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은 거래 규모를 따졌을 때 금융투자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그 정체성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상자산의 본질은 무엇이고, 가격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어떤 활용 가치가 있는지 등에 대해 알아보자.
Q. 블록체인, 가상자산, 코인은 서로 어떻게 다른가?
블록체인은 가상자산, 코인을 구성하는 원천 기술이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기술의 이름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시장에서는 가상자산을 코인, 암호화폐로 혼용하여 부른다. 예를 들면 비트코인, 이더리움, 클레이튼, 폴카닷 등과 같은 명칭들이 가상자산 혹은 코인들의 이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스마트폰이 원천 기술이라면 아이폰, 갤럭시는 스마트폰을 지칭하는 이름인 것과 같다.
Q. 블록체인이 뭘까?
블록체인은 쉽게 말해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저장, 관리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특정 저장 공간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었다면, 블록체인은 저장 공간을 분산화하고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은 정말 '잘 기록하는 기술'이다. 나아가 정보를 '더하는 것(+)'만 가능하고 해당 기록을 '삭제'하거나 '수정'할 수 없게끔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100만 명이 모인 광장에서 모두에게 "1억을 주겠다."라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 100만 명의 사람들은 내가 1억을 준다는 사실(정보)을 기억하고, 돈을 달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1억을 주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100만 명 모두에게 편지를 쓸 수도, 술 한잔 하면서 사실은 거짓말이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이처럼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기록된 정보는 쉽게 바꾸기가 어렵다. 이런 원리를 바탕으로 수정 불가능한 데이터 베이스 기술을 구현한 것이 블록체인이다.
Q.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가상자산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와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른가?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가상자산과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를 위한 보상 용도로 ‘발행'한다. 추가적으로 가상자산 서비스 운영을 위한 리소스로 쓰이며 해당 가상자산은 사용자 간의 거래를 위해 시장에 유통되는 구조이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네트워크 보상을 위한 '발행'이 아니다. 우리나라 화폐를 디지털 화폐로 발행한다는 뜻이다. 기존의 한국은행은 매년 돈을 주조하고 해당 발행량을 시중은행을 통해 유통하고 관리한다. CBDC는 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여 관리한다는 뜻이다. 아직 연구 단계이지만 CBDC에서의 화폐는 원화 가치를 보유한 채 디지털로만 존재한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는 단순히 디지털화가 된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블록체인에서 디지털 화폐의 발행량과 유통 이력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현금 기반으로 구축된 시장에서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는 형태이다. 따라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만 유통되는 가상자산과 목적과 그 기능이 다르다. 유일하게 같은 점이 있다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물론 CBDC가 바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금 기반으로 구축된 기존 결제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더불어 통화 정책의 변화, 지급 결제 산업의 기술적 연동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Q. 가상자산이 거래 대상이 된 이유는 뭐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테슬라 주식을 왜 구매하는가? 현재 전 세계에서 테슬라의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고 이는 기업의 매출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테슬라 주식을 구매하는 것이다. 누구나 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곳에 투자, 거래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비트코인을 채굴하여 보상을 받는 사람과 비트코인을 거래소에서 구매하는 사람의 공통점 또한 결국 ‘수익성'이다.
물론 테슬라는 전기차라는 실체가 있고 가상자산은 실체가 없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가상자산이 거래되는 것 자체가 의아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블록체인은 조금씩 시장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팔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결제를 도입하여 연구 중이고, 비자도 이 연구에 함께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는 넥슨이 기업 자산 역할로써 비트코인을 구매했고 수많은 은행들이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이 거래되는 ‘진짜' 이유를 알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앞서 말했듯 블록체인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 구조를 가진다. 이를 통해 쉽게 탈취, 변경될 수 없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블록체인을 통해 중앙화 된 데이터베이스를 넘어선 효과적이면서 안정적인 데이터 저장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내가 기업을 대신하여 특정 정보를 저장하고 데이터를 검증하는 역할을 했다면 어떠한 보상이 필요하지 않을까? 실제 보상을 위한 방법이 기업 또는 특정 주체에서 발행한 가상자산 또는 코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참여자가 받은 보상이 가치를 갖기 위해선 상대방과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에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사람은 서비스의 참여자로 토큰을 ‘보상'받으려고 할 것이고, 이를 통해 기업의 가치가 커질 것을 예상한 투자자는 해당 토큰을 ‘구매'할 것이다. 이를 위한 판매(Sell)와 구매(Buy)가 이뤄질 수 있는 곳이 거래소(Exchange)다. 기존 주식과 달리 국가 간의 거래 제약이 있지 않다는 점도 가상자산 거래 활성화에 일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Q. 가상자산에 매겨진 값은 어떤 가치에 기반하나?
최초 가상자산을 발행할 때의 가격은 발행 기업이 정한다. 가격을 기업이 정할 때 토큰의 사용처, 토큰의 발행량 등 저마다 여러 기준점이 있다. 다만 주식처럼 자본금을 바탕으로 발행되는 것이 아니고 물질적인 ‘담보’라는 개념 없이 디지털로 발행되다 보니 그 기준이 전통 금융만큼 명확하지 않다.
