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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이 Mar 13. 2019

자동차 없는 베를린을 위하여

베를린의 우산 1

20세기 초반부터 산업화와 함께 모던 라이프의 상징이었던 자동차가 공해와 사고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도시의 애물단지로 여겨진 건 오래된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불평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자동차 수는 여전히 늘고 있다. 2016년 한국에서는 국내에 등록된 자가용의 수가 2천만 대를 넘어서면서 1가구 2차량 시대가 열린다고 하였다 (참조: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2016. 06. 21.).  


유럽의 다른 도시와 비교해 베를린은 교통체증이 많이 심각한 도시는 아니다. 하지만 늘어나는 자동차 교통량 탓에 사람들이 피하고 싶고 아이들이 자유로이 뛰어놀 수 없는 주거지가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와 더불어 사람들이 피하는 거리는 상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에서 최근 베를린에서는 자동차 없는 도시(car-free city)를 만들기 위한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 예를 들어 Charlottenburg 그리고 Kreuzberg와 같은 구에서는 시간에 혹은 구역에 한정적으로 도로를 봉쇄하는 등의 시도가 제안되고 있다 (참조: Berliner Morgenpost 2018. 05.17. 그리고 2019. 03. 05.; Tagesspiegel 2018. 05. 30.). 


또한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도시 중심의 Unter den Linden, Friedrichstraße, Checkpoint Charlie와 같은 구역 또한 자동차 없는 거리로 탈바꿈 하자는 아이디어가 제안되고 있으며, 최근 베를린의 활동가들은 그 아이디어를 올해부터 천천히 시행에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참조: Berliner Morgenpost 2018. 09. 29. 그리고 2019. 02. 15.). 


여기서 주목할 점은 쇼핑몰이나 관광지 주변의 번잡한 거리일수록 이런 제안이 더 자주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도로를 넓히는 방안은 고려대상이 아닌데, 그 이유는 이웃나라 벨기에의 조사에 따르면 도로가 넓어지면 자동차 교통량도 그만큼 더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조: Berliner Morgenpost 2018. 12. 05.). 그렇기 때문에 논의는 아예 교통량을 억제해서 사람들이 자가용 외에 다른 대안을 찾도록 하자는데 이르렀다. 봉쇄된 도로에는 대중교통수단을 비롯한 상점에 물건을 나르는 운송차량, 또는 거주민들에 한해서 차량 통과가 허락될 예정이다.  


베를린의 한 거리는 최근 자동차가 지나가던 길을 막고 사람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갈 수 있도록 탈바꿈하였다.


사실 이런 아이디어가 제안된 곳이 베를린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여러 나라의 도시에서 자동차 없는 거리를 시행한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파리에서는 2016년부터 세느강의 오른쪽으로 3.3km 정도 되는 구역에 자동차 주행을 막아 사람들이 자유로이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했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대로 벨기에의 브뤼셀에서도 2017년부터 시내 중심에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보행자만을 위한 거리를 만들었다. 유럽의 또 다른 도시로는 이미 그보다 훨씬 전부터 카프리(car-free) 구역이 있는 베니스가 있다. 


베를린에도 이미 1970년대부터 자동차 주행을 금지한 Wilmersdorfer Straße가 있다. 이 거리에 가면 자동차가 다닐 법한 골목에서 과일을 파는 노점상이 있고, 주말이면 거리의 음악사들이 모여들며, 여름에는 거리의 분수대 주변으로 아이들이 모인다. 이런 긍정적인 경험담이 또 다른 보행자 보호 거리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019년 우리나라와 같이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고 8차선 도로가 꽉꽉 막힐 정도로 교통체증이 심각하지도 않지만 베를린의 주민들이 자동차 없는 구역을 넓히려는 시도에는 보다 살고 싶은 도시공간을 만드는 데 이유가 있다. 독일의 자동차 없는 삶을 지향하는 모임 (autofrei leben!)은 이미 50% 정도의 도시 거주자가 자동차 없이 살고 있으며 그들의 삶의 질이 자동차 있는 사람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 더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포기하면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유해가스 배출량을 줄여 환경을 보호할 수 있고, 소음이 줄고 매연을 피해 건강한 삶을 사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전거를 타며, 자동차가 필요한 경우 카쉐어링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러한 장점과 대안에도 불구하고 거리의 자동차를 쉽게 막지 못하는 이유는 반대의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게 되면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물건을 배달받는데 불편해질 것이다. 또한 아이가 있는 가정집은 자동차를 사용하는 빈도가 높기 때문에 자가용을 포기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렇게 아직 찬반 의견이 대립하지만 베를린의 시민들이 보다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계획을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주목된다.   




참조 


autofrei leben! (autofrei.de)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2016. 06. 21. “’1가구 2차량’ 시대가 열린다” (https://www.huffingtonpost.kr/2016/06/21/story_n_10580686.html). 


Berliner Morgenpost 2018. 05. 17. Carolin Brühl. “Sommer ohne Auto in zwei Charlottenburger Kiezen” (https://www.morgenpost.de/bezirke/im-westen-berlins/article214307135/Sommer-ohne-Auto.html).


Berliner Morgenpost. 2018. 09. 25. Christian Latz. “Checkpoint Charlie könnte Fußgängerzone werden” (https://www.morgenpost.de/bezirke/mitte/article215442953/Checkpoint-soll-autofrei-werden.html).


Berliner Morgenpost. 2018. 12. 05. Christian Latz. “Was Berlin beim Verkehr von anderen Metropolen lernen kann” (https://www.morgenpost.de/bezirke/mitte/article215949511/Was-Berlin-beim-Verkehr-von-anderen-Metropolen-lernen-kann.html).


Berliner Morgenpost. 2019. 02. 15. Christian Latz. “Bündnis will Unter den Linden und Friedrichstraße autofrei” (https://www.morgenpost.de/bezirke/mitte/article216452875/Buendnis-will-Unter-den-Linden-und-Friedrichstrasse-autofrei.html). 


Berliner Morgenpost. 2019. 03. 05. Patrick Goldstein. “Kreuzberger Wrangelkiez könnte autofrei werden” (https://www.morgenpost.de/bezirke/friedrichshain-kreuzberg/article216593925/Wohin-steuert-der-Kreuzberger-Wrangelkiez.html).


Tagesspiegel. 2018. 05. 30. Thomas Loy. “Autos sollen raus aus der Kreuzberger Oranienstraße” (https://www.tagesspiegel.de/berlin/verkehr-in-berlin-autos-sollen-raus-aus-der-kreuzberger-oranienstrasse/226218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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