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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의사 Jul 13. 2018

나도 모르는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

스스로의 방어기제 파악하기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계신가요? 업무, 인간관계, 돈 문제 등등 다양한 원인에서 스트레스가 발생하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건 고요했던 내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스트레스는 욕구와 이상이 어긋나며 발생합니다.  

이 글은 새롭고 탁월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조언드리기 위한 글은 아닙니다. 

본 글에서는 "방어기제"가 무엇인지 알아봄으로써,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어떤 방식으로 내면의 스트레스인 불안과 갈등을 해소해 왔는지 파악하는데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오늘따라 왠지 모르게 몸이 더 무겁고 찌뿌둥하다.
오늘 같은 날은 출근하지 않고 푹 쉬었으면...
하지만 몸을 일으켜 씻고,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에 따르면, 회사에 안 가고 싶은 마음은 이드(Id), 하지만 무단결근은 안되지 하는 생각은 초자아(Superego), 그래서 결국 출근을 하는 나는 자아(Ego)다.

즉, 본능으로 구성되어 쾌락의 원칙에 따르는 무의식은 "이드",

양심과 이상으로 똘똘 뭉쳐 알듯 말 듯 나를 채찍질하는 감시자는 "초자아",

쾌락적 본능과 양심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 결국 행동으로 표출되는 나의 모습은 "자아"다.    

욕구(이드)와 이성(초자아) 사이에서 갈등하며 타협점을 찾기까지, 자아가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바로 방어기제이다.


이드, 초자아, 자아, 방어기제 등등 전문용어가 등장하니 머리가 살짝 아파온다. 하지만 이는 거창한 그 무언가가 아닌, 내 머릿속에서 매 순간마다 일어나고 있는 사고의 흐름이다. 이러한 과정이 무의식, 혹은 무의식과 의식의 중간지점에서 톱니 돌아가듯 매끄럽게 돌아가기 때문에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울 뿐이다.



얼마 전 방문했던 일식집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열명 남짓한 손님들이 주방을 마주 보는 카운터에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조용한 일식집. 주방일을 돕던 직원 한 명이 접시를 와장창 깼다. 깜짝 놀란 손님들의 눈길이 모두 그곳을 향했고, 날카로운 사시미칼로 손님상에 오를 회를 손질하던 주방장의 얼굴에 얼핏 차가운 기운이 서린다. 아주 잠깐의 정적.   

"하하하.. 접시가 깨지면 장사가 잘된다던데 오늘은 운수가 좋으려나 보네요" 하는 주방장의 말에 정적은 유쾌함이 되어 손님들의 입가에 번진다.


주방장의 마음속에 어떤 사고의 흐름이 지나갔을지, 그분의 무의식까지 내가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접시를 깬 것에 대한 불쾌함에서 올라오는 이드와, 상황을 잘 해결해야 한다는 초자아가 타협해, 매끄러운 농담의 자아로 나타나기까지의 방어기제가 "유머" 였다는 것은 확실하다.



방어기제 중 하나인 유머(humor)는 갈등 상황을 본인과 타인에게 불쾌하지 않은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매우 성숙한 방어기제로 스트레스를 건강한 방법으로 해소하도록 도와준다. 유머 이외에도 성숙한 방어기제의 종류에는, 억제(suppression), 이타주의(alturism), 승화(sublimation)가 있다.

갈등 상황에서 차오른 본능적 욕구(불쾌한 감정, 화, 슬픔 등)를 침착하게 파악해 의식적으로 떠올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억제다. 화가 나지만 꾹 참았던 경험이 있거나, 명상을 통해 마음을 단련하고 있다면 억제의 방어기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타주의란 나의 욕구를 타인에게 수여해 대리 만족하는 경우를 말한다. 좋은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거나,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행위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본능의 쾌락적 욕구를 유익한 에너지로 바꾸어 표출하는 것을 승화라 한다. 땀 흘리며 운동을 하거나 예술활동에 몰입하는 것이 승화의 대표적 예시이며,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물건을 던지며 부수는 '스트레스 해소방' 등도 승화의 일종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성숙한 방어 이외에도 미성숙한 방어, 정신병적 방어, 신경증적 방어 등의 다양한 방어기제의 카테고리가 존재한다. 각 카테고리에 속하는 방어기제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자.



미성숙한 방어에는 퇴행(regression), 행동화(acting-out), 신체화(somatization),  전환 (conversion), 수동 공격 (passive aggression), 동일시(identification), 내재화(Introjection) 등이 있다.

예를 들어, 갑자기 동생이 생긴 큰아이가 어리광을 심하게 부리거나 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되는 것이 퇴행이며, 올라오는 욕구가 폭발적인 즉각 행동으로 표현되어 극심한 분노 표출, 폭력 등으로 이어진다면 행동화라 한다.

신체화는 딱히 이유는 없지만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몸 어딘가가 아프고, 두통, 소화불량 등에 시달리는 것을 말한다. 전환은 몸 어딘가의 문제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신체화와 유사하지만 심리적인 부담감과 압박감이 이와 관련된 신체의 증상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수동 공격은 욕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은근하게 간접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조직에 대한 불만이 있으나 직접적으로 건의하지 않고 대신에 주어진 일을 대충 끝내는 경우나, 나를 화나게 한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따져 묻지 않지만, 낮은 수위의 험담을 여기저기 퍼뜨리는 경우 등이 이에 속한다.