그 와중에 가상자산 거래 시장은 24시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뾰족한 기준은 없고 시장은 하루 종일 움직인다. 이는 큰 변동성을 만들고 투자자들의 심리에 따른 무분별한 거래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바라보는 가상자산의 가격은 물음표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현재 블록체인 시장은 2017년, 18년의 무분별한 거래 형태에서 보다 발전된 형태로 2021년이 지나가고 있다. 발행한 토큰의 무분별한 투기가 아니라 전통 금융 시스템을 차용한 형태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기존 전통 금융에서는 확인할 수 없던 데이터가 블록체인 상에서는 누구나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원리를 바탕으로 블록체인만이 만들 수 있는 금융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이더스캔(etherscan.io)를 들어가 보면 이더리움에 대한 실시간 전송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전통 금융을 예로 들면 얼마나 많은 주식이 증권 거래소로 유입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와 같다. 기존과는 다른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새로운 금융 데이터이고 이는 거래 가치를 만드는 기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더스 캔 : 이더리움이라는 가상자산이 전 세계에서 전송되고 있는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
Q. 가상자산은 앞으로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나?
블록체인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데이터베이스 기술이다. 특정 국가에 귀속되지 않으며, 특정 기업에만 종속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예로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100만 원을 보내는 것은 어렵다. 왜 어려울까? 100만 원을 송금한다는 것은 한국과 미국의 기축통화 가치를 고려해야 하며 각 국가의 은행 전산망의 데이터가 기록, 교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00만 원을 송금할 때 우리는 100만 원 가치에 맞는 달러로 바꿔야 한다. 친구가 전송받는 계좌는 국내 시중 은행이 아닌 미국 은행 계좌일 것이다.
비트코인으로 전송을 한다면? 비트코인 지급 주소로 전송하면 된다. 굳이 원화나 달러로 바꿀 필요도 없다. 왜 그럴까?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통적인 송금 및 결제 비즈니스가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스타벅스 코인이 발행된다면 코인은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역할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스타벅스의 생산, 유통 이력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해당 참여자에게 보상 역할을 할 것이다. 결국 스타벅스 코인은 시장 거래를 통한 가치를 가지게 되고 나아가 한국, 미국 어디서든 해당 코인으로 커피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가격 변동성은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그 변동성을 해결하기 위해 디파이(De-fi)와 같은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있다.
*De-fi : 탈중앙화 금융,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코인 예치, 이자, 랜딩 등 전통 금융 모델을 도입하고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의 신생 카테고리이다.
Q. 가상자산은 장기적인 투자가치를 가지나?
공급과 수요에 따라 시장 가치는 변화한다. 이는 가상자산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하지만 현제 블록체인 시장은 매우 과열된 거래 양상이 존재한다. 시장을 구축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제도화, 기술 관점으로의 투자 지원이 병행되어야 하는 시장이다.
즉, 제도화 및 기술 관점의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 점을 악용한 투기, 조작 등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위와 같은 문제가 해결된다면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믿는다. (가격이 오른다는 뜻은 아니다.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오히려 가상자산의 가격은 주식과 같이 더 적은 변동성 안에서 지금보다는 더 안정적인 구조를 가지지 않을까
Q. 가상자산에 대해 공부한 뒤 투자하라는 조언이 많다. 어디에서 어떤 부분을 공부해야 하나?
블록체인 자체를 공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암호학에 기반한 데이터베이스 기술이며 아직 발전 단계의 기술이다. 이런 시장 흐름과 달리 사람들 사이에서는 블록체인에 대한 명확한 단어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다. 인공지능, 5G 같이 우리가 체감하고 통용하는 단어처럼 합의를 이룬 단계도 아니다.
우선 시장의 변화를 파악해야 한다. 카카오톡만 보더라도 이제는 다수의 사람들과 손쉽게 연결될 수 있다. 나아가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책임감이 요구된다. 공개된 단톡 방에서 어떤 의견을 남겼다면? 그 채팅 기록을 지울 수 있는가? 이미 사람들이 그 기록을 봤다면 영구히 지울 수 없다. 나아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무수한 사람의 활동 데이터를 누구나 열람하고 기억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서비스가 점차 분산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현재 산업 변화에 따라 금융이 바뀌고 있고 새로운 투자 시장이 열리고 있다. 블록체인이 아니라 시장이 변화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무엇인지 그 영향력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전기차 기술이 나왔고 자율 주행 시장이 열렸다. 이는 전기차로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교통 인프라의 변화로 바뀔 것이고 이동 수단에서 연결 수단으로 발전될 수 있다.
이 와중에 블록체인은 데이터베이스 관리가 중요한 금융, 서비스, 공공기관 전반에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에 여러 시장에서 앞다투어 블록체인 도입을 발표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한 번에 이해하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존 금융의 불편함을 생각해보고 현재 시장의 변화를 이해해보려고 한다면 블록체인이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