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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sser panda Feb 19. 2022

N잡러 이팀장 ㅡ 25

25. 인사이동

드디어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인사의 칼바람 시즌2.


그리 급작스럽지도 예상된 수순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인사이동의 시즌은 놀라고 무섭다.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동기와 같이 업무 했던 동료와 비교당하는 순간이라서.


비교우위를 점하는 순간은 숨은 기쁨을 감출 순 없다.


감추려 해도 어느 순간 표정에 드러난다.


입사가 비슷한 동기와는 직무는 다르지만 인정받았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다.


더 좋은 건 연봉이 오르는 것이지만.


그럴리는 만무하고 비교우위의 좋은 기분만 잠시 잠깐이다.


승진턱을 내는 이유도 떨어진 사람의 위로의 의미도 크다.


근데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다면 어디로 가야 하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을 중얼거리며


둘이 계속 붙어 다니던 과장급 2명은 부당해고로 신고한다며 대표에게 통보한 뒤 나머지 한 달 치 급여를 회사에서 안 주려고 한 것을 막아보려 안간힘을 쓰다가 해고예고수당 한 달치를 받아내고 나갔다.


쓸쓸히 정리해고 당한 것.


하지만 둘이라서 같이 합심해서 해고예고수당을 안 주려는 것을 받아내고 만 것은 다행이리라.



그중 한 명은 컨설팅 자료가 안 써진다며 업무시간에도 여기저기


사람들 자리에 돌아다니면서 회사 사람들에게 질문을 퍼붓곤 했다.


오지랖인 건지 신기한 업무 스타일에 저런 사람도 있구나라고


자기 업무에 다들 바쁘다가도 친절하게 대답해주곤 했다. 그분 또한 라떼를


벗어나지 못했듯이 자기 말을 주저리 늘어놓는 것은 ‘옛날에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옛날 옛적 대가족의 시골살이라는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였다.


나이도 30대 후반인데 보릿고개를 얘기하는 놀라움 이라니.


누가 들으면 전쟁통에 태어난 할머니인 줄 알 듯한 시골에서의 밥 못 먹던 시절 이야기까지


들어주느라 정말 혼이 났다.


다행인 건 빅마우스지만 텃세나 험담, 오지랖을 부리고 다니지 않았단 거다.



다른 한 명은 영업팀 과장 그래도 꽤 오래 같이 일했다며 너스레와


오지랖을 부리던 30대 중반의 그분. 라떼는 말이야 하며


자주 업무와 기타 등등 사회생활이라고 하는 것들에 관련한 전반적인


담론을 시작하면 1절부터 3절까지 막힘없이 술술 1시간을 내리 이야기하곤 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들었다.


사회 초년생이 뭘 알리가 있나.


상사인 그분의 말에 말대답이나 이야기를 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가 보다 하며 업무나 업무 외에 방법론들에 관하여 꿀팁 같은 것들을


전수해준다는 마음으로 그랬던 것이리라.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도움 되는 말들도 꽤 있었으니까.


성인인 사람으로 상사지만 경험에 대한


노력과 방법을 인정하면서 이야길 들었던 거다.


둘이서 밖에 우연히 같이 나갈 때 해주었던 이야기인즉슨


회사생활에 대해 100% 힘을 다하지 말라는 것.


업무 시간에 다른 개인적인 볼일이 있으면 지나치지 말고 하라는 거다.


그 말이 맞는 말인 줄은 잘은 몰랐다.


약간은 고지식하게 업무 시간에 업무만 해야 된다는 강박과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편협한 오류 속에서 나 자신을 갈아 넣었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이제와 생각이지만 그분은 그렇게 말하며 쓸쓸히 노동시장에서 사라져 갔다.


말로 먹고사는 직업인데도 어쩔 수 없었던 구조조정의 바람은 그렇게


약육강식의 논리대로 고비용 저효율인 약자로써 먼저 목이 베였다. 아무 명확한 이유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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