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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z eon Oct 16. 2020

WIND RIVER_2017

눈 덮인 설원을 한 소녀가 발에는 아무것도 신지 않은 채 거친 호흡을 토하며 달립니다. 마치 무엇인가로부터 도망치듯 소녀는 끝없이 달리며 영화가 시작합니다.


가축을 잡아먹는 동물 사냥을 업으로 살고 있는 헌터는 퓨마를 잡아달라는 의뢰를 받습니다. 퓨마를 잡기 위해 들어간 윈드리버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그는 영화 시작과 동시에 맨발로 달리던 소녀의 시신을 발견하고 이를 경찰에 신고합니다. 그리고 소녀의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요원이 도착합니다. 윈드리버에 대해서 무지한 요원은 어디서부터 수사를 시작해야 할지 감조차 잡지 못하고 결국 헌터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되면서 왜 헌터가 FBI 요원의 도움에 응했는지 그리고 헌터와 그의 가족이 겪은 과거의 아픔, 윈드리버에서 살고 있는 젊은 인디언들의 방황이 어우러져 조금씩 사건의 진실에 다가갑니다.


과거 미지의 세계를 찾아 떠났던 서구의 대항해시대를 서양인 스스로는 거친 모험과 뜨거운 용기의 역사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역사의 이면은 수많은 원주민의 피로 얼룩져 있습니다. 아메리카 대룩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콜럼버스를 위대한 항해가이자 모험가로 기억하지만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서양인들은 수많은 인디언들을 죽이고 그들을 '인디언 보호구역'이라는 번지르르한 말을 붙여 척박하고 메마른 '윈드리버'로 내몰았습니다. 윈드리버로 내몰린 인디언들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은 채 새로운 세대들에게 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주지는 못할 망정 백인들은 그들에게 또다시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그 상처를 누군가는 참고 견디지만,  누군가는 분노에 자신을 잃고, 삶을 잃고, 마약과 술에 취해 방탕하게 살아가는 안타까운 모습이 영화를 통해 여실히 전달됩니다.


"너무 화가 나요, 온 세상과 싸우고 싶어요."


제게 있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연성과 영상미입니다. 윈드리버는 탄탄한 스토리만큼이나 독특한 영상미를 가진 영화입니다. 테일러 쉐리던 감독은 영화를 담는 자신만의 독특한 앵글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을 넓은 시야부터 다가가는 방식은 2015년에 개봉한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 때문에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영화 속 인물들의 심리와 주제 의식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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