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어떻게 생겼을까, 누굴 닮았을까, 어떤 아이일까,,,
궁금하고 조금씩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중입니다.
사실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감정은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아빠들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저의 경우에는 그렇더라고요.
코로나로 인해 임산부 본인 외에는 병원을 들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정밀초음파를 진행할 때 외에는 짝꿍을 통해서만 '다미'의 상태를 전해 듣기만 했던 게 가장 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아마 그날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짝꿍의 배에 대고 '다미야~'라고 불렀을 때,
마치 아빠인걸 아는 것 마냥, 손인지 발인지 모를 것으로 제 뺨을 문지른 그날부터요.
부성애는 모성애보다 늦게 시작되고, 상대적으로 약하다고들 합니다. 실제로 그랬고,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내 몸속에 보호해야 할 살아 숨 쉬는 무언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행동과 마음가짐에서부터 차이가 나니까요.
이전과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저와는 달리, 먹는 것 하나, 걸음걸이 하나도 신경써야하는 짝꿍을 보면 더 그렇습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씩 들이키던 금요일 밤, 영화 한 편에 바삭한 치킨과 함께 하던 시원한 맥주 한 캔,
한라산 정복을 위해 몇 시간이고 트래킹 할 때처럼,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던 일상들이 일상이 아닌 게 되면서 미안함을 가장 많이 느끼고, 또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이렇게 한 생명을 위해 10개월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버텨낸 엄마의 사랑을 감히 아빠가 따라갈 수 있을까 싶습니다.
몇 주전부터 태동도 강해지고, 화장실도 자주 가면서 짝꿍이 잠을 잘 못자기 시작했는데, 잠자리에 예민한 제가 깰까봐 중간에 거실에 나와서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저는 어른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는걸요.
오늘부터는 거실에 나가서 자지 말아달라고 짝꿍에게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제 엉덩이를 걷어차버리고 싶은게 아니라면요 :)
임테기에서 두 줄을 확인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만 해도 까마득하기만 했던 그날이 오고 있습니다.
아직 철부지 같기만 한 내가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다미'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짝꿍과 다투지 않고 지금처럼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처음이라는 건 불안하고 걱정되지만, 설렘이 함께하기에 처음을 기다리고 또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느새 밤 12시가 다되어가네요.
오늘 밤에도 다미가 제 목소리를 듣고 반겨줄지 궁금해지는 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