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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꺽정 Feb 07. 2023

험난했던 인생 첫 차 구매기

비선호 번호? 오히려 좋아!



몇 달 전, 첫 차가 생겼다. 새 차를 사는 게 처음이라 모든 과정이 신기했는데, 차를 사는 것도 역시 선택의 연속이었다. 어떤 차로 할 것인지도 고민이어서 여기저기 자동차 브랜드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상담을 하고, 견적을 받았고, 마음에 드는 차를 어떤 트림에 어떤 옵션을 넣을 건지도 열심히 공부하고 고민해서 선택해야 했다. 차가 나오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기에 일단 여러 개를 계약해 두고 그래서 어떤 차로 선택할 지도 고민하는 것도 일상이 된 몇 달이었다.


계속 차와 관련된 이 선택, 저 선택을 하면서 가장 떨리고 긴장됐던 선택이 있다면 바로 차 번호를 선택하는 것! 회사 점심시간에 남편이 전화 와서 다급하게 번호를 고르라고 했다. 많은 후보가 있었는데, 어떤 게 가장 기억하기 쉬운지 팽팽 머리를 굴렸다. 마음에 드는 게 두 개 정도 있었는데 우리는 뒷번호 XX18로 골랐다. 앞자리와의 상관관계로 기억하기도 쉽겠다며 흡족한 선택을 하고, 드디어 어엿하게 차번호도 생긴 첫 차를 축하했다.


ㅡ 보통 18로 끝나는 건 비선호 번호인데,

ㅡ 비선호 번호를 고르셨네요.


차에 대해 자잘한 설명을 들을게 남아서 구매한 대리점에 방문했는데, 차 번호를 보시자마자 덤덤하게 건네신 말씀에 아차 싶었다. 왜 비선호 번호인지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가 그 이유를 깨닫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비선호 번호라고 하니, 남들은 피하는 걸 옳다구나 집어 온 느낌이 들었달까? 우리의 첫 차 번호 선택이 잘못된 것 같아서 조금 시무룩해지려는 찰나, 요즘에는 이런 상황을 가볍게 만들어 주는 마법 같은 문장이 하나 있다. 모든 상황에서 조금 더 긍정적으로 한 번씩 웃고 멋지게 넘길 수 있게 해주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문장


ㅡ 오히려 좋아!


첫 차를 타고 처음으로 떠났던 휴가.jpg


우리가 선택한 이유는 이 번호가 우리에게 기억하기 쉽고, 말하기도 쉽기 때문이니까. 그리고 누군가가 우리에게 차번호를 물었을 때 [X천 X백 십팔]이라고 말하지 않고, [XX일팔]이라고 말할 테니까. 혹시라도 이제 막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우리 첫 차가 들을세라 부지런히 보호막을 몇 겹으로 마련했다.

선호와 비선호는 오롯이 나의 판단에 달려있다. 누군가는 구석지다고 싫어하는 카페 자리가 나에게는 가장 안락하고 편안한 공간이 되는 것처럼, 누군가는 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다고 싫어하는 어떤 자리가 나에게는 한갓지고 예쁜 풍경이 있어서 둘도 없는 힐링 스팟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꼭 내가 좋아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꼭 모두가 좋아해 줘야 할 필요도 없다.

어쨌든 나는 우리 차번호가 좋다.

험난했던 인생 첫 차 구매는 그렇게 명랑하게 마무리되었다. 이제 신나게 달리자! 아, 물론 나는 초보운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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