람들이 다 떠난 것을 확인하고 난 후 그제야 난 잔디밭에 눕는다.


하늘이 파랗게 높다. 그저 내 시야엔 온통 하늘뿐이다. '답답할 땐 하늘을 보라'라는 말을 새삼 공감하며 보고 싶은 엄마 아빠 얼굴을 그려본다. 그렇게 쾌청하고 드높은 캘리포니아 하늘에게 위로를 받으며 공부해온 시절들을 뒤로하고 한국에 나온 지 이제 어언 7개월째.. 하지만 나는 한 번도 한국 하늘에서 위로를 받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오늘 하늘은 다르다. 온전히 나를 감싸 안아주기 뿐만 아니라 위로를 건네듯 시원한 바람을 적당한 세기로 불어 보내온다. 그리곤 무언가 깨닫는다. 하늘이 예쁘고 안 예쁘고의 차이는 미국과 한국의 기후가 아닌 내가 위로받고 싶을 때 올려다보는 하늘이 예쁜 것이라고..  


그리곤 마음 깊이 다가오는 감동을 목격한다. 하늘을 바라보다 잠시 30초 동안 눈을 감고 생각 하나를 마음 한 곳에 잘 접어 정리하고 난 후 눈을 뜨면, 갑자기 또 다른 하늘이 펼쳐져 있다. 좀 전에 보았던 하늘과는 완전히 다른 노을빛과 구름의 조화는 또 다른 하늘이 날 위로하는 듯하다. 그렇게 같은 하늘 아래 다른 위로를 받는다. 마치 내가 위로를 받고도 속이 상해 눈을 감으니 다른 말로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고마웠다. 누군가에게 이런 일방적이고 온전한 위로를 받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보고 싶은 사람이 문득 떠오르면 하늘을 올려다보며 상기시키는 것이 이런 이유일까 싶다. 그저 보고 싶은 마음에 하늘을 보면 "괜찮아 나도 보고 싶어"라며 모든 투정과 마음을 하늘은 불평 없이 받아준다. 나도 누군가에게 하늘을 보며 그리워하는 대상일까?


그저 난 누군가에게 하늘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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