동일시와 내재화는 비슷한 개념으로, 누군가를 닮아가려고 하며 상대의 (부정적인) 특성을 자신의 성격으로 흡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살펴볼 정신병적 방어에는 투사(projection),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 분리(splitting), 부정(denial)이 있다.

투사란 나의 부정적 성향이나 납득되지 않는 욕구를 남의 특성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을 말한다. 사실은 내가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의부증, 의처증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방어기제의 하나로, 실제로는 외도를 원하는 본인 스스로의 무의식적 욕구를 배우자에게 투사하여 상대가 바람을 피우고 싶어 한다고 여기며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투사적 동일시란 자신의 문제나 불만 등을 상대에게 주입하여 동화된 상대가 자연스럽게 같은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도록 조종하는 것을 뜻하는데 조금 어렵다. 철수가 싫은 영희가 길동이에게 철수에 대한 험담을 지속적으로 한 끝에, 철수에 대한 증오심이 길동이의 마음에도 피어오르고, 결국 길동이도 철수에 대해 험담하게 만드는 것이 투사적 동일시다.

분리란 흑백논리를 말하며 중간의 애매한 감정은 없다. 나쁜 것 혹은 좋은 것으로 무 자르듯 나누어 상황을 인식한다.

부정은 말 그대로 현실을 부정하는 것을 뜻하는데, 이는 의식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나 욕구를 무의식적으로 회피해 버리는 것을 뜻한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아들은 살아있다고 굳게 믿는 경우가 그에 속한다.



방어기제의 마지막 카테고리인 신경증적 방어기제에는 취소(undoing), 합리화(rationalization), 억압(repression), 고립(isolation), 반동 형성(reaction formation) , 전치(displacement), 지식화(intellectualization) 등이 있다.

솟아오르는 불편한 무의식적 욕구나 이에서 비롯된 실제 행위가 양심에 의해 비난받았을 때, 그 불안한 죄책감을 덜기 위해 상징적인 행위를 통해 만회하려는 것이 취소다. 부인을 때린 남편이 다음날 꽃을 사 오거나 도둑질하고 나서 반복적으로 손을 씻는 경우 취소의 방어기제가 작동했다고 본다.

합리화란 욕구를 타협시키기 위해 그럴듯한 다른 이유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갖고 싶던 인형을 동생에게 양보하라고 하는 엄마가 밉고 인형이 갖고 싶지만, 나는 저 인형이 안 예뻐서 필요 없어!라는 생각이 합리화의 예다.

억압은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어기제로 성숙한 방어기제 중 하나인 억제와 비슷하다. 의식적으로 욕구를 누르는 억제와 달리, 신경증적 방어기제의 하나인 억압은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이 다르다. 며칠 전 남편과 심하게 다툰 아내에게 다시 그 일을 상기시켜보라 하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처럼 매우 힘들었거나 수치스러웠던 과거의 기억을 완전히 잊어버리는 경우가 억압이다.

사건을 완전히 잊어버리는 억압과 유사하나, 사건과 관련된 정서만 잊어버리고 사건 자체는 기억하는 경우를 고립이라 한다. 고립의 방어기제를 가진 사람은 해당 사건에 대해 담담하게 얘기하지만 관련된 감정은 결여되어 있다.

반동 형성은 욕구와 정반대로 행동하는 것을 말하는데, 같은 반 여학우를 좋아하지만 반대로 그 학생을 놀리거나 괴롭히는 남학생들을 볼 수 있다.

전치란 욕구를 전혀 다른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뜻한다. 직장상사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던져 부셔버렸다면 직장상사에 대한 분노가 핸드폰으로 전치된 것이다.

지식화는 논리나 지적 활동에 몰입함으로써 욕구를 무시 혹은 회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이 글에 몰두해 작성하고 있는 필자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모두 지식화의 방어기제를 통해 이름 모를 불편한 욕구를 잊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참고로, 강박장애 환자의 경우 고립, 반동 형성, 지식화, 취소의 방어기제를, 망상장애 환자의 경우 부정, 반동 형성, 투사의 방어기제를 특징적으로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살다 보면 매일, 매 순간 갈등에 부딪히며 이드와 초자아가 타협해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에 빠진다.

개인이 가진 방어기제는 이러한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스스로를 보호한다. 성숙한 방어기제를 가진 사람일수록 자아의 강도가 높으며, 스트레스 상황에 잘 대처해 주어진 삶에 잘 적응할 수 있다. 하지만 성숙하지 못한 방어기제가 되풀이될 경우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고 불안이 증폭되어 자아가 무너지거나, 본인도 모르는 사이 주변의 사람들이 고통받을 수 있다.

 방어기제는 주로 무의식 속에 벌어지는 기전이기에 혼자만의 힘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노력 끝에 스스로 알게 된 본인의 방어기제가 성숙하지 않을지라도 낙심할 필요는 없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방어기제는 다양하여 성숙한 방어와 병적인 방어기제가 공존할 수 있으며,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의식 혹은 무의식에 꿈틀대고 있는 스트레스 해소법은 무엇인가요?

해소되지 않는 스트레스나 지속적인 불안 때문에 고통받고 계시다면 본인의 방어기제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지 모릅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본인과 중요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나 연인, 배우자, 부모님, 직장동료의 방어기제도 떠올려보면 관계를 더욱 윤택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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