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z eon Nov 10. 2020

그대를 만나고

#UCANCHANGEOURNEXT

17년 6월, 매일 아침 혼자 트랙을 뛰는 게 지쳐갈 무렵


'아웃도어 동호회가 많은데 그 안에 들어갈 동호회 하나 없을까?'


인스타그램이 아닌 구글링을 택해 검색을 시작했고 그때 처음 동호회가 아닌 크루라는 단어를 사용하는구나~ 알게 되었다.


네이버나 다음 카페가 먼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나의 예상과 다르게 나이키에서 소개하는 서울 러닝 크루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PRRC, WAUSAN30, SRC_SEOUL, VIVID_LADY, 88SEOUL, UCON


가물가물한데 이렇게 6개의 크루였던 것 같다.


각자 개성이 강하고 독특하여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마음속 크루를 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km를 달릴 때마다 기부가 되는 러닝을 보여드릴게요."


"우리와 함께 달리면 세상이 더 좋아질 거예요."


#기부런기분업


난 이미 유콘 멤버가 다 된 기분이었고 운이 좋았다랄까 아니면 운명이었을까 러닝 크루를 알아보던 게 6월 말이었고 유콘은 그 해 그들과 함께할 새로운 멤버를 찾고 있었다.


유콘의 준회원으로 가입한 이후 얼마 안돼서 봉사활동 관련 글이 올라왔었다. 내가 유콘에 푹 빠지게 된 계기는 이 봉사활동이었다. 신청은 선착순이었고 모집은 순식간에 마감됐다.


일요일 오전 9시 봉사활동에 거리도 가깝지 않은 곳임을 고려했을 때 그 열정에 가장 먼저 놀랐다.


봉사활동은 서울시 강동구 행복한 세상 복지센터에서 독거노인 가정을 위해 직접 요리를 해서 도시락을 배달하는 것이었다.

나를 빼고는 모두 직장인이셨는데 모두가 힘든 평일을 보냈다는 것은 직장인이 아니어도 알 수 있었다. 그들 모두는 요일 오전 스스로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포기했다. 아니 아마 그들에게는 그 시간이 재충전일지도 모르지만...


이른 아침 봉사활동을 위해 요일 저녁 늦게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포기했을지 모른다.


또한, 다음 주부터 다시 시작될 강행군을 위해 평소보다 더 오래 침대를 떠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7월의 더위 속에 빵빵한 에어컨이 나오는 방, 카페 또는 (나처럼) 아침 영화 관람을 포기하고 그들은 땀을 쉼 없이 훔치며 열심히 요리하고 도시락을 배달했다. 하지만 모두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도시락을 배달하면서 그 뒷모습을 보며 여러 번 울컥했다.

 무렵 난 세상과 사람들에게 큰 회의를 느끼며 좌절하고 있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 꾸며 살아가는 나를 둘러싼 세상은 지나치게 이기적이었고 내게 너무나잔인했다. 나는 알고 지냈던 많은 이들과의 관계를 정리했고 선택은 나를 우울하게 했다.


그러던 중 UCON을 만났고 나는 삶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내가 믿어온 더불어 사는 세상은, 내가 바라는 따뜻하고 평화로운 세상은


위대한 힘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하루하루가, 그들의 선행과 사랑이 지켜나가는 것임을, 흔들렸던 마음을 다 잡을 수 있었다.


중용의 말씀처럼 앞으로도 UCON과 함께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며 정성을 다하련다. 그렇게 함께 지극히 정성을 다하다 보면 내가 믿는 세상, 내가 바라는 세상을 지켜갈 수 있지 않을까.




중용 제23장 기차치곡장(基次致曲章)


其次는 致曲이니 曲能有誠이니 誠則形하고 形則著하고 著則明하고 明則動하고 動則變하고 變則化니 唯天下至誠이야 爲能化니라


그다음은 한쪽을 지극히 함이니, 한쪽을 지극히 하면 능히 성실할 수 있다.

성실하면 나타나고, 나타나면 더욱 드러나고, 더욱 드러나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감동시키고, 감동시키면 변하고, 변하면 화(化)할 수 있으니, 오직 천하(天下)에 지극히 성실한 분이어야 능히 화(化) 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아몬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