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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부부 Damdabubu Nov 30. 2020

아이, 꼭 가져야 할까요?

4년전 즈음, 짝꿍과 결혼 이야기가 오갈 당시에 2세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계획이라고 하긴 너무 거창하고, 생각을 교환했었습니다.


나 :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2명 정도면 괜찮을 것 같은데. 서로 외롭지도 않고 ㅎ

짝꿍 : 그래? 난 4명 갖고 싶은데, 여건이 된다면 많을 수록 좋을 것 같아!

나 : ???


저는 2세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자그마치 4명을 갖고 싶다는 짝꿍의 상상을 초월한 대답에 말문이 턱 막혔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생각했기에 그냥 웃어 넘겼었습니다. 나중에 짝꿍에게 들었지만, 부부가 함께 공유해야할 여러 가지 가치관 중 2세에 대한 가치관이 어느정도 비슷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정도만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에 골인하고 신혼 6개월차에 접어들때 즈음, 짝꿍이 2세를 서둘러 갖고 싶어한다는걸 알게 됐고, 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토론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짝꿍은 아이를 갖고 싶고, 노산을 하게 될수록 아이에게도 산모에게도 좋지 않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저도 아이를 갖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아이를 갖기 전에 둘만 보낼 수 있는 신혼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30년 넘게 다른 삶과 다른 공간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갑자기 한 집에 살게 되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 수 있을까요? 한 집에 수십년 간 같이 살았던 가족끼리도 다투는 일이 허다한데 말이죠. 


사실 짝꿍이 결혼 전부터 원하고 있었던 부분이기 때문에 이미 답은 정해져 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키우는 일인만큼 아이를 좋아하고, 결혼을 했으니 아이를 갖고 싶다는 욕구만으로 결정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화제인 '금쪽같은 내새끼'를 보면 아이의 잘못된 행동은 대부분 부모의 부족한 관심과 잘못된 의사소통에서 기인하는 것처럼, 결국 아내와의 건강한 관계가 뒷받침되어야 건강한 아이를 키워낼 수 있는만큼 부부 간의 관계부터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게 제 결론이었고, 그런 '시간'을 거치지 않고 2세를 맞이하는건 더 큰 리스크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시간'이 얼마 정도 걸릴지는 모르지만, 저는 적어도 2년 이상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짝꿍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제가 생각하는 결혼이란 배우자와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 가장 먼저이고, 2세는 그 다음이기 때문에 저는 제 의견을 고집했었고, 감사하게도 짝꿍은 제 의견을 존중해주었습니다. 그뒤로도 여러 차례 짝꿍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짝꿍의 조급한 마음을 다독일 수 있었고, 둘만의 생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1년 뒤, 이전보다 서로를 더 잘 알게 된 저희 부부는 세계여행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2세를 갖기 전에 할 수 있는 둘만의 추억을 만들어보자라는 결심 덕분에 내릴 수 있었던 결정이었습니다. 둘 다 퇴사라는 강수를 둬야했기에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9개월.

시간으로 치면 약 6,480시간 동안 짝꿍과 하루도 빠짐없이 붙어다니고 희노애락을 같이하면서 짝꿍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멋진 사람인지, 그렇게 강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 둘의 사이도 여행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워졌습니다. 여행 5개월차 이후부터는 다툰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요. 


그런데 그러다보니 아이에 대한 생각은 제 맘속에서 점점 더 작아져갔습니다. 이렇게 둘만 있어도 행복하고, 할수 있는게 많은데 아이가 생기면 너무 많은 제약이 생기는건 아닐까, 아이를 위해 우리의 삶을 희생하는게 맞을까... 우리 부부를 위한 삶과 아이를 위한 삶.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만 같아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12월 중국의 우한이라는 지역에서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어버렸습니다. 금방 잠잠해질 것만 같던 코로나는 아시아를 넘어 북아메리카 대륙까지 퍼졌고, 결국 저희가 머물고 있었던 멕시코까지 밀고 들어와버린 탓에 올해 3월 계획에 없던 귀국을 택해야만 했습니다. 


자가격리를 무사히 마치고, 여행을 이어나가야할지 말아야할지를 고민하던즈음, 평소와 달리 잠을 유달리 많이 자던 짝꿍이 임신테스트기를 보여주면서 저의 고민은 의도치않게 해결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그렇게 원하던 부부간의 관계는 충분히 끈끈해졌기 때문에 2세를 갖는데 있어 브레이크를 걸 생각은 없었지만, 이 각박한 사회에서 아이를 끝까지 책임지고 잘 키워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일단 낳고 나면 어떻게든 된다고들 하지만, 그것 또한 감당할 수 있는 책임감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걱정이 너무 많은 거다, 준비한다고 되는게 있고 그렇지 않은게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이야기하고싶습니다. 정말 준비해야할 게 있고, 그렇지 않은게 있다고. 하나의 작은 과정에 불과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들어가기 위해 몇 년을 걸쳐 사력을 다해 준비하는데 반해, 평생을 좌우하는 배우자를 택하거나 2세를 고민할 때 여러분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들이셨나요?


인생에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더는 의무교육과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사실 의무교육과정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취업도, 결혼도, 결혼하면 2세를 가져야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던 것 같습니다. 


아이를 꼭 가져야하는지에 대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아마 영영 찾지 못하겠죠. 아이가 없는 삶을 살아보지 못할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짝꿍과 아이에게 그 어떤 것보다 더 최선을 다해 사랑해볼 예정입니다.


그래도..

걱정이 앞서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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