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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 Chun Oct 03. 2019

우리에게 가상자산 지갑이 필요할까?

개인에게 가상자산 지갑은 필요할까?

삼성에 이어서 카카오까지 시장에는 여러 암호화폐 지갑이 출시되고 있다. 정말로 개인들에게 가상자산 지갑은 필요할까? 내 대답은 당연히 “그렇다”이다. 빠르면 올해 안에 많은 사람들이 가상자산 지갑을 쓸 것이다. 카카오페이와 토스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것처럼, 이런 논의가 무색할 만큼 지갑도 당연하게 쓰이리라 생각한다.


가상자산 지갑은 무엇일까?

이 것은 단순히 보관의 용도가 아니다. 가상자산들이 가지고 있는 보상, 증명, 권한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여 생태계를 만드는 역할이 지갑의 ‘진짜’ 용도다. '이오스(EOS)'를 예로 들어보자. 이오스를 잘 보관할 수 있는 지갑이 있다고 했을 때 누가 이오스 지갑을 쓸 것인가? 우리는 이미 거래소라는 훌륭한 ‘입출금' 지갑이 있다. 나 또한 보관의 용도로는 거래소 지갑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오스가 가지는 스테이킹(Staking; 동결), 렉스(Rex; 권한 위임 보상), 투표(Votel ; 투표)와 같은 기능을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오스를 동결하고 투표를 진행하거나 권한을 위임하여 이오스 유동성을 만들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지갑이 필요하다. 바로 블록체인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는 연결 기능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진짜’ 지갑이 개인들에게 필요하다. 


이오스뿐만 아니라 다른 가상자산도 이와 같을 것이다.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탈 중앙화 시장에서 개인들이 능동적인 참여자로 생태계에 유입될 수 있는 지갑이 필요하다. 


입출금에 그친 가상자산 지갑

그렇다면 시장에는 이런 지갑이 있을까? 아쉽게도 현재 시장에 출시된 대부분의 암호화폐 지갑은 입출금 기능만 지원하고 있다. 더군다나 많은 가상자산을 한 번에 관리하지도 못하고 있다. 우리가 마이이더월렛과 메타마스크를 쓰면서도 비트코인은 거래소에 이더리움은 마이이더월렛에 이오스는 다른 지갑에 보관하는 이유와 같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이오스, 트론, 리플, 스텔라, 에이다 등 여러 가상자산들은 자신들의 특성에 맞는 블록체인을 개발하기 때문에 원장을 구현하고 관리하는 기술 구조 또한 다르다. 원장의 기술 구조는 가상자산을 보관하고 전송하는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 방식이 프로그램화된 것을 우리는 ‘노드(Node)’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이 것들은 다른 구조의 ‘노드'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노드'로 다른 ‘노드'의 가상자산들을 보관하고 전송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더리움 노드’에서 이오스를 보관하거나 전송할 수 없다. 마이이더월렛에 트론을 보관하지 못하고 메타마스크에 질리카를 보관하지 못하는 것은 해당 노드가 없기 때문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이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사용자가 볗도로 30개의 지갑을 다운로드해서 쓸 수 없는 노릇이다. 결과적으로 여러 가상자산을 한곳에서 쉽게 보관하려면 지갑 개발사에서 최대한 많은 노드들을 개발하고 지원해야 한다.


고질적인 문제점 ‘사용성’과 ‘보안’

모두가 알겠지만 가상자산 지갑은 어렵다. 사용자가 프라이빗 키(Private Key), 퍼블릭 키(Public Key)를 알리 없고 이를 알아야만 쓸 수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불친절하다. 핀테크가 발전하는 상황에서 블록체인의 어려운 용어는 오히려 시장을 역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용자에게 어렵다는 것은 여러 보안상의 이슈를 야기한다. 프라이빗 키가 무엇인지 몰라서 공유한다거나, 니모닉 백업도 하지 않고 지갑을 분실하고 되찾지 못하는 등 여러 문제는 실제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노드까지 생각해 본다면 사용자는 복수의 지갑을 사용하면서 여러 개의 암호화 키를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인인증서 20개를 관리하면서 각기 다른 은행 앱을 20개를 사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이를 안전하고 쉽게 관리할 수 있을까?


사용자는 이와 같은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ID, PW 방식의 지갑 서비스를 선택하고 있다. 개인이 직접 키를 관리하지 않고 중앙화된 주체가 지갑의 키 정보를 관리하기 때문에 기존의 탈 중앙화 지갑 방식보다 사용이 훨씬 용이하다. 


쉽게 말해 빗썸, 업비트와 같은 거래소에 보관하고 있다면 중앙화 지갑이라고 말할 수 있고, 마이이더월렛, 메타마스크의 경우 탈 중앙화 지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신이 10억 상당의 가상자산을 보관하고 있는 사용자라면 온전히 당신 주도적으로 키를 관리하겠는가? 중앙화 지갑에 보관하겠는가? 어려운 문제다.


지갑의 ‘진짜’ 가치

확실한 것은 가상자산 지갑은 쉬운 사용성과 보안을 기반으로 더 큰 생태계를 만드는 창구가 돼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다. 시장에서는 탈 중앙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나는 탈 중앙화의 의미를 각각의 신뢰할 수 있는 주체들을 통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이 가상자산 발행을 발표했다. 그리고 조만간 페이스북 토큰(리브라)를 담을 지갑이 나올 것이다. 정말 입출금이 되는 지갑으로 국한될까? 거래소로 보내서 토큰 판매만 하는 지갑이 될까? 사용자에게 페이스북 토큰을 보상하여 시장을 키우고, 토큰으로 광고를 집행하고 사람들을 모집하는 우리가 몰랐던 비지니스 생태계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아주 간편한 지갑에서 이뤄질 것이다.


시장은 가상자산 지갑이 보편화되기 전과 후로 나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생활에서 보상과 생태계라는 단어는 자연스럽게 자리 잡지 않을까. 당신이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고, 카카오톡을 쓰고 있다면, 그렇게 이전에 없었던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다면, 바로 그 사실이 개인이 가상자산 지갑을 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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