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또'바뀔 테니까
언제나 기술이 시장을 만들었다. 전기가 탄생하면서 도시 인프라가 생겨났고 엔진 기술이 나오면서 고속도로 인프라가 만들어졌다. 현재는 인공지능과 VR 기술이 새로운 업무환경을 구축하고 있고 이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생겨났다.
기획자가 알아야 하는 블록체인
블록체인 기술을 공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애당초 블록체인은 암호학에 기반한 데이터베이스 기술이며 아직 발전 단계의 기술이다.(기획자가 바로 알기는 쉽지 않다.) 나아가 사람들 사이에서도 블록체인에 대한 명확한 단어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다. 인공지능, 5G 같이 우리가 체감하고 통용하는 단어처럼 사회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은 시장에 많은 변화를 체감하게 한다.
카카오톡만 보더라도 이제는 다수의 사람들과 손쉽게 연결될 수 있다. 오픈 채팅을 통해 불특정 다수와 교류할 수 있다. 이것은 참여자 입장에서 훨씬 높은 수준의 책임감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공개된 단톡 방에서 본인이 어떤 의견을 남겼다면? 그 채팅 기록을 지울 수 있는가? 이미 사람들이 그 기록을 봤다면 영구히 지울 수 없다. 나아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무수한 사람의 활동 데이터를 열람하고 저장할 수 있다. 소위 박제라는 개념이 생겨난 것도 이런 기술적 특성이 적용되면서부터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블록체인은 다수에게 동시다발적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삭제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었다. (블록체인, 절대 고칠 수 없는 기록일지) 우리가 이용하는 다양한 서비스는 블록체인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개념적으로는 점차 분산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기획자가 고려해야 하는 네트워크의 영속성
2018년 재밌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물리적으로 가까운 이웃사촌보다 승차 공유 서비스의 드라이버를 더 신뢰한다는 연구 결과였다. 아무리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이웃일지라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검증받은 드라이버를 더 신뢰한다는 결과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리프트 드라이버는 수많은 운행을 통해 서비스를 수행하고 사용자에게 검증을 받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평가 데이터를 신뢰한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리프트를 사용할 '신뢰 기반의 동기'가 생기고 서비스는 영속적으로 운영된다. 단, 이 신뢰도가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이 서비스의 운영 주체는 리프트겠지만 리프트 네트워크를 보다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은 참여자(=드라이버)와 사용자다. 지속적으로 사용자가 서비스에 유입되고, 검증하고, 수행하는 역할이 선순환되는 구조이다.
영속적인 서비스의 특정은 운영 주체가 사라져도 그 개념은 다시 다른 곳에 이식되어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유튜브가 사라지면 우리는 영상을 못 볼까? 트위치 또는 다른 형태로 그 네트워크는 이식될 것이다. 마치 아프리카의 BJ 생태계가 유튜브로 유입되었듯이.
블록체인도 이와 같다. 생겨나는 다수의 정보를 수많은 참여자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저장하지만 이 네트워크는 특정 누구를 통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참여자 간의 합의를 통해 생태계가 운영된다. 네트워크 참여자 간에 정보를 잘못 저장하지 못하도록 처벌과 보상을 통해 생태계를 운영한다.
영속적인 네트워크의 끝 '금융'
누구나 콘텐츠 생산자가 되고 수익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은 이미 생겨났다. 네트워크가 구축된 것이다. 다음으로 바뀔 부분은 바로 금융이다. 외국인에게 개인이 대출을 해줄 수 있다면? 은행 수준의 금리를 요구할 수 있다면? 중앙화 된 금융이 아니라 오로지 코드(Code) 기반의 이자 시스템에 내 자산을 예치할 수 있다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블록체인을 공부하는 지금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했던 말이 자주 생각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전까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현재 산업 변화에 따라 금융이 바뀌고 있고 새로운 투자 시장이 열리고 있다. 실제 블록체인은 데이터베이스 관리가 중요한 금융, 서비스, 공공기관 전반에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에 여러 시장에서 앞다투어 블록체인 도입을 발표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한 번에 이해하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존 금융의 불편함을 생각해보고 현재 시장의 변화를 이해해보려고 한다면. 네트워크 영속성이 가지는 힘을 생각해본다면. 분명 기획자로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