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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z eon Nov 10. 2020

아몬드

'어딘가를 걸을 때 엄마가 내 손을 꽉 잡았던 걸 기억한다. 엄마는 절대로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가끔은 아파서 내가 슬며시 힘을 뺄 때면 엄마는 눈을 흘기며 얼른 꽉 잡으라고 했다. 우린 가족이니까 손을 잡고 걸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반대쪽 손은 할멈에게 쥐여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서도 버려진 적이 없다. 내 머리는 형편 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p.153)


어려서 읽었던 마음의 상처를 가진 세 소년, 소녀의 치유와 성장의 이야기 '너도 하늘말나리야'가 생각났다.


그리고 하늘말나리 꽃을 엮어 아몬드의 세 소년, 소녀 손에 쥐어 주고 싶었다.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다 잘 될 거라고


하지만 문득 이 말을 해주기가 두려워졌다. 아이들에게 괜찮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잘될 거라는 세상을 위해 나는 무엇을 했는가, 그리고 아이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내가 무슨 책임을 질 수 있단 말인가. 삶은 불확실함의 연속이다. 평소에는 늘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내 앞에 펼쳐지는 일들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갖고 잘 헤쳐나가야지, 라는 생각을 하지만... 때로 끔찍한 일들이 주변에서 들여올 때면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또 피하고만 싶다. 그 두려움이 엄습하자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졌고 나도 그저 그런 어른들처럼 아몬드의 세 아이들을 모르는 척 스쳐 지나가고 싶어 졌다, 비겁하게. 작가가 보여준 세상의 어두운 단면이 나를 덮쳤고 나는 이겨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랑... 사랑이라면 치유할 수 있고, 정말 이겨낼 수 있을까. 사랑은 위대하지. 알고는 있지만 정말 위대할까. 사랑은 만병통치약인 것인가. 사랑이라면 곤이의 아픔을 치유해줄 수 있을까.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의 뇌를 마음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것인가. 자신의 꿈을 외면당한 도라의 아픔 또한 보듬어 줄 수 있을까.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주인공 아이는 어려운 사랑보다 용기를 선택했다. 아마 용기가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내 관점에서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해석되었지만 분명한 것은 주인공 아이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 그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며 행동해야된다는 것을 알았다. 두려워서 고개를 돌려버린 나와는 다르게.


아몬드... 왜 아몬드 일까. 나는 아몬드의 의미를 자식을 향한 엄마의 사랑으로 읽었다.


하지만 왜 제목을 아몬드로 선택했을까. 작가는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작가는 내가 느끼지 못한 무언가를 아몬드라는 제목에 더 담은 걸까? 책을 다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순간에도 나는 아직 명확히 답을 내리지 못했다.


아몬드 덮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나는 아직도 철부지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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