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다부부 Damdabubu Nov 17. 2020

조금씩 보고 싶어 지는 중입니다.

이제는 어떻게 생겼을까, 누굴 닮았을까, 어떤 아이일까,,,

궁금하고 조금씩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중입니다.


사실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감정은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아빠들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저의 경우에는 그렇더라고요.

코로나로 인해 임산부 본인 외에는 병원을 들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정밀초음파를 진행할 때 외에는 짝꿍을 통해서만 '다미'의 상태를 전해 듣기만 했던 게 가장 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아마 그날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짝꿍의 배에 대고 '다미야~'라고 불렀을 때,

마치 아빠인걸 아는 것 마냥, 손인지 발인지 모를 것으로 제 뺨을 문지른 그날부터요.


부성애는 모성애보다 늦게 시작되고, 상대적으로 약하다고들 합니다. 실제로 그랬고,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내 몸속에 보호해야 할 살아 숨 쉬는 무언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행동과 마음가짐에서부터 차이가 나니까요.


이전과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저와는 달리, 먹는 것 하나, 걸음걸이 하나도 신경써야하는 짝꿍을 보면 더 그렇습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씩 들이키던 금요일 밤, 영화 한 편에 바삭한 치킨과 함께 하던 시원한 맥주 한 캔,

한라산 정복을 위해 몇 시간이고 트래킹 할 때처럼,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던 일상들이 일상이 아닌 게 되면서 미안함을 가장 많이 느끼고, 또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이렇게 한 생명을 위해 10개월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버텨낸 엄마의 사랑을 감히 아빠가 따라갈 수 있을까 싶습니다.


몇 주전부터 태동도 강해지고, 화장실도 자주 가면서 짝꿍이 잠을 잘 못자기 시작했는데, 잠자리에 예민한 제가 깰까봐 중간에 거실에 나와서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저는 어른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는걸요.

오늘부터는 거실에 나가서 자지 말아달라고 짝꿍에게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제 엉덩이를 걷어차버리고 싶은게 아니라면요 :)




임테기에서 두 줄을 확인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만 해도 까마득하기만 했던 그날이 오고 있습니다.

아직 철부지 같기만 한 내가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다미'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짝꿍과 다투지 않고 지금처럼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처음이라는 건 불안하고 걱정되지만, 설렘이 함께하기에 처음을 기다리고 또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느새 밤 12시가 다되어가네요.

오늘 밤에도 다미가 제 목소리를 듣고 반겨줄지 궁금해지는 밤입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아기가 나타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