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고도 고통스러운 곳, 마트
치솟는 물가와 신혼부부의 장바구니
물가가 너무 올라서 힘들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물론, 주변에서 듣지 않아도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 새해가 되었어도 내 월급은 여전히 작고 귀여운데, 배달비가 너무 비싸서 집에서 배달은 최대한 피하게 되었고, 관리비가 무서워서 괜히 집 안 온도도 조금 더 조정한다. 프랑스에서는 밀가루값과 전기요금이 너무 올라서 빵집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다는 영상을 보면서 우울했다. 새해에 나와 이웃들의 삶이 조금 더 팍팍하겠구나, 싶어서 말이다.
결혼을 하고 소소한 재미 중에 하나는 함께 장을 보는 것이다. 원래도 마트구경을 좋아하는 우리는 연애할 때도 커다란 대형마트에 가서 새로운 과자는 뭐가 나왔나, 요즘에는 어떤 냉동식품이 핫한가 구경하는 걸 좋아했다. 이제는 함께 매일매일 밥을 먹어야 하니, 뭘 해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어렵사리 메뉴를 정하고, 필요한 식재료들을 사는 게 꽤나 재미있었다. 그렇지만, 마트는 우리에게 양날의검 같은 곳이다. 즐겁지만, 또 고통스럽다. 어찌 보면 마트가 물가상승을 가장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는 최전선이다.
마트에 가기 전에 우리 부부는 경건한 마음으로 늘 다짐한다.
ㅡ 꼭 필요한 것만 사자
ㅡ 진짜 진짜 사고 싶은 거 있으면 딱 1개씩만 사자
장 보러 가기 전에 필요한 것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마트에서 쇼핑을 할 때는 서로가 서로의 감시관이 되어 조금이라도 불필요한 걸 살라 치면 손을 때리고 단호하게 막아선다. 물론, 만두나 핫도그 같은 시식이 있다면? 우연히 타이밍이 맞아서 먹어봤는데 맛있다면? 그리고 혹시라도 상대방이 반대할까 봐 서로 기색을 살피는 눈치라면? 그런 때는 또 귀신같이 서로의 맘을 알고 한 명이 카트 한 편에 조용히 넣고, 다른 한 명이 이건 잘 사는 것 같다고 격려를 해준다. 그렇지만, 그렇게 운명적으로 모두의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는 제품은 그렇게 많지 않다. 삼보일배하듯이 신중하고 신중한 쇼핑을 마치고 나면 심판 타임이 기다리고 있다. 삑ㅡ 삑ㅡ 소리와 함께 훅훅 늘어나는 영수증 길이. 티끌 모아 태산을 실감하는 곳이 내 통장이 아니라 카드명세서와 영수증인 건 꽤 씁쓸한 일이다.
ㅡ 우리 진짜 꼭 필요한 것만 샀는데…
ㅡ 나 갖고 싶은 거 10개였는데 그중에서 하나만 샀는데
양심적으로 줄이고 줄여서 소비했는데, 어쩐지 과소비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지는 요즘의 마트. 그 한복판에 물가상승으로 우울한 신혼부부와 장바구